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남도방송] 7월1일이면 전국의 광역자치단체장을 비롯하여 수백 명의 기초자치단체장 모두가 새롭게 4년의 임기를 시작하는 취임식을 합니다.

다산 정약용이 지은 48권의 『목민심서』는 어떻게 해야 훌륭한 목민관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는가를 가르쳐주는 목민관들의 지침서입니다.

200년 전의 책이니 법이나 제도가 지금과는 많이 다르고 모든 면에서 큰 변화가 있었기에, 지금의 제도나 사회적 조건과는 큰 차이가 없을 수 없으나, 원론적인 이론이나 기본적 정신에는 부합되는 분야가 많기도 합니다.

다산의 기본정신에만 충실하게 따른다면 4년 임기의 목민관 생활은 아무 탈 없이 할 수 있다고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바쁜 일정에 방대한 책 전부를 읽도록 권하고 싶지는 않으나, 12편 중에서 최소한 「율기」편 하나만이라도 읽고 나서 취임하고 업무에 임한다면 어떨까요.

너무 바빠서 율기편 전체를 읽을 수 없다면 그 중의 칙궁(飭躬)조항 중의 몇 줄만이라도 읽어보면 어떨까요.

“하늘은 목민관 한 사람만 부유하게 하려는 뜻은 없다.

대개 모든 가난한 사람들을 목민관에게 의탁하려는 뜻이 있다. 하늘은 목민관 한 사람만 귀한 신분에 있도록 하려는 뜻도 없다. 대개 모든 천한 사람들을 목민관에게 의탁하려는 뜻이다.

가난하고 천한 사람이 제 힘으로 벌어먹고 살아가니 설혹 잘못이 있어도 탓할 수 없으나, 부하고 귀한 목민관은 벼슬을 차고 녹까지 받는다.

그 녹은 만민의 피와 땀을 한 사람이 받아쓰는 것이니 하늘이 그 잘못을 따지는 경우에는 무엇보다 엄중하게 하지 않으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명나라의 학자·관인이던 정선(鄭瑄)이라는 사람의 말을 인용하여 했던 말입니다.

자신의 피와 땀으로 벌어먹고 살아가는 일반 백성이야 죄를 짓더라도 따지기가 어렵지만, 백성들의 피와 땀으로 녹을 받아 귀하고 부하게 살아가는 목민관이 백성들의 가난과 천함을 돌봐주지 않는다면 하늘은 결코 그냥 두지를 않는다는 무서운 경고였습니다.

자신들의 가난과 천함을 돌봐달라고 선거에서 밀어주어 당선된 목민관, 그렇게 지지해준 백성들을 돌봐주지 않는다면 왜 하늘이 그냥 있겠습니다.

새로 취임하는 모든 목민관들, 마음에 각오를 심는다는 뜻으로라도 목민심서의 칙궁조항을 읽어보기를 거듭 권합니다.

다산연구소 이사장 박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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