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남도방송] 언제 움츠리고 살았나 싶을 정도로 늦봄의 햇살이 따사롭고 하늘은 맑은 날의 행진이다. 모처럼 주말에 얘들을 데리고 넓은 바다에 소리 한 번 외치러 나서보면 어떨까?

돌산대교를 지나 굽이굽이 지나다 보면 섬이었다가 얼마 전 다리가 놓여 섬이라는 도(島)를 사용하지 않는 백야마을이 있다.

■ 바다도 좋고, 산도 좋아라!

마을 선착장에 이르니 낭도, 사도를 행하는 카페리가 정박하며 손님을 기다리고, 한 쪽에서는 본격적인 산행을 위해 신발 끈을 고쳐 매는 이들이 곳곳에 보인다.

백야에서 동네 뒷산인 백호산(286m)을 오르려 찾는 등산객과 낭도를 비롯한 이웃 섬에 여행이나 낚시를 위해 많은 이들이 찾고 있는 곳이다.
(여행정보: 태평양 해운, http://www.sa-do.co.kr/ )

마을 아낙들은 잠깐 물이 난 사이에 마을 앞 갯가에서 바지락을 캐느라 물어도 대답도 않고 손놀림만 빠르다. 겉은 나이가 꽤 되어 보이지만 세월을 말하는 손놀림은 가히 달인지경이다. 

▲ 바지락 캐는 여수 백야마을 아낙들

■ 달작 비지근한 두부냄새

큼지막한 안내판이 있어 찾아드니 허리 구부정한 촌부(村婦)가 반가이 맞는다. 김 정엽(68)사장님이시다. 두부를 만들어 내시고 잠깐 쉬고 계시는 시간이었다. 소문을 듣고 일부러 찾아 왔다 했더니 더욱 반기며 두부를 내오신다.

▲ 콩은 기계로 갈지만 두부 판의 누름이 무겁지 않으니 빈 공간이 군데군데 보인다.

따뜻하게 데워져 나오는 두부가 두부를 걸러 낸 물을 식혀서 그 물에 담그니 두부의 향이 빠지지 않고 그대로 보존이 된 탓인지 콩의 고소롬한 향이 코를 먼저 자극한다. 코를 벌름거리며 두부 한 쪽을 떼어 입에 넣으니 말 그대로 달작 비지근 하다. 유통되는 고급형 두부의 고소함 보다는 약하지만 분명 고소함이 있고, 싱거운 듯 하면서도 짭조름한 맛이고, 단 듯 하면서도 콩과 바다가 융화된 비릿함이 있다. 맛의 표현에 대한 적당한 단어연상이 떠오르지를 않는다.

■ 두부에는 김치가 최고?

얼마나 묵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형적 시골 묵은 김장 김치다. 양념이 많아 싫지 않을 만큼의 군둥내가 나는 묵은 배추김치와 잘 익은 마늘 김치가 나오고 조선장과 왜장을 적당히 혼합한 듯 한 간장에 양파를 잘게 잘라 양념장을 만들었다.

묵은지에만 싸서 먹어보고, 풋마늘김치에만 싸서도 맛있고, 양념장에 푹 찍어 양파랑 곁들여 먹으니 두부의 부드러움, 양파의 사각거림, 장의 간 맞춤의 조화가 이 또한 별미 아닌가? 지역 유자 동동주를 벌컥거리고 두부, 배추김치, 마늘김치를 싸서 한 잎에 넣으니 앞좌석에 합석한 우리 마눌 님이 양귀비다.

▲ 잘 익은 묵은 배추김치, 풋마늘의 적당한 삭힘은 두부와의 궁합이 환상이다.

■ 두부 간수는 천연의 바다

음식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모두가 자연의 일부인지라 자연에서 주는 대로 거두고 최소한의 가공으로 하는 것이 최고이리라.

동네에서 거둔 지역의 콩으로 바로 앞에 하늘이 준 또 하나의 축복인 맑은 바닷물을 떠다가 간을 맞추니 이 두부 역시 자연이라 칭해도 되지 않을까?

자연이 자연을 취하니 같이 하나 되어 내가 밭이 되고, 콩이 되고, 콩을 삶는 나무 장작이 되고, 두부의 간을 맞추는 바다가 되었도다. 제 할 일을 다 한 냥 한쪽에 조용히 놓여 있는 목재 두부 틀이 무척이나 고맙다.

▲ 콩물을 틀 안의 베에 싸서 넣고 위에 무거운 돌로 눌러주고 굳기를 기다린다.

음식점 정보: 전남 여수시 화양면 백야리 51, 061)685-1027, 손두부, 유자 막걸리
저작권자 © 남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