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산채촌의 “비빔밥”

비빔밥의 유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다.

신인공식(神人共食)의 의미로 제사 음식을 그릇 하나에 섞어서 비롯됐다는 음복설, 동학혁명군이 그릇이 충분치 않아 여러 음식을 한꺼번에 먹었다는 동학혁명설, 고려시대 몽골의 침입으로 임금이 몽진했을 때 수라상에 올릴 음식이 없어 몇 가지 나물을 비벼 올렸다는 몽진음식설, 궁중에서 유래했다는 궁중음식설, 설에 먹고 남은 음식을 정월 대보름에 먹었다는 묵은 음식설, 농번기에 간단하게 함께 먹었다는 농번기 음식설 등이다.

항공기 기내식에서 점차 외국인에게 많이 알려지기 시작하여 유명가수 마이클 잭슨과 여배우 기네스 펠프로의 비빔밥 예찬 스토리를 업고 비빔밥의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최근 전주시는 대학 산학협력단에 의뢰해서 무려 101가지의 비빔밥을 개발해 공개했다.

전국 어디서나 먹을 수 있지만 전주지역만의 특성을 살려 비빔밥의 대명사가 된 ‘전주비빔밥’의 명성을 바탕으로 세계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다.

▲ 9가지 나물에 상추 겉절이를 올리고 고추장을 뿌렸다.


무슨 맛으로 먹어볼까?

비빔밥은 밥과 반찬을 한그릇에 담아 비벼서 먹는다는 특성 때문에 다양한 맛을 연출할 수 있다.

오늘 내 기분에 따라 계절나물들을 많이 넣어 담백하게 먹기도 하고, 울적한 기분에 향이 진하게 배이고 꼬들거리는 씹히는 맛을 느끼기 위해 마른나물을 이용한 건채 비빔밥을 만들기도 한다.
▲다양한 계절나물과 건채들로 구성된 비빔재료

깨끗하고 맑게 손질되어 잘 섞이고 비빌수 있는 크기로 제공되는 나물이 무려 9가지에 달한다.

거기에 상큼한 맛을 내기 위해 상추 겉절이가 즉석으로 만들어져 나오고 입안의 깔끔함을 위해 시레기 된장국이 나온다.

모름지기 비빔밥이라면 나물이 밥보다 많아야 맛있다는 생각에 나물들을 고루고루 넣는다.

 
적당한 고추장에 메밀묵 몇 조각 쪼개서 넣고 보니 무엇인가 습관적으로 하나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두리번 거린다.

 
노 순희(52)사장을 만나 들어보니 담백하고 깔끔함을 위해 참기름과 계란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참 습관이란 것이 이렇게도 무서운 것인가 보다.

 
암튼 약간의 찜찜함을 무릎쓰고 노 순희 사장의 말을 믿고 밥알이 으깨지도록 열심히 비벼서 눈 앞에 놓는다.

 
젓가락으로 재료들을 비비면 잘섞인다는 편리성 보다는 숟가락으로 꼭꼭 밥알이 으깨지도록 비벼야 모든 재료들이 융화가 되고 일치가 된다는 필자의 지론대로 그릇이 펑크가 나도록 힘차게 누르고 돌리고 비비고를 반복한다.

 
드디어 한 입 쩌억, 꿀꺽.

섞였지만 따로, 따로지만 하나.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시장을 보고 가게에 들러 부지런히 준비를 해야지 점심을 준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반찬을 잘 만드는 조리 전문가들도 재료가 준비된 상태에서 반찬을 만들어내는 시간이 한 시간에 서 너 가지를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님들에게 제공되는 반찬과 식재료들을 손수 준비하고 만들어야 직성이 풀린다는 노 순희 사장의 성격 때문에 일이 더 많아 질 수 밖에 없고 그 노단함은 손님들의 웃는 얼굴에서 피로가 절로 풀린다는 설명이다.

 
입안에 그득한 한 수저에서 상큼한 푸르름이 전해지고, 들깨향과 함께 고소함을 은은히 밀치고 나오는 고사리, 이 모든 식재료들을 아우르면서 제 색깔과 빛을 발하게 하는 주축 밥까지 조화의 조화로다.

 

▲산채촌의 물김치

계란이나 참기름이 있었으면이라는 나의 고정관념을 철저히 무너뜨린다.

오히려 그들과 함께 했다면 지금 느끼는 상큼함이나 고소함 보다는 순간적인 혀의 쾌락에 젖어들고 말았으리라.

식당마다 짜투리 틈새메뉴로 자리 잡았던 비빔밥이 먹을라치면 찿기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가 산채촌에서 만큼이나 재료에서부터 관리까지 정성이 만만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간단한 듯 보이면서 어렵고 단순한 듯 하면서 무처깅나 까다운 음식이 이 한그릇의 비빔밥의 원리인 것이다.

또 하나의 별미, 파전에 막걸리 한 잔.

배가 부름에도 불구하고 메뉴의 유혹이 있으면 가차 없이 팔랑거리며 흔들리는게 필자의 습성인지라 단 번에 파전에 막걸리를 주문한다.

 
마주한 친구의 놀라는 눈 빛을 모르는 척 따돌리고 건너편에 앉아 삼삼오오 즐거운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는 여자 손님들의 수다에 잠깐 귀 기울여 본다.

▲ 산채촌 또 하난의 별미 해물파전


1cm는 족히 넘어 보이는 두께에 새우살, 오징어 등의 해물에 쪽파와 야채의 양이 넉넉한 모양새가 눈을 흘기던 친구 녀석의 젓가락을 먼저 움직인다.

바삭한 겉껍질에 수줍은 듯 보드라운 속살에 하나 둘 감추어진 해물을 찾아 간장에 푹 찍어 막걸리 한 사발 넘기는 맛은 또 하나의 산채촌의 별미다.

음식점 정보: 여수시 선월동 1278-9, 061)681-4552, 비빔밥, 식사류, 오리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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