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청해 횟집의 “서대 매운탕”

[기획/남도방송]명절 끄트머리 즈음에 졸였던 마음을 달래려 나선 것이 원래 배로 건너던 뱃길을 다리 몇 개 건너 구불거리는 야산길을 따라 잘 여물어가는 들녘을 바라보며 즐기다 보니 어느덧 전라도 남서쪽 끄트머리다. 끄트머리에 끄트머리에 왔다는 것만으로 동질감이 이루어져 어느새 마음은 평온이다.

슬로우 라이프(Slow Life)를 자랑하는 천사의 섬 신안이다. 여름철 남서쪽 바다의 별미 민어회를 먹어 보고자 외관에서 정겹고 깔끔해 보이는 횟집 문을 열고 들어선다.

제 철에 제 바다에서 나는 자연산으로만......

시기적으로 이미 여름을 지나 민어는 살이 물러지기에 10월까지는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서대를 권한다. 그것도 매운탕으로 말이다. 이미 서대회나 무침에 익숙한 지역에서 왔노라는 필자의 주장에도 서대가 벌써 다르다며 권하는 장사 믿어 손해 볼 것 없다며 한사코 권한다.

▲청해횟집의 서대매운탕


역시 그러면 그렇지. 폭이 15cm쯤 되고 살이 이렇게 두툼한 것으로 보아 광어쯤 되겠구나 싶다. 단지 지역에 따라 명칭이 조금 달라서 광어를 서대로 부르나 보다며 약간의 실망감과 함께 한 수저를 뜬다.

얼큰 싸아 하게 밀려드는 맛이 무척이나 청량하다. 맛이란 항상 상대적이라 필자는 믿는다. 약간의 실망감을 안은 채 접한 첫 맛이기에 맛의 반전은 더욱 컸다.

약간의 놀라움과 함께 생선을 살며시 돌려보니 광어가 아니다. 생김새는 서대다. 부드럽고 감칠 맛이 도는 육질의 맛이 무척이나 고급스럽다. 맛도 서대다.

서대가 다르다.

필자가 흔하게 접하는 30cm안팎의 참서대 일명 박대라 불리기도 하는 서대와는 다르다. 물경 50cm이상 되어 보이는 크기와 두께를 눈으로 보고서야 믿을 수 있었다.

▲주인장이 매운탕에 사용되는 서대를 들어 보이고 있다.


2월이면 가자미 놀던 뻘 맛이 도미보다 낫다는 속담이 서대가 잡히는 6월에서 10월경에는 서대에 속한다는 주인장의 말이다.

그 맛 좋은 뻘을 먹고 자란 서대야 말로 갯벌의 고장 신안의 별미중의 별미라고 후덕한 인상의 시골 아저씨 임 홍윤 사장의 주장이다.

드넓은 뻘과 함께 일조량이 좋고 해풍이 적당한 신안이기에 전국의 소금왕국으로 통칭되며 그 뻘과 자연에서 자란 해산물 또한 어느 지역보다 청정하며 품질 또한 우수하다며 주인장 부부가 열변이다.

좋은 자연은 좋은 자연을 이룬다.

육로가 개통되고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게 되면서 경제적 여건이나 생활환경은 많이 나아졌지만 행여나 사람들의 발길이 오늘의 이 좋은 자연을 훼손치 않을까 염려스럽다.

▲꽉 찬 서대의 알과 탕에 넣어진 서대의 내장(곤이)


투박하고 단순한 듯 하면서 깊은 향과 묘미를 발현하는 것은 신안의 자연의 맛이었다.

 쫄깃하게 입 안을 간질거리며 감치게 하는 것은 신안의 뻘이었다. 코와 혀, 눈을 거친 맛이 온 몸을 휘감는 것은 신안의 따사로운 해풍의 맛이었다.

부디 이 자연이 그대로 유지되고 보존되어 먼 훗 날 이 맛을 찾아 이 곳에 또다시 들른다면 약간 성성한 백발에 꾸부정한 허리를 한 인상 좋아 보이는 할머니가 끓여 내주는 서대 매운탕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과한 욕심일까나.

맛보고 바라보고 느껴보고

좋은 사람들과 재미있는 얘기를 나누며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나서서 증도로 향하는 다리를 건넌다.

▲증도 내 광활한 염전의 전경


풍요로운 가을 들녘에 따사로이 비치는 가을의 따사로움이 이제는 싫지 않다.

드넓은 뻘의 광야에서 뛰노는 짱뚱어와 곁에서 가만히 일광욕을 즐기느라 등의 뻘이 하얘진 이름 모를 게들의 조화로운 전경에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고, 끝없이 펼쳐진 염전에서 묵묵히 물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는 염부들의 모습에서 제 할 일을 성실히 하며 때를 기다리는 진인사 후 대천명(盡人事 後 待天命)의 아름다운 철학을 느껴본다.

음식점 정보: 전남 신안군 지도읍 읍내리 353-5, 061)275-5165, 제철생선 회 및 요리, 회덮밥, 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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