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한잔에 정을 담고 흥을 담아 나누는 이야기 공간 “소담”

[멋집/남도방송]“덩 덩 더쿵덕 덩 덩 더쿵덕 덩 덩 더쿵덕 덩 덩 더쿵덕~~”

흥겨운 장구소리에 북이 어우러지고 걸죽한 추임새가 막걸리 잔을 기울인다.

누가 시켜서도 아닌데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덩실거리며 춤을 추고 있는 이가 눈에 보이고,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들썩거리느라 방석의 한 쪽이 제자리를 잃었다.

“오늘도 소담 찿은 여러 벗 님 네들, 부디부디 건강흐고 돈 벼락들 맞아보소, 얼쑤,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에,

씨엄씨 잡년아 어서 어서 잠들어라, 밤중에 오는 임이 밤 이슬 맞는다, ~~

서방님 오깨마이 깨벗고 잤더니, 문 풍지 바람에 설사병이 났다네, ~~“

흥겨운 권주가에 살짝 감춘 속마음에 음담까지, 내사랑 네사랑 사랑타령에 나랏님 흉보기까지 즉흥으로 못할 말이 없다.

너도 한 소절, 나도 한 소절, 다 같이 아리 아리랑~~ 이야기는 끝이 없다.

 
사람이 있고, 이야기가 있는 공간.

사람이 좋아 만나 이야기 하는 것이 좋고, 소리가 좋아 소리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서 만든 공간이 소담이다.

워낙 사람을 좋아하고 소리를 좋아하는 소담 쥔장 고 미정사장은 틈만 나면 공연봉사에 강의 스케쥴이다.

주로 어르신들을 상대로 하는 봉사이지만 보다 재미있고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웃음치료사에 사회복지사 자격까지 갖추고 있을 정도로 뛰어난 인물이기도 하다.

오지랖통 넓은 고 미정 사장 덕에 가게에는 지인들의 왕래가 무척이나 많고 그들 또한 뛰어난 고수들이라
어느 날 갑자기 뜻하지 않은 고급의 국악공연을 접할 기회가 종종 주어진다.

지인들과의 편안한 막걸리 한사발로 하루일과를 마감하려는 이들, 정말 자랑하고픈 좋은 일이 있는데 대놓고 자랑하기는 부끄러워 실실 웃으며 찾아와 풀어 놓는 곳, 외로움에 쓸쓸함에 그냥 문 밀고 들어 서는 곳, 그 곳이 소담이다 싶다.

“덩 더더덩 쿵 따!
쑥 ~ 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의 찬 자리에 생각난 것이 임 뿐이라
보고 지고 보고 지고~~“

막걸리 한 사발을 넘기려는데 느닷없는 북소리와 함께 고 미정사장의 판소리 한 대목이 들려온다.

돌아보니 나이 지긋하신 몇 몇 분들 앞에서 한 대목 들려주는 팬서비스다.

저 맛을 잊지 못해 가끔씩 들러 막걸리 한 잔 나누며 청해듣는 동네 어르신들의 모습이다.

따라 놓은 막걸리 잔은 이미 쉬어가고, 춘향이 싱크로율 100%에 어르신들의 눈가가 어느새 촉촉하다.

‘사장님 목 타겄는디 대가 대신 축여 줘 볼꺼나’

쭈욱 들이킨 막걸리 잔에 쫀득거리는 돼지껍데기가 입에 쫙 쫙 달라 붙는다.

목구멍에 남아있던 잔 때, 머리에 얽혀 있던 묵은 잔여물들이 말끔히 정리되는 느낌이다.

청아하고 단아한 맑은 새로운 세상이 내게 막 달려든다.

 
먹거리는 그 때 그 때 달라요~

소담의 먹거리는 특별히 정해진 안주는 없다.

서민적 안주인 돼지껍데기 볶음과 명태찜, 묵은지 요리 등에 불과하다.

모든 안주는 제 철에 나는 생선, 야채를 위주로 그날 그날 시장에 물 좋은 것이 그날 소담의 안주거리가 된다.

오늘은 낙지가, 오늘은 또 전복이, 새조개가, 피고막이 올라오고 어떤 날은 생선 매운탕이 일품이다.

틀에 꽉 매인 고정의 틀 보다는 창이나 타령 마냥 그 때의 시장과 상황에 그리고 손님에게 맞춤형 안주가 제공된다.

언뜻 쥔장 맘 대로인 듯도 하지만 세상사 모든 일이 어떻게 정해진 대로, 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지는 일이 몇이나 되던가?

오늘은 조금 비싸게 먹은 양 싶어도 내일은 또 그냥 거저 먹었다 싶을 정도의 계산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누님, 오늘은 돈도 없는 디 그냥 막걸리나 한 잔 주시오”

젊은이 몇이서 둘러앉자 싱싱한 쌈 채소에, 알맞은 젓갈, 청량고추에 묵은지, 뜨뜻한 냉이 된장국이 이미 한상을 채우고도 남는다.

“어이 동상, 왔는가? 많이 묵고가소, 이! 그래 밥은 묵었는가?”

사람을 찾아 사람들이 오는 공간인가 보다.

 

 우리는 무엇을 먹고 살까?

갈수록 산업화되고 디지털화 되어가면서 모든 사회현상과 환경들이 촉박하고 서두르면서 진행이 된다.

어디에선가 들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배는 물 위에 떠 있지만 물과 분리되어 있습니다. 만일 배가 물로 가득 찬다면 결국 밑바닥으로 가라앉고 말 것입니다. 우리들 세상살이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온갖 감정과 욕망들로 마음을 가득 채운다면 우리는 물이 가득 찬 배처럼 침몰하고 말 것입니다. 진리를 구하는 사람은 욕망의 바다 위에 떠 있으되 그것에 집착을 가져서는 안됩니다. (김덕수, "새벽은 새벽에 눈뜬 자만이 볼 수 있다" 중)”

소담은 가끔 나의 바쁨과 조급함이 욕망의 바다 위에 떠 있으며 그에 집착하는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공간이다.

내 안에 내재한 집착으로 안주를 삼아 막걸리 한 잔을 들이키며 좋은 글을 안내 해 준 온라인상의 그 친구 분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한다.

어느 새 주위는 진도아리랑 흥에 모두 동석한 오래된 친구들이다.

 

 

음식점 정보: 순천시 장천동 172(중앙병원 후문쪽),061)746-7151, 막걸리 및  제철 안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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