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순천 황전면 금평리 축산농가 사육소 41두 구조
보트 지원을 요청받고 달려온 순천거주 이태수씨 도움 커
이성기 조합장 등 직원들, 보트․장비 동원 소 떼 구출
“농민들에게 자식 다름없는 황소 목숨 구해 다행”

순천광양조합 직원들이 지난 8일 구례와 순천 황전면 경계에 위치한 금평리 축산농가 사육소들을 구조하고 있다.
수해가 발생해 도움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고 달려온 보트주인 이태수(50) 씨와 순천광양조합 직원들이 보트를 타고 지난 8일 구례와 순천 황전면 경계에 위치한 금평리 축산농가 사육소들을 구조하고 있다.

[순천/남도방송]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시간당 500mm 이상의 폭우가 섬진강 일대 쏟아진 지난 8일.

구례와 순천 황전면 경계에 위치한 금평리 축산농가에 사육되는 소들이 순천광양조합 직원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귀중한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섬진강 수계인 금평리는 이날 새벽부터 쏟아진 집중호우로 강이 범람하고 둑방이 무너지는 바람에 이 일대 수십 곳의 축산농가가 물에 잠겼다.

순식간에 닥친 집중호우는 마을을 거대한 하천으로 만들어 놓았다. 축사 지붕까지 물이 잠기자 아수라장이 됐다. 농민들은 자식같이 키운 소들을 축사에 둔 채 간신히 몸만 빠져나왔다. 울부짖는 소 떼를 멀리서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굴렀다.

“축사에 물이 계속 차는디 어쩌면 좋소. 빨리 도와주쇼”

순천광양축협 이성기 조합장은 농민들의 다급한 구조요청을 받고 이날 새벽 5시경 급히 현장으로 달려갔다. 축사가 거의 잠길 정도의 높이까지 물이 들어찼고, 물에 빠진 소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우적댔다.

섣불리 손을 쓸 수 없다고 판단한 이 조합장은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직원들과 소 떼 구조 대책을 논의했다.

11시께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던 직원들은 구조 장비 없이 맨몸으로 축사에 진입해 3~4마리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수심 2미터 이상으로 구조여건은 매우 위험했고, 축사 내부에는 각종 오물과 기름 등이 뒤엉켜 구조작업에 애를 먹였다.

이날 정오께 민간 고무보트와 크레인 등 구조 장비가 투입되면서 소 떼 구조에 속도가 붙었다. 고삐가 뿔에 묶인 소들은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뭍까지 따라왔다.

소 구조작업은 이날 오후 6시까지 이어졌다. 모두 45두 소 가운데 41두를 구조하는 성과를 올렸다.

한우는 마리당 600만 원을 호가하는데 농가당 적에는 10두에서 많게는 수백 두의 소를 사육하고 있다.

그러나 소 보험료가 비싼 탓에 대다수 축산농가에선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만일 소들이 구조되지 못한 채 떼죽음 당했더라면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성기 순천광양축협 조합장은 “물난리로 익사 위기의 소 떼를 구조한 경험은 생전 처음 있는 일”이라며 “농민들에게 자식이나 다름없는 소들이 구조돼 매우 다행이고,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에 동참한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 조합장은 “구조된 소들이 건강에 이상 없는지 건강상태를 살피고, 방역과 예방접종 등을 실시하고 있다”며 “기상이변으로 인해 앞으로도 얼마든지 홍수가 재발할 수 있는 만큼 사전예찰 확보와 장비 및 인력 등을 대비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순천광양조합 직원들이 지난 8일 구례와 순천 황전면 경계에 위치한 금평리 축산농가 사육소들을 구조하고 있다.
수해가 발생해 순천축협측으로부터 보트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고 달려온 보트주인 이태수(50) 씨와 순천광양조합 직원들이 보트를 타고 지난 8일 구례와 순천 황전면 경계에 위치한 금평리 축산농가 사육소들을 구조하고 있다.
저작권자 © 남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