천년애 라벨 만든 정승원 작가… 경상도와 북한을 주제로 제2, 제3의 라벨 만들고 싶어

”익숙해서 잘 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전라도에 살기만 할 뿐, ‘전라도’가 가진 가치와 의미를 제대로 몰랐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전라도란 이름이 정해진 지 천년이 되는 올해 보해가 만든 천년애와 함께 광주•전남 시도민들이 전라도란 이름에 자부심을 갖게 되면 좋겠어요”

정승원(35) 작가는 전라도의 가치를 설명하며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힘주어 말했다. 정 작가는 보해양조가 전라도 정도 천년을 기념해 지난 6월 새롭게 출시한 천년애에 부착된 소주 라벨을 디자인했다.

광주 출신인 그는 독일 브레멘 국립 예술학교 통합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지난 2017년 9년간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독일과 한국에서 작품활동을 하던 중 우연히 보해에서 천년애 라벨을 공모한다는 소식을 듣고 작품을 제작해 기업에 알렸고 최종 작품으로 선정됐다.

▲ 정승원 작가가 자신의 작품이 담긴 천년애 모형을 들고 웃고 있다.

정승원 작가가 그린 천년애에는 광주•전남을 대표하는 관광 콘텐츠 23개가 녹아있다. 오른쪽 맨 위에 있는 담양 죽녹원, 그 아래에는 무등산 서석대, 전라도 한정식, 보성 녹차밭 등이 차례대로 표현됐다. 정 중앙에는 5•18 추모탑과 광주 민주광장, 여수 케이블카, 순천만 정원 등 지역의 역사와 이야기가 오롯이 담겼다.

정 작가는 전라도에 살 때는 안 보였던 매력이 9년간 유학생활을 마친 후 새롭게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천년애 라벨에는 작가가 직접 보고 체험한 전라도의 모습이 오밀조밀하게 채워졌다. 그는 왼쪽 아래 케이블카를 탄 남녀가 작가 부부라는 사실을 웃으며 살짝 귀띔했다. 그러면서 3개월 동안 고생해서 탄생한 작품이 온전히 라벨에 붙어 있는 모습이 아직도 신기하다고 말했다.

“전라도가 가진 매력을 최대한 담아내려고 노력하다보니 꽤 많은 내용이 들어갔어요. 그래서 보해가 제 작품을 그대로 수용해줄까 걱정했죠. 보해양조 관계자들은 천년애가 광주•전남 시도민과 같이 만드는 제품이라며 작가인 제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줬어요. 덕분에 작가와 기업 모두가 마음에 드는 천년애 라벨이 탄생했어요.”

천년애 맛을 직접 본 후 ‘소주에서 소주 맛을 잡았다’는 말 뜻을 이해했다는 정승원 작가. 그는 알코올 향이 적어 기존 소주보다 훨씬 편하게 마실 수 있게 됐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정 작가는 보해와 천년애를 만들며 전라도에 자부심을 갖게 됐다며 제품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천년애가 판매될 때마다 지역인재들을 위한 장학금이 기부되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천년애를 찾을 수 있도록 앞장서서 홍보할 것을 다짐했다. 천년애가 큰 사랑을 받으면 경상도 등 다른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천년애 라벨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그러면서 더 큰 포부도 밝혔다.

“남북한 정상이 만나 서로 손을 잡고 평화를 이야기 하는 지금, 절대 갈 수 없을 것이라 여겼던 백두산과 금강산을 다녀와 천년애 라벨에 넣어보고 싶어요. 전라도와 경상도, 남한과 북한의 이야기가 담긴 천년애를 만든다는 생각, 꼭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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