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만한 물가 “잡어 매운탕”

[기획/남도방송]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으로 시작하는 어느 유명가수의 유일한 곡의 배경이기도한 섬진강을 따라가다 만나게 되는 화개장터로 더욱 알려진 경상도와 전라도를 연결하는 교류의 다리 남도대교 부근의 한 음식점을 찾았다.

한적한 도로변을 따라 산 한번 쳐다보고 강 한번 쳐다보면서 즐기는 드라이브는 창문을 통째로 내리고 이쪽 백운산 자락의 바람과 맞은편 지리산 골짜기의 바람이 1급수 섬진강의 물에 한 번 더 씻고 반갑게 양팔을 벌리고 달려와 내 전신을 감싸고 안음에 몸을 맡기면서 절정을 이룬다.

▲ 섬진강 건너로 화개장터로 향하는 다리와 마을이 보인다.

쉴만한 물가

독실한 기독교집안의 내력으로 인해 성경의 한 구절을 인용해 명명된 상호이지만 상호와 딱 어울리는 자연과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힘차게 먼 여정을 달려온 강물이 아직은 건장함을 뽐내기라도 하듯이 맑은 푸른 빛을 발하며 도도히 흐르고 지리산 쌍계사 계곡에서 뿜어져 나오는 맑은 물을 포용하는 여유마저 누린다.

마당에는 100년이 훨씬 넘은 뽕나무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하늘로 높이 우뚝 솟아올라 그의 울창한 손들로 집안을 조용히 감싸 안고서 돌본다.

커다란 두 산을 마주하고 커다란 오지랖의 섬진강을 두른 채 아늑히 자리 잡은 쉴만한 물가, 정말 쉴만한 물가이다.

섬진강이 키운 자연을 음식으로

▲ 섬진강에서 직접 잡은 어류들로 끓인 잡어탕

어떤 음식이 맛있느냐는 우문에 식사를 위해서라면 손 영일(49)사장이 직접 잡은 잡어탕을 드시라는 현답을 인자하고 너그러운 촌부의 모습으로 내 놓으신다.

커다란 뚝배기에 메기, 눈치, 모래무지, 참게 등이 들어있고 알맞게 곁들여진 시래기와 야채들이 듬뿍이다. 제법 큼지막한 녀석들의 모습에 인사를 나누고 슬며시 국물에 입술을 적셔본다.

서울 경기를 중심으로 내륙에서는 주로 내용물에 주안점을 두고 음식을 평가하는 반면 전라도를 비롯한 남부 지방에서는 국물의 내공에 더 후한 점수를 매기는 경향이 있고 필자 또한 내용물 보다는 항상 수저가 먼저 음식의 맛을 보게 된다.

매운 맛을 표현 할 것 같던 붉은 색이 의외로 순하다. 칼칼하리라 여기던 맛이 개운함을 이끌고 텁텁할 것으로 생각한 진함이 오히려 순백의 담백함이 묻어난다. 어떻게 이런 맛을 유도할까나?

통통한 메기의 살을 음미하니 ‘내 맛 어떻노? 죽이지?’ 하는 경상도 사내의 말이 튀어 나오고 ‘찬찬히 드시오, 글다가 입천장 디어블믄 어찔라요?’ 라는 전라도 아낙의 잔정이 베인 사투리가 토실한 참게의 살에서 묻어난다. 메기는 경상도 물을 먹고 참게는 전라도 바닥을 기었나보다.

그 맛은 이유가 있었다.

▲ 뽕나무 오디로 담은 효소 술
얼큰? 칼칼? 오묘한 맛에 단어를 찾지 못할 때 주인장이 살며시 병하나를 내어다 준다. 늘씬한 여인의 다리를 모양한 투박한 유리병에 내어 준 것은 술이었다.

손 영일 사장의 동생이 인근 산에서 효소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농장을 하고 있는데 현재 약 270여종의 자연초로 6년 이상 배양한 효소를 상품화하여 판매중이고 손 사장은 집안에 있는 100년이 훨씬 넘은 뽕나무에서 열린 오디로 술을 담아 그 효소와 배합을 한 효소 술이었다. 은은히 밀려오는 향에 온 몸에 전율을 느끼고 혀에 감도는 맛에는 단어를 찾지 못해 소름이 돋는다.

인간의 단어 오미(五味)와 육감(六感)에 한계를 느끼는 순간이다. 글로, 말로, 아무리 온 머리를 다 검색을 해 보아도 적합한 단어 없음으로 결과를 표시한다.

그냥, 아무생각 없이 그냥 즐긴다.

약 20여년을 장사를 해 오시면서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는 부부는 이 효소를 음식에 접목을 하였다. 반찬은 물론 탕, 구이에 까지 모두 활용을 하였다. 그래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수백 가지의 효소가 어우러져 만든 기능들이 음식과 조화를 이루어 또 다른 맛을 연출했기에 예전에 기억되지 않은 새로운 맛을 경험한 것이다.

음식은 바르게 해야 한다.

한참을 맛에, 분위기에 젖어 즐기는 동안 또 내어져 오는 어탕 수제비. 매운탕 국물에 손으로 막 뜯은 듯한 보드랍고, 얇고, 쫄깃한 손 수제비는 또다른 별미다. 이미 배가 부름에도 불구하고 중독을 일으킨다. 

▲ 어탕 손 수제비


먹고 먹고 또 먹고 어느새 비워져 가는 그릇들을 바라보며 아까 맛 보았던 고들빼기김치가 생각이 나서 다시 한 번 집어먹어 본다. 깊숙이 자리잡은 특유의 쌉쓰레함에 푸욱 고아진 양념은 온 자연을 표현한다.

편리성에 의해 물에 쓴 물을 빼었다가 염장으로만 처리를 하여 필요할 때 양념을 하는 즉석무침 고들빼기김치와는 확연히 다르다. 그래 아무리 간단한 반찬 하나라도 원칙을 벗어난 편리성을 추구하다보면 고유의 맛을 잃는거다.

제대로 담근 김치에 효소를 첨가하여 발효를 가하니 어찌 고들빼기만이 있겠는가? 온 자연의 어우러짐이다. 김치 맛에 잠시 나태해지는 자신을 생각해 본다.

<음식점 정보 : 구례 간전 운천리 286, 061)782-7628, 장어, 은어, 잡어탕 및 구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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