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항 도시 여수, 다국적 쓰레기 집합장 전락

[여수/남도방송] 한려해상 남해안이 해류를 타고 밀려온 다국적 해양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천혜의 비경, 청청바다로 대표되는 남해안의 깨끗한 환경을 볼 수 있는 날도 이제 머지 않았다는 걱정부터 앞서고 있다.

지난 11일 여수 화정면 안도 이야포 몽돌 해변.

넓게 드린 해안가에 음료수병, 라이터, 주사기  등의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고, 각종 플라스틱 어구와 폐그물 등이 나뒹굴고 있는 광경은 말그대로 난장판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쓰레기가 국산이 아닌 중국, 일본, 대만 등 국제 쓰레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날 해변가에서 발견한 쓰레기만 해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아립에미레이트, 태국, 필리핌, 베트남, 이집트 등 무려 13개여 개국 쓰레기를 발견됐다.

수십개의 마대자루에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는 봉사대원들의 앞에 산더미 처럼 널린 이곳은 마치 난지도를 방불케했다.

▲ 안도 이야포 몽돌해변에 산처럼 쌓여있는 다국적 쓰레기.

◇ 외국 쓰레기 유입 해마다 증가

문제는 외국 쓰레기 유입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서남해환경센터가 올해 신안 흑산도와 완도 보길도, 여수 거문도와 고흥 남열, 광양만과 경남 남해 등 서-남해안 섬을 조사한 결과 바닷가 쓰레기 가운데 외국 쓰레기 비율은 2006년 12%였으나 2008년에는 20%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체가 올해 수거한 쓰레기만 해도 모두 600여점. 국가별 비율은 중국 - 일본 - 대만 -말레이시아 등으로 다양했다.

김대준 안도어촌계장(40)은 “쓰레기를 치운 지 수개월도 안 됐는데 이 많은 쓰레기를 어떻게 치워야 할지 막막하다”며 “인근 무인도에는 우리나라 인근에서 밀려온 스티로폼이 어른 가슴 높이까지 쌓여 있다”고 전했다.

◇ 남해안 오염국내 쓰레기까지 합세

여기에 최근까지 내린 집중호우로 국내 쓰레기가 해안가를 뒤덮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모두 섬진강댐에서 한꺼번에 떠내려 온 것들로 더욱 큰 문제는 바다에 떠 있는 쓰레기가 조류를 타고 끊임없이 해안가로 밀려들고 있다는 점이다.

넘쳐나는 쓰레기에 어민들은 생업도 포기할 지경이다.

김정기 여수 신덕어촌계장은 "치우는 건 오늘 어느 정도 치웠다 싶으면 뒷날 자고 일어나면 어제 쌓인, 어제 것 지지 않게 오고 또 바다에 나가도 항해를 못나간다"면서 "바다에 가면 쓰레기가 자고 일어나면 모래섬 하나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고 하소연했다.

◇ 해양환경 엉망…박람회 어떻게 치루나 '한숨'

사정이 이렇자 여수세계박람회 개최가 2년도 남지 않지 않은 현 시점에서 박람회 주제인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을 구현해낼수 있을지 지역민들의 우려 목소리를 낳고 있다.

‘다국적 해양쓰레기’가 해변에 판을 치고 있는 광경을 본 관광객들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관광객 정선욱(32, 서울)씨는 “오랫만에 고향에 내려왔는데 도로망도 개선되고 발전된 모습에 감회가 컸는데 막상 해양 환경은 크게 오염된 것 같다”면서 “이래가지고 어떻게 박람회를 치룰 수 있을지 한숨만 나온다"고 한탄했다.

박람회에서 해양환경의 중요성이 가장 큰 주제인데 이렇게 지저분한 환경을 그대로 놔둔채 행사장 일대만 깨끗하게 정비한다면 박람회 유치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 지역 경제, 해상안전 걸림돌…대책없나

그렇다면 해결 방안은 없는 것일까.

쓰레기 문제는 지역 수산업을 비롯한 해양안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가까운 일본도 중국해상에서 밀려온 쓰레기로 곤욕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쓰레기 문제는 비단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완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해양쓰레기로 인해 김 양식 등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으며, 여수 일부 어촌계에서도 굴양식을 비롯해 가두리양식 등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더불어 선박 안전에도 수많은 피해를 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관계기관이나 정부에서는 이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일부 환경단체와 전문가 그룹에서는 국가간 이동쓰레기 대처방안을 논의할 국제회의 유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인접 국가 간에 해상 쓰레기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마련해야 하며, 각 국가와 지역별로 해상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양쓰레기를 포함한 국제연안통합관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 서남해환경센터 관계자는 “해양쓰레기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여수세계박람회에서 국가간 이동쓰레기를 주제로 올바른 관리방안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국제회의를 통해 해결하는 방안도 중요할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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