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단일 지자체 거주 시민 최대 동시 출판’
순천 사람 쓴 책 1400여 종 삼산도서관 전시
2023년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가입 추진

시는 이달 11일 하루동안 시민 1540명이 책을 출간해 공식 인증(기네스 기록)을 받았다. 허석 순천시장이 한국기록원으로부터 공식 인증서를 받고 있다.
시는 이달 11일 하루동안 시민 1540명이 책을 출간해 공식 인증(기네스 기록)을 받았다. 허석 순천시장이 한국기록원으로부터 공식 인증서를 받고 있다.

[순천/남도방송] 순천시가 단일 지자체 가운데 시민이 동시 출판한 최다 책 신기록을 세웠다.

시는 지난 11일 하루동안 시민 1540명이 책을 출간해 공식 인증(기네스 기록)을 받았다고 밝혔다.

시는 올해 도서관 정책 목표를 ‘전 시민 책 쓰기 문화 조성’으로 정하고 시민을 대상으로 책 출판 지원과 책 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 11일 기네스 기록에 도전했고 공식 인증을 받았다.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 WRC(World Record Committee, 세계기록위원회)의 세계 기록 도전도 앞두고 있다. 

2023년에는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가입 신청을 할 계획이다.

이 같은 배경에에는 순천시가 문학적 자산이 많은 도시여서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조선시대 성리학의 발달은 많은 한학자를 배출했다. 순천 지역은 1500년 이후 유학적 지식을 갖춘 지식층과 유배객들에 의해 시문학이 발달했다. 

지역 출신으로 승평사은과 승평팔문장 승평팔문장 : 조선 효종(1619∼1659)때 순천출신 문인으로 최만갑, 양명웅, 박시영, 정우형, 정하, 정시관, 황일구, 허빈 및 ‘강남악부’의 저자 조현범(1716∼1790)이 있다.

‘강남악부’는 순천 지역 인물·역사·문화·전설·설화 등을 악부시의 형식으로 정리하여 지역사 사료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유배문학으로 조위(1454∼1503)가 쓴 ‘만분가’는 유배가사의 효시로 일컬어지고 있다.

순천의 근현대문학의 출발을 알린 임학수(1911∼1982) 시인이자 평론가를 시작으로 어른 동화시장을 개척한 정채봉(1946∼2001), 소설 ‘무진기행’의 김승옥, 1000만 스테디셀러 작가 조정래, 리얼리즘의 대가 서정인 소설가와 허형만 시인, 서정춘 시인, 순천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순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곽재구 시인 등을 비롯한 문호들을 배출했다.

순천시립삼산도서관 서가.
순천시립삼산도서관 서가.

순천은 지방도시 인구 규모에 비해 도서관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제1호 기적의 도서관을 비롯해 공공도서관 8곳과 작은도서관이 91개가 있으며, 현재 건립 중인 공공도서관도 2곳이 된다.

시민 1인당 장서 수는 4.1권이다. 도서관 이용자 수는 연간 90만여 명이다. 도서관 프로그램 이용자 수는 연간 9만5000명에 이른다.

이러한 지역의 문학적 기반과 역량은 시민의 삶 속에 인문학의 감수성을 불어넣기 충분했다.

순천시 도서관의 책 쓰기 사업은 2017년 그림책도서관에서 ‘시민 그림책 만들기’프로그램에서부터 시작돼 주목을 끌었다.

순천 소녀시대 출간 기념회.
순천 소녀시대 출간 기념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순천 소녀시대’가 탄생했다.

늦깎이 공부를 시작한 할머니 20명으로 구성된 순천 소녀시대는 2019년 에세이집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를 출간했다. 

'가난 때문에', '혹은 여자라는 이유'로 글을 배우지 못했던 할머니들이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과 용기를 불어넣었고, 전국적으로 반향을 일으켰다. 현재 1만9000권 이상이 팔린 스테디셀러가 됐다. 

2019년부터 1인 1책 쓰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다.

어린이부터 시작해 청소년, 성인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책 쓰기 프로그램과 책 출판 지원 사업을 실시하며 시민 작가들을 양성했다. 

지난해에는 시민과 직원에게 출판 비용 일부와 출판 원고 교정 등 출판 지원을 했고, 시립도서관 6곳, 작은도서관 7곳, 지역서점 5곳, 관내 초중고 17개교에서 책 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순천시가 운영하는 책 쓰기 프로그램. 한 어린이가 작문에 열중하고 있다.
순천시가 운영하는 책 쓰기 프로그램. 한 어린이가 작문에 열중하고 있다.

이 결과 지난 11일 1540명의 시민들이 인쇄본 911종, 전자책 252종 총 1163종의 책을 동시 출판했다.

최연소 시민 작가의 나이는 만 5세, 최고령 시민작가는 만 87세로 거의 모든 연령의 시민들이 책 출판에 참여했다.

순천시립삼산도서관에는 ‘순천사람들이 쓰고 함께 읽는 책’ 서가를 운영하고 있다. 순천에 살고 있는 사람, 순천이 고향인 사람들이 출판한 책을 모아든 공간이다. 현재 520여 명이 쓴 1400여 종의 책이 비치되어 있다. 

순천사람들이 쓴 책 외에도 전 시민, 유관기관·단체, 출향인사 등을 대상으로 순천 인물에 관한 자료도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있다.

내년 준공 예정인 신대도서관에는 별도의 인물자료실을 조성하여 보관할 계획이다.

시는 ‘유네스코 창의도시’ 문학 분야 도전을 준비 중이다. 유네스코 창의도시는 2004년부터 시작된 문화 다양성을 위한 국제연대 사업이다.

현재 문학 분야는 세계 27개국 39개 도시가 가입해 활동 중이며, 우리나라 도시로는 부천, 원주가 가입했다.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 가입이 순천의 문학 전통을 세계에 알리고 문학공동체 육성, 문학관광 발전과 문학 대중화, 국제 네트워크를 증진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허석 시장은 “책 읽는 도시, 도서관의 도시는 많지만 시민이 책을 쓰는 도시는 많지 않다”며 “누구나 책을 쓰는 시민작가를 배출함으로써 시민이 쓴 책으로만 되어있는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고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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