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팡골 콩나물 국밥집의 ‘콩나물 국밥’

[기획/남도방송]늦은 밤 거나해진 비틀거림으로 미처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나, 애주가들이 좌충우돌 시끌벅적한 밤새 술자리의 여운이 남아있는 아침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음식이 콩나물 국밥이라지만 필자는 오늘 후더분한 여름 30도가 오르내리는 날씨에 콩나물국밥이 먹고픈 생각에 가끔 즐기던 곳으로 무작정 향한다.

남부시장 식 그리고 삼백집 식

콩나물 국밥이 많이 발달한 곳이 전주지역이고 재료는 비슷하지만 끓이는 방식과 제공 방법에 따라 크게 남부시장식과 삼백집식으로 양분되어진다.

삼백집식은 밥과 육수 콩나물 및 양념을 넣고 한 번 더 끓여서 제공을 하고 남부시장식은 밥을 넣고 육수와 콩나물을 끓여서 붇고 갖은 양념을 위에 얹어서 제공하는 방식이다.

▲  부글부글 달구어진 뚝배기에 먹음직스러운 콩나물 국밥

달구어진 뚝배기인지라 아직도 팔팔 끓고 있는 녀석의 모습을 보니 남몰래 속앓이 하는 내 마음을 아는 듯싶어 무척이나 반갑다. 그래 실컷 울어라. 네가 속울음 삼키는 나 보다 훨씬 용기 있고 현명하구나. 표현하는 네가 아름답다.

코스와 궁합이 있다?

팔짝거리는 국물을 제공된 수란에 몇 숟가락을 떠서 붓고 김가루를 소복이 얹어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스프를 만든다. 뜨거운 음식을 갑자기 먹으면 속을 상할 수 있기에 미리 속을 보하기 위한 조상들의 오랜 음식 지혜이다.

▲ 김가루가 소복히 얹어져 있는 수란(속을 상하지 않게 국밥을 먹기전에 먹어주는 센스)

잘 저어진 스프를 앞에 놓고 들이키려는데 참을 수 없는 유혹이 필자를 또 기다린다. 바로 모주(母酒)다. 술 꾼 아들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탁주에 생강, 대추, 계피 등 많은 약재를 넣고 끓인 술도 아니요, 음료도 아닌 어머니의 사랑이다. 모주가 집집마다 다 다르지만 묘하게 그 집의 콩나물 국밥과는 최고의 궁합이다.

▲ 갖은 약재로 만들어진 모주(母酒)

은은히 밀려오는 약재의 향이 상처받아 울먹이는 내 마음을 살포시 어루만지고 혀 끝에 감도는 달콤함이 내 가슴의 쓰린 생채기를 가만히 감싼다. 입 안에 머금어 위로하던 모주 녀석을 넘기고 수란을 입 안에 품으니 입 술 양 끝이 절로 위를 향한다.

이제 속도 다스렸겠다 본격적으로 콩나물국밥을 시식을 해 볼까나.

입맛과 취향에 따른 팔색조 음식

탕이란게 보편적으로 주인은 가장 원초적인 맛을 제공하고 입 맛과 취향에 따라, 그리고 그 날의 기분에 따라 아주 다양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옴팡골의 기초적 맛을 느끼기 위해 알맞게 따뜻해진 국물을 한 모금 떠서 먹어 본다.

▲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오징어 젓갈을 올린 밥 한수저

깨끗하다. 맑다. 깊다. 첫 숟갈이 내게 전하는 말 들이다. 다양한 미사여구들이 다 잊혀 질 정도로 그냥 심플하게 전해 오는 맛이다. 형용사들이 오히려 부끄러울 정도로 단순하며 깨끗하고 맑은 말 그대로 조선의 백자의 태라 일컬을 정도다.

10여년 가까이 운영을 해 오시는 김 영태(52)사장님은 콩나물 국밥을 해장식이라 여기는 곁들이 음식이기 보다는 한 끼 식사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맛과 재료에 최선을 다한 정성을 기울여 국밥을 만드시고 손님을 맞이 하신단다. 곁에서 따님에게 팔짱을 내주고 빙그레 웃으시는 여사장님의 모습이 국밥에 들어가 함께 잘 말아진 깊게 익은 김치의 맛이다.

아삭거리며 씹히는 콩나물에 간간히 걸려오는 오징어의 쫄깃함 그리고 국물에 깊숙이 배인 김치의 맛은 달콤한 모주 한모금과 함께 내 안의 모든 해독(害毒)을 해독(解毒)한다.

등골에 주르르 흐르는 땀이 몸을 가뿐하게 앉히니 이마에 송글이 맺힌 땀방울이 머릿속을 씻긴다. 어제는 술을 먹지 않았고 일주일 전의 술이 기운이 마저 나가는 기분이다.

맛있다, 멋있다, 즐겁다.

육수가 맛있고 콩나물이 맛있고 김치가 맛있고 말아진 밥에 씹히는 오징어가 맛있다. 사장님 부부 내외가 멋있고 황토벽을 쌓아 갈라진 틈이 멋있고 간간히 놓인 예쁜 소품들이 멋있고 아담한 한옥의 안락함이 멋있고 흙벽을 따라 힘차게 뻗어나가는 담쟁이가 멋있다.

맛과 정성이 깃든 음식을 대하니 즐겁고 멋을 대하니 즐겁고 사람을 만나니 즐겁고 해독이 해독되니 즐겁다.

▲ 구수한 실내인테리어가 찾아오는 손님에게 안락함을 선사한다.

음식점 정보: 전남 순천시 저전동 142-6 , 061)743-5858, 콩나물국밥, 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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