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향토음식 몇 몇을 접하며......

맛집/남도방송] 굴뚝 없는 3차 산업의 대명사 관광산업은 지방자치제가 발달하면서 많은 지자체들이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산업이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당장의 관광수입보다는 지역 인지도를 상승시킴으로서 부가적으로 얻게 되는 시너지효과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행사나 축제를 준비하고 치르며 자찬한다.

하지만 시너지효과에 대한 계산은 당장 나타나는 것도 검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행사 진행자의 치적을 위한 부풀리기로 악용되는 사례도 가끔은 있다.

각 지자체별로 많은 정성과 노력들을 기울여 관광콘텐츠를 개발하기위해 연구, 개발, 복원 들을 하고 있다.

문화는 가장 중요한 관광콘텐츠 중의 한 요소이고 그 중에서도 향토음식은 가히 으뜸이라 할 정도로 요즘의 중요한 관광콘텐츠이다.

필자의 업무관계로 한국관광의 명소 제주도를 근래 자주 왕래하게 되었고 직업상 자연스레 제주의 향토음식에 대한 관심과 함께 맛을 보게 되었다.

오늘은 그에 대한 생각들을 글로 옮겨 보고자 한다.

제주시 ‘쥐치 조림’

제주에서는 흔히 객주리라 불리는 이 생선을 육지사람(제주에서 제주도민 외타지역 사람들을 일컫는 말)들은 쥐치라 부른다.

포를 떠서 말렸다가 구워서 술안주로 접하게 되는 쥐치포를 그들은 풋마늘 장아찌(김치)와 콩을 넣어 조림을 만든다.

물론 식성에 따라 회를 즐기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활어나 선도가 좋은 생선들을 사용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싱싱한 생선에 잘 익은 풋마늘 장아찌, 노란 콩을 넣어 조림한 쥐치조림

 은은히 풍기는 매콤 달지근한 향이 먼저 분위기를 제압하고 오동통한 쥐치의 살이 탐스럽다.

쫄깃한 생선을 밥 수저에 살포시 찍어 올려 한 입씩 삼키다 보면 어느새 배 부른 줄 모르고 마냥 숟가락질이고 콩을 몇 알 씹으니 고소함의 극치다.

달콤한 듯 매웁고 매운 듯 달달한 국물에 막걸리 잔이 절로 기운다.

서귀포시 ‘해물 뚝배기’

뚝배기하면 떠 오르는 음식이 설렁탕이나 곰탕이고 아니면 찌개나 탕을 끓여오는 옹기그릇을 연상했다.

넉넉한 해산물에 된장으로 밑 간을 잡은 해물뚝배기는 제주의 국이요 술안주였다.

많은 양의 전복, 쏙, 꽃게, 조개, 홍합 등 계절별 날씨별로 상황에 맞춰 만들어지는 해물뚝배기는 말 그대로 제주의 생활음식이었다.  

맑은 된장국에 다양하고 신선한 해물들이 그득한 해물뚝배기

 해물의 제왕 전복에 소주 한 잔 들이키고, 딱딱한 껍질 속에 감춰진 보드라운 살을 감춘 쏙에 잔을 부딪치고, 쫄깃한 조갯살에 이야기를 담그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자리가 즐겁다.

제주 민속오일장의  '빙떡'

메밀가루로 만든 전에 무채 소로 속을 채운 빙떡

제주도도 여느 도시와 다름없이 대형할인점들이 대거 입주해서 지역 소상공인들이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역 곳곳에 있는 5일장들이 열리는 날이면 대형할인매장의 매출이 차이가 날 정도로 아직은 5일장의 위력은 건재했다.

문화이고 정이고 생활이었다.

소개하고자 하는 빙떡도 어렵사리 살아온 40대 이상의 추억으로 먹는 음식이고 관광객을 위한 향토음식이었다.

물론 학생들이나 젊은이들에게는 외면을 당하는 수모를 격고 있지만.

노 부부가 다정히 반죽하고 판매하는 모습에서 즐거움과 환희가 보이고 건강이 보였다.

좀 전에 어떤 손님이 10개를 한 번에 사 가셨다 자랑하시며 빙떡에 대한 자랑과 맛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넘친다. 참 얼굴이 곱다.

향토문화, 향토음식이란 무엇일까?

향토문화, 향토음식을 이용한 문화관광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참 중요하다. 하지만 향토음식을 포함한 문화가 보존을 위한 복고가 되어서는 안되겠다.

예부터 내려오는 향토음식이나 위인의 밥상 재현은 자칫 박물관에나 보존할 자료 복원으로 끝 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해본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용한 지 겨우 30여년 전후에 불과한 자동차, 컴퓨터, 휴대폰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지 못하듯이 예전의 문화를 활용한 현재의 문화를 창출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하고 훌륭할 것이다.

낙안민속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하드웨어적인 요소인 옛 주거 환경 속에서도 그나마 살 수 있는 것은 자동차, 통신 등 주변 소프트웨어적인 요소가 뒷받침하기에 그나마 유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쥐치조림이나 해물뚝배기처럼 충분한 식자재요소의 공급 가능성과 현대인에 발 맞춘 맛이나 데코의 변화는 가능하지만 자칫 빙떡을 개발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발로다.  

하드웨어를 짓고 있다는 생각이 기우이기를 바라는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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