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방송] 춘향전』에서는 퇴기(退妓)의 딸 춘향과 남원부사의 아들로 잘 나가는 양반집 선비 이몽룡의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다.

신분의 벽을 극복한 남녀의 결합이지만 신분사회가 무너져가는 조선후기 사회에서도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이외에도 『춘향전』은 여러 허구적인 상황들과 마주친다.

이도령이 춘향과의 만남 후 1년여만에 과거에 장원급제한다는 설정이 대표적이다. 조선시대 과거제도는 3년마다 한 번씩 뽑는 식년시(式年試)와 특별한 경우 실시하는 별시(別試)로 구성되어 있었다.

문과 급제자가 33인이니 식년시라면 3년에 전국에서 33인이 뽑히는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할 만큼 힘든 관문이었다.

또한 문과에 급제하려면 소과에 해당하는 생원시나 진사시를 거쳐 성균관에서 일정기간(대개 4~5년) 수학해야만 했으니 이몽룡이 문과를 거쳤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럼 별시 합격의 가능성이 남는다. 이몽룡이 별시를 쳤을 가능성은 시험 문제가 ‘춘당춘색 고금동(春塘春色 古今同)’으로, 창덕궁 춘당대에서 실시한 시험이라는 점과 시험을 치룬 후 바로 왕이 급제자들을 시상했다는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이몽룡이 별시에 장원급제했다는 설정을 해도 천하의 인재가 모여드는 과거시험에서 1년여만에 수석 합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처녀가 그네 뛰는 것을 충분히 감상하고 적당한 로맨스를 즐겼던 위인이 말이다.

물론 점찍은 여자 춘향을 위해서 눈에 불을 켜고 공부를 했을 테지만, 어쨌든 『춘향전』은 극적 효과를 위해 한 천재를 탄생시키고 있다.

글쓴이 / 신병주

· 건국대학교 사학과 교수
· 저서 : 『조선을 움직인 사건들』, 새문사, 2009
『이지함 평전』, 글항아리, 2009
『규장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들』, 책과함께, 2007
『제왕의 리더십』, 휴머니스트, 2007
『하룻밤에 읽는 조선사』, 중앙M&B, 2003
『고전소설 속 역사여행』, 돌베개, 2005
『조선 최고의 명저들』, 휴머니스트, 2006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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