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조망 펜스 쳐놓고 재산권 행사하는 주민 설득...통행 재개

지난해 11월 땅 소유주가 여수 돌산읍 향일암 인근 마을 주민들이 다니던 도로를 펜스로 막고 있다.
지난해 11월 땅 소유주가 여수 돌산읍 향일암 인근 마을 주민들이 다니던 도로를 펜스로 막고 있다.

[여수/남도방송] “내 땅 왜 허락 없이 무단사용합니까? 철조망을 설치할 테니까 내 땅 밟지 말고 다른 곳으로 돌아가주세요”

지난해 연말께 여수 돌산읍 향일암 마을에 평소 주민들이 통행하던 도로에 난데없이 철조망 펜스가 쳐졌다.

돌산읍사무소와 향일암 임포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땅주인 A씨는 작년 11월 향일암 인근 마을주민들이 수년간 통행하는 도로에 대해 차량과 사람 통행을 제한하는 조치를 해달라며 여수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지금까지 무료로 본인 땅을 사용해 왔으니, 여수시가 땅을 매입해달라는 요구였다.

A씨는 매일 여수시청을 찾아가 “길이 난 땅을 원상복구를 시켜달라”며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해왔다.

시는 “A씨 소유 토지에 난 도로는 과거 새마을도로로 불렸던 관습도로로, 전 토지주로부터 사용승낙을 받아 마을 안길로 사용하고 있었다”며 “주민들이 편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아스팔트 포장까지 마쳐 수년간 아무 문제 없이 사용해 왔었으나 토지주가 바뀌면서 분쟁이 시작됐고, 마을 민심도 흉흉해졌다”고 설명했다. 

매일같이 오가던 마을 길이 장애물로 막히자 당장 주민들의 불편이 커졌다. 1분이 채 걸리지 않은 길을 10분 넘게 돌아가야 했다.

시는 재산권 행사를 위해 통행 불가를 고수하는 A씨를 찾아가 수차례 설득했고, 주민들의 불편과 고충이 상당한 만큼 대승적 배려를 부탁했다.

그러면서 마을 주민 화합은 물론 마을 발전을 위해 시가 더 각별히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공감한 A씨는 지난 4일 펜스를 철거했다.

주민들은 “여수시의 적극적인 중재와 설득 덕분에 마을 길을 예전처럼 통행할 수 있게 됐다”며 “고질 민원을 내 일처럼 해결해준 여수시 관계부서 공무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주민 장 모(88, 남) 씨는 “통행이 막혔던 마을 도로가 주택가에 인접한 유일한 진입도로였는데 수개월 동안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이제라도 분쟁이 원만히 해결돼 예전처럼 도로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뿌듯하다. 마을 분위기가 밝아진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시 관계자는 “재산권 행사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민원인을 설득하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정성을 기울인 것이 결실로 맺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이해관계로 엮인 각종  민원 해결을 위해서 소통과 협치 등 대민행정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새마을도로나 농어촌도로 등 과거 관습도로가 지역에 산재한 만큼 이로 인한 주민 분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제도개선을 현재 추진 중이다. 

여수시의 적극적인 중재로 땅주인 A씨가 설치한 펜스가 3개월여 만에 철거되고 있다.
여수시의 적극적인 중재로 땅주인 A씨가 설치한 펜스가 3개월여 만에 철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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