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 입구 향토가든 “흑염소 떡갈비”

[맛집/남도방송]사람들은 물론이려니와 동물들이나 식물들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 대한 향수와 귀소적 욕망은 생물체 대부분의 본능적 성향이라 한다.

이는 처음에 접하게 되는 환경과 음식이 생물체의 기초적인 성향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성장하면서 환경에 차츰 적응하고 많은 변화들이 이루어지지만 그 근본 성향은 좀처럼 바뀌지를 않는다.

우리가 외국여행을 하면서 김치가 생각나고, 국내 여행을 하면서도 지역음식점들의 음식 맛이 생각나는 것은 모두 이러한 이유이다.

자연에 취해 동행도 잊고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울창한 가로수 길을 누비며 지역 명산 조계산 자락을 들어서니 막힌 무언가가 시원스러워지는 심정이다.

맑은 계곡 옆을 따라 도로를 달리며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보니 어느새 목적지를 지나쳐 선암사 주차장이다. 순간 탁 트인 공간에 액막이 정승처럼 몇 백 년을 꿋꿋하게 제자리를 지켜온 노목의 위용이 대단하다.

▲ 선암사 입구 전경

오랜만에 자연에 취해 두리번 두리번 허둥허둥 하다 보니 동행한 일행이 혼자 온 거냐며 살짝 새침을 표한다. 아쉬운 맘을 접은 채 차를 돌려 목적지에 이르니 머리에 예쁜 두건을 한 젊은(?) 김 오님(53)사장님이 반가이 맞는다.

개울가에 자리한 별채에 자리하고 향토가든의 자랑 떡갈비를 주문하고 잠시 향긋한 산바람을 맞으며 상차림을 기다린다.

조계산을 다 옮겼다

쉴 새 없이 나오는 음식들에 한 번 놀라고 종류와 깔끔함에 가슴이 무척이나 설렌다. 이 것도 저 것도 젓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여 입에 갖다 나르기 바쁘다.

이제는 어느 음식점이나 기본이 되어 버린 묵은지를 비롯한 숙성김치들, 깨끗하고 시원한 맛의 백김치, 머위 잎, 머위 대, 깻잎, 죽순, 마늘, 매실, 늙은 오이 들로 만들어진 짱아찌 들 그리고 신선한 나물 들은 눈, 코, 귀, 입 어느 것 하나를 그냥 두지 않고 계속해서 괴롭혔다.

아직은 이 지역에서는 향토가든에서만 맛 볼 수 있다는 자두 짱아찌는 진정 별미였다.

▲ 새콤달콤한 맛의 자두 짱아찌

연 중 수확기간이 무척이나 짧고 짱아찌를 담을 수 있는 자두의 종류도 한정이 되어 있는지라 무척이나 귀하고 귀한 음식이라고 사장님의 자부심이 여간 아니다. 한 점을 들고 입 안에 살포시 넣으니 달콤한 향이 코를 먼저 자극하고 혀에 스르르 번지는 달작지근 함이 황홀하다.

자두 속살에 은은히 베어 있는 달지근한 부드러움에 살짝 깨무니 자두껍질이 아삭거리며 푸른 신선함을 뿜어내어 단 맛의 느끼함을 상쇄하고 중독을 일으킨다. 무척이나 맛있다. 자랑할 만도 하시다.

부드러운 듯 쫄깃함으로

염소고기는 잘못 다루게 되면 무척이나 질기게 느껴지는 식감을 가진 육류이다. 워낙 운동량이 많고 잡식성이어서 염소 한 마리에서 살이 차지하는 부분이 별로 없고 근육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짐을 잘하고 일체의 첨가를 하지 않은 채 고기로만 동그랗게 말아서 만들어진 떡갈비가 참 숯 화로위에 오려지고 빨간 고기색이 점차 사라지며 가무잡잡한 갈색으로 변하며 풍기는 냄새는 기다리는 사람을 극도의 흥분상태로 몰아 간다.

▲ 흑염소 떡갈비가 참숯 불 위에서 익어가고 있다.

드디어 깻 잎 짱아찌를 한 장 깔고 떡갈비를 욕심껏 통째로 한 덩어리 얹어 묵은지로 덮고 매실을 반찬으로 커다란 한 쌈을 하니 짭쪼름하게 신 맛이 나는 깻잎이 침을 만들고 떡갈비의 부드러운 감촉이 은연히 살갑고 정겹다.

부드러운 살 맛에 오물거리니 중간 중간에 오돌오돌하게 살이 씹히는게 느껴지고 함께한 묵은지가 간을 잘 맞춰 떡갈비의 맛을 최상으로 이끌어 올린다.

달지 않게 양념한 떡갈비에 짱아찌와 묵은지의 조화는 흡사 내 입안에서 흑염소가 한가로히 풀을 뜯어 먹으며 만족하듯이 음메~~~ 소리내어 웃는 한 폭의 목장 전경이다.

매실 짱아찌로 깔끔해진 입 맛은 또 한 번의 멋진 쌈을 애타게 조르고 있다. 얼른 싸서 입 안의 홀로 있는 흑염소에게 친구 한 마리를 기쁜 마음으로 선사 한다.

▲ 흑염소 떡갈비를 맛있게 먹는 방법 중의 한가지

추세는 신토불이(身土不二), 지산지소(地産地消)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인가 신토불이(身土不二)가 애국적인 마음으로 출발을 했다면 일본에서는 2003년부터 우리나라의 신토불이를 벤치마킹 해서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을 하고 있다.

이른바 지역에서 나는 식품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지역 사랑 운동이다. 이 운동들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으며 향토음식의 개발 및 발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요즈음의 음식점의 추세는 여기에다 자신들이 직접 가꾸거나 제휴하여 생산자와 구입날짜를 공개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음식재료와 조리에 대한 신뢰도를 향상 시키고 건강에 대한 정보들을 제공한다.

현대인들의 관심이 맛과 더불어 건강을 생각하는 웰빙에 대한 선호가 증가함으로써 음식점들도 거기에 발 맞추어 행보하는 곳 만이 잘 되는 비결이기 때문이다.

흑염소를 직접 키우고 텃 밭과 인근 야산에서 채취한 야채들로 차려진 향토가든의 밥상은 진정한 이 시대의 웰빙 상차림이라 여겨진다.

<음식점 정보: 순천시 승주읍 죽학리 1632-1, 061)751-9076, 흑염소요리, 닭요리, 능이 버섯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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