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면 장수리 ‘장수만의 바지락 칼국수’

[기획/남도방송]이제 폭염은 안녕(?)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하늘은 제법 높이 올라 서있고 늦은 밤 잠 못 이루는 날도 부쩍 줄었다. 간사하고 간사한 것이 사람의 마음이랬던가? 덥다 소란피우며 냉방을 찾아 허둥대던 모습이 무참할 정도로 ‘뭐 좀 따뜻하고 시원한 국물 좀 없나?’라는 생각이 머리끝을 자꾸 맴도니 말이다.

담백하고 깔끔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바지락을 푹 고아낸 뽀얀 국물에 면을 넣어 먹는다면? 수소문 끝에 바로 앞 바다에서 채취한 바지락으로 자칭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양의 바지락을 제공한다는 바지락칼국수 집이 있어 찾아 가본다.

자연을 찾아...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장수만은 김 승수 사장의 건강악화로 몇 년전에 이 곳에 자리를 잡았다 한다. 건강을 솔잎으로 회복하게 된 김 승수 사장은 솔잎으로 담근 차와 술에 대한 열렬한 전도사가 되어 장수만을 바지락 칼국수와 함께 전통차를 파는 찻집으로 운영하고 있다.

▲ 아기자기하게 다양한 소품들로 꾸며진 매장 내부 전경

본인이 상한 몸을 이끌고 이곳에 들어와 좋은 환경과 자연에서 자연을 먹으며 건강을 회복한 터라 그의 정성과 마음에는 힘과 자신감이 넘쳤다.

매장 내 여기저기에 놓여진 소품들은 본인이 사용하거나 주변 지인들이 선물한 것으로 김 승수 사장의 옛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우와~~, 폼 잡을 만 하네.

‘ㅎㅎㅎ, 이게 뭐야? 이걸 둘이서 다 먹으라구?’

테이블에 놓인 바지락칼국수를 보는 순간 희열이 반, 헛웃음이 반이다. 항아리처럼 생긴 옹기 그릇에 담겨진 바지락칼국수의 양을 보는 순간 대한민국에서 반지락을 가장 많이주는 집이라는 자칭의 자랑이 결코 거짓이 아님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잘 우려져서 뽀얀색을 맑게 내 뿜는 사이로 깨끗하게 손질된 바지락들이 입을 벌리고 잘 여문 자신들이 속살을 살포시 내밀고 있었다.
‘사장이 폼잡고 자랑할 만 하네, 정말 양 많다 이거!’
음식의 양에 한 번 놀라고 나니 선뜻 손을 내 밀기가 무섭다. 허리띠를 풀고 단단히 각오를 하면서 전투를 하는 마음으로 의자를 바짝 당기고서야 먹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바다의 맛 그리고 청정뻘의 맛.

입에 맴도는 군침을 제끼고 뽀오얀 우윳빛 국물을 살포시 떠서 입안을 적신다. 맑고 깨끗함을 전하는 첫 맛은 가을의 맑은 하늘이요, 시원하게 개운함을 뒷따르는 맛은 남해 바다의 청정함이 묻은 맛이다. 알맞은 온도와 간은 자연이 전하는 순수함 그 자체이었다.

큼지막한 바지락을 하나들고 통째로 혀에게 내미니 이리 오물 저리 조물거리며 혀와 입술이 때 아닌 전쟁을 치르며 탱탱한 바지락의 살을 느끼려 난리다. 보드랍게 다가와 쫄깃하게 씹히는 바지락의 살의 맛은 아직은 때 묻지 않은 저 남쪽바닷가에 오랫동안 터 잡아온 그들의 고향 뻘의 청정함을 들려주었다.

▲ 옹기그릇 아래쪽에서 드디어 발견된 칼국수 

한 참을 정신없이 바지락 까먹기에 빠져 있다가 그릇의 절반 이하로 내려가 칼국수가 드러나고서야 내가 칼국수를 주문했음을 깨달았다. 통통하게 생긴 면발이 부추를 입어 연두색을 발한 채 ‘나의 맛도 느껴 주세요’라며 호소를 한다. 깊은 곳에서 오랫동안 잠겨 있던 면임에도 불림이 많아 흐늘거린다든가 쫄깃함이 준 맛이 전혀 없다.

쫄깃함에 톡 끊어지듯 부드러움은 또 다른 맛의 기준을 알린다. 바지락 국물이 결코 가볍지만 않았던 이유도 칼국수가 저 아래쪽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음 때문이리라. 그렇다. 음식이든 삶이든 항상 제자리에서 제 몫을 다해야만 음식은 더욱 맛이 뛰어나게되고 세상은 많이 아름다워지는 것이 세상만물의 올바른 이치인가 보다.



나는 내 자리에서 내 역할을 잘하고 있을까? 문득 어젯밤 도끼눈을 뜨던 아내의 얼굴과 오늘 뜨거운 이 바지락 국물이 더욱 시원하게 느껴지는 이유를 생각하니 괜히 부끄럽다.

음식은 궁합이다.

바지락칼국수는 보통 막 버무린 겉절이김치에 먹어야 제 맛이라고 생각한다. 자칫 밀가루의 텁텁함과 해물의 밋밋함이 제 맛을 방해 할까봐 신선하고 생생한 막 담은 김치를 제공하게 된다.

하지만 오늘 또 하나의 음식 궁합을 본다.

▲ 사진. 바지락 칼국수에 제공되는 잘 숙성된 무와 돌산 갓김치

좋은 무로 알맞게 삭은 무 깍두기는 사각거리는 시원함을 달콤하게 자랑하고 부드럽게 오지랖 넓은 돌산의 갓이 숙성을 거치니 이땅의 어머니들만큼이나 강하게 제 몫을 단단히 한다. 정말 멋진 궁합에 미안한 줄 모르고 몇 접시를 추가도 해 본다.

땀 흘리며 맛있게 먹고 가뿐해진 몸으로 시원한 바다를 맞으니 환절기에 비틀거리던 몸이 절로 중심을 잡는다. 그래 또 나가자, 나의 일이 기다리고 있쟎나!!!

<음식점 정보: 여수시 화양면 장수리 930, 061)685-0603, 바지락칼국수,전통차 >
저작권자 © 남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