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조례동 화로지기 “화로세트”

[맛짓/남도방송]내리는 비는 오락가락 몸 가눔을 성가시게 하고 축축하게 밀려오는 습의 기운은 여름이라는 계절과 함께 불쾌지수를 한 껏 끌어 올리며 잠자리를 꽤나 불편스럽게 한다.

이럴 때 생각나는 것이 어디서 소주 한 잔 하고 들어와서 잠을 청하면 잠에 푹 빠질 것 같은 유혹이 생기지만 늦은 시간이라 장소를 찾는 일이 영 마땅치가 않다. 그 들에게 감히 화로지기를 권해 본다.

행복한 유혹이 줄 줄 줄...
주문을 하고 잠시 기다리니 전채(일명 스께다시)상이 차려지기 시작한다. 생선초회무침, 통마늘 구이, 만두, 계란찜, 생 야채, 물 김치 등 떡 벌어지는 상이 예사롭지 않다.

그러고도 식사 전이거나 소주가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이들을 위하여 야채를 넣은 닭 죽을 별도로 준비하고 셀프로 제공되고 있었다. 이 죽을 먹기 위해서 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나는 멋진 식사(?)였다.

▲ 셀프로 무료제공 되는 보신용, 식사 대용 기능의 닭죽

한 판에 고루고루
새빨갛다 못해 푸르스름한 색을 띠는 참 숯 화로가 테이블 중앙에 놓이고 드디어 주문한 메뉴가 제공되었다. 마늘양념 닭발, 마늘양념 모래주머니(일명 똥집), 마늘양념 돼지 껍데기, 그리고 고추장으로 잘 버무려진 닭발이 모둠 한 판으로 제공 된다.

양념이 진한 음식을 먼저 먹으면 나중에 먹는 순한 양념들의 음식 맛이 저하 되기에 고추장 양념을 제한 나머지들을 고루고루 참숯 위 구리석쇠에 고이 정성스레 올려 본다.
▲ 참 숯 구리석쇠에 올리고 굽는 모습

잘 구워진 닭발을 청량고추가 들어있는 제공된 소스에 찍어 입 안에 턱 놓고 보니 쫄깃한 닭발이 혀 위를 자박자박 걷는 느낌이다. 참숯향을 맞은 마늘이 달콤하게 느껴지고 제공된 소스와 청량이 간을 맞추어 말 그대로 소주 안주에는 안성마춤이다.

시원하게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도록 소주를 냉동고에 보관하여 나오는 소주병이 싸한 느낌으로 손바닥에 쩌억 달라 붙는다. 모래집에 껍데기 그리고 구워진 감자를 달랑달랑 집어 먹다 보니 한 잔만 하려던 소주가 벌써 동이 나고 한 병이 더 들어온다. 이쯤해서 불판을 갈고 양념 닭발을 올려 볼까?

화로를 두고 도란 도란

술자리는 뭐니 뭐니 해도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식으로 좋은 이야기를 도란 도란 많은 이야기를 해 가면서 먹는 것을 최고로 친다.

고추장 특유의 부드러운 듯 매콤함은 허허실실 웃으며 모든 것을 감싸다가도 불의나 잘못을 보면 용납하지 못하는 친구 녀석의 성격이랑 어찌 그리 똑같은지. 같이 하는 지난 추억 이야기에 술 잔이 절로 기울어지고 은은히 닭발을 굽기 위해 쉼 없이 타오르는 참 숯은 내조하느라 고생인 아내의 얼굴이고 모습이다.

고맙고 미안해서 잔은 또 기울여지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더위도 잊고 습해서 느끼는 눅눅한 불쾌함도 잊은 지 이미 오래다. 밤은 그리 그리 깊어져만 간다. 정말 아름다운 밤이다.
▲ 메뉴 화로구이 셋트의 모습

기간은 짧지만 매니아가 많다.
가게 문을 연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난 것은 아니지만 체인점 사업을 하려 할 정도로 음식과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는 최 병현(42), 이 양숙(39) 사장님 부부의 성실하고 부지런한 모습과 마음이 고객들에게 전달이 되었는지 한 번 온 손님이 또 다른 손님들을 모시고 오는 단골들이 무척 많다.

이러한 마음들은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어 최선을 다해 고객서비스를 하려 힘찬 목소리로 부지런히 뛰어 다니는 그 들의 모습이 꽤나 멋지게 보인다.

옆자리에서 굽고 있는 매운 갈비가 숯 불 위에서 자글 거리는 소리와 냄새, 쫀득하게 구워지는 모양새가 살랑 거리며 유혹을 한다.
▲ 지글지글 구워지는 소리와 쫀득하게 구워지는 매운갈비 구이

안주 하나 더하고 술을 좀 더 할까나? 아이고 내 옆구리 살은 또 어떡하지?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식을 좋은 이야기와 먹다 보니 오래 있고 싶은 마음에 많은 솔깃함을 뿌리치기가 무척이나 힘든 밤이다.

<음식점정보: 순천시 조례동 1096-1, 061)724-2992, 돼지고기, 닭류, 해물류 참 숯 직화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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