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방송] “사람은 늘 두 상반되는 의지가 동시에 일어나는 것을 경험하는 존재다. 이 지점이 바로 사람과 귀신이 갈리는 관건이고 선과 악이 나뉘는 기미로서, 인심(人心)과 도심(道心)이 교전을 하고 의리가 이길지 욕망이 이길지 판결이 나는 때이다. 사람이 이때 맹렬히 성찰하고 힘써 극복한다면 도(道)에 가까울 것이다. ” ―― 『맹자요의(孟子要義)』

1. 정약용은 우리의 마음을 육체성과 연관된 ‘인심(人心)’, 그리고 윤리적 본성의 발로인 ‘도심(道心)’으로 나눈다. 이러한 분류는 “인심은 위태롭고, 도심은 은미하다[人心惟危, 道心惟微]”는 『서경(書經)』의 문구에 바탕을 둔다.

성리학의 집대성자 주희(朱熹)는 이 구절을 유교 성인들이 전해온 ‘심법(心法)’으로 규정하였다. 다산 역시 ‘인심과 도심’의 논의를 “심학(心學)의 으뜸”으로 평가하고 마음의 양상을 공존과 대립의 이원 구도로 해석한다.

2. ‘인심―도심’으로 분류되는 마음의 분열은 내면의 전쟁을 함축한다. ‘인심’은 개체의 이기적인 욕구를, ‘도심’은 윤리적인 덕목을 실천하려는 보편적인 욕구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정약용은 이 싸움터에서 맹렬히 성찰하여 ‘도심’과 ‘인심’을 명확히 분별하고 ‘도심’을 기준으로 ‘인심’을 힘써 극복하라고 충고한다. 이처럼 치열한 성찰이나 주체적인 자기 극복이 없는 순수한 내면의 세계, 곧 ‘밝은 거울과 고요한 물[明鏡止水]’의 경지는 다산에게 환상과 같다.

3. 인생은 죽는 순간까지 선(善)을 할 수도, 악(惡)을 할 수도 있는 윤리적인 선택의 연속이다. 이러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정약용은 먼저 내면의 ‘도심’을 하늘이 내리는 윤리적인 명령[天命]으로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늘의 명령을 제대로 들을 수 없다면, 선을 하기는 어렵고 악을 저지르기는 쉬운 육체를 제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육체를 숭상하고 하늘을 잊어버린 우리 시대에 다산이 제시한 해법은 얼마나 멀고 또 힘든 길이 아닌가?

글쓴이 / 임부연
· 서울대학교 강사
· 제5회 다산학술상 우수연구상 수상
· 공저 : 『스승 이통과의 만남과 대화 : 연평답문』, 이학사, 2006
『유교와 종교학』, 서울대 출판부, 2009
· 공역 : 『시경강의(詩經講義)』 1-5, 사암, 2008
· 저서 : 『중국철학 이야기3 : 근ㆍ현대-유학의 변혁, 서양과의 만남』, 책세상, 2006
『정약용 & 최한기 : 실학에 길을 묻다』, 김영사, 2007


저작권자 © 남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