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방송] 이에 반해서 국가의 품격(국격)은 상품이나 회사의 브랜드와는 달리 한 나라의 역사와 전통, 과학과 기술, 문화와 예술, 교육과 도덕, 국력과 대외관계 등 보다 광범하고 복합적인 요소들에 의해 형성되고 결정된다.

따라서 국격은 단기간내에 높아지거나 만들어질 수가 없다. 전시와 홍보로 급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구한 세월을 통해서 형성되고 축적된 국가의 진면목과 이미지로서의 국격은 쉽게 무너지거나 훼손되지 않는 특성을 갖는다.

또한 국격은 경제력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경제력만을 맹신한다면, ‘경제적 동물’로 국격이 오히려 격하될 수가 있다. 인도를 잃을지언정 세익스피어는 내놓을 수 없다는 역사와 정신문화가 영국의 국격을, 문화와 예술로 축적된 자존심이 프랑스의 국격을 보여주듯이 정신과 문화가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이 국격이다.

국격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환경은 물론 국민통합의 정도, 부정과 부패, 관용과 인권상황,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 등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점에서 백범 김구 선생이 일찍이 경제적, 군사적으로 부(富)하고 강(强)한 나라보다는 인의(仁義)로 세계의 모범이 되는 문화 도덕국가가 자신이 원하는 나라라는 가르침은 깊이 경청할 필요가 있다. 군청공무원의 16%가 부정부패에 연루되고, 용산참사를 1년씩이나 방치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라면 정부가 감히 국격을 논하는 것 자체가 황당하고 가당찮다.

지도층의 품격 또한 국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산안 하나, 묵은 노사문제 하나를 제때에 처리하지 못하는 대한민국 국회를 두고는 이 나라 정치권은 국격을 말할 자격이 없다. G20 정상회의를 유치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만세삼창을 불렀다는 보도를 보고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것은 G20 한국개최가 대단한 일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대통령이 보여준 그 천박하고 가벼운 처신때문이었다. 누구는 G2라는 표현조차 사양하는데, G20에 흥분하여 표정조차 관리하지 못하는 그 언행이 부끄러웠던 것이다. 국격을 높이기 보다 떨어뜨리지나 말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국격을 말하는 자 먼저 내 처신이 국격에 어떻게 영향할 것인지 스스로 신독(愼獨)할 일이다.

글쓴이 / 김정남
· 언론인
· 前 평화신문 편집국장
· 前 민주일보 논설위원
· 前 대통령비서실 교문사회수석비서관
· 저서 : <진실, 광장에 서다- 민주화운동 30년의 역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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