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진 전남시민단체연대 공동대표

여수시의회가 1991년 개원 이후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의회의 최대 권한 중에 하나인 예산심의권이 집행부 무능에 농락을 당하였다.

2011년 여수시 본 예산 심의를 할 때는 일부 의원들이 그토록 반대를 하면서까지 문제 제기를 했는데도 기어히 통과시켰던 사업비 항목을 불과 4개월만에 과목을 변경해서 추경에 상정하였다. 특별회계를 일반회계로, 교통행정과 예산이었던 것을 공원과 예산으로 변경하였다.

처음부터 담당 부서와 예산 부서가 이것을 몰랐던 것인가? 몰랐다면 더 심각한 문제이다. 시민도 알만한 이 정도의 상식적인 문제를 전문직 공무원이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시장 또는 누군가 지시에 의해서 그렇게 예산 편성을 하였을 것이다. 부서별로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려고 혈안이 되고 있는 공직사회에서 순순히 교통행정과에서 공원과로 변경시켜준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문제가 된 용기공원 공영주차장 시설비 48억원은 2010년 12월 20일 여수시의회 제129회 정례회에서 통과되었다. 원안 심의에 앞서 공원부지로 지정된 용기공원에 주차장을 설치할 수 없으므로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수정안이 제출되었다. 의원 간 감정 싸움까지 가는 장시간 논란이 있었다. 투표결과는 재적의원 25명중 찬성 9명, 반대 14명, 기권 2명으로 부결되었다. 끝내 공원 예산이 아니라 주차장 예산이 맞다는 것이다.

당시 본회의에서 공원부지에 주차장을 설치할 수 없는 까닭으로 제기된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여수시가 통상적인 법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10조와 동법 시행령 제7조 4항'에 공원에 주차장을 설치할 경우, 취득 목적이 변경되었으므로 다시 변경 계획을 수립해서 의회 의결을 받도록 되어있다. 행정안전부령인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에 관한 규칙 제9조'에도 세출 예산을 세울 때는 반드시  관계 절차를 모두 이행한 다음 계상하도록 되어 있다. 용기공원은 도시관리계획에 따른 근린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용기공원을 주차장으로 만드려면 반드시 형질을 변경시키고, 형상을 변경시켜야 한다. 그렇게 할 때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30조 5항'에 따라 도시관리계획을 변경시켜야 한다.

둘째, 용기공원은 형질 변경을 할 수 없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27조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의 행위 제한 1항'을 보면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토석의 채취, 토지의 분할, 죽목의 벌채 등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동법 제24조'에 따라 시장에게 점용 허가를 받아서 시행은 할 수 있다. 그러나 '동법 시행령 제20조'에 신청자는 반드시 1. 사업계획서(위치도 및 평면도를 포함한다), 2. 공사시행계획서, 3. 원상회복계획서를 제출하게 되어 있다. 여기서 원상회복은 산을 깎은 다음 다시 산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산을 깎는 비용이 48억원인데 복원하려면 다시 예산을 세워야 한다.

셋째, 용기공원에는 주차장을 만들 수 없다.

용기공원 주차장은 성격상 노외주차장이 된다. '주차장법 시행규칙 제5조'에 보면 노외주차장은 녹지지역이 아닌 곳에 만들어야 한다. 또, 그 곳도 토지 형질 변경 없이 주차장 설치가 가능한 곳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관항목을 바꿔 '주차장 특별회계 공영주차장시설사업비'에서 '일반회계 공원과 공원조성비' 예산으로 편성해서 의회에 제출하였다. 여수시의회는 4월 20일 제131회 임시회 관광건설위원회를 열어서 2011년도 제1회 세입․세출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집행부 제출 안 그대로 통과시켰다.

문제는 불과 4달만에 어떻게 조건이 달라졌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먼저 집행부로부터 의회 무시 행위에 대한 사과를 받아야 하고, 담당 공무원의 문책이 있어야 한다. 예산 편성 관련 기본적인 상식조차 모르는 행위가 법적 대의기구인 여수시의회에서 이뤄졌다. 특히 본회의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허위 답변을 한 담당 국장에 대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모든 행정 행위는 절차가 있다. 여수시 '직무편람'에 공원 조성계획 입안 및 결정, 변경 업무 처리 절차가 나와있다. 공원시설 결정을 하면 공원조성계획 결정을 하고, 도시계획사업 실시계획 인가를 얻은 다음, 공원조성계획 변경 결정을 하고, 이것을 고시한 다음 시행자에게 통보하게끔 되어있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절차가 자세히 나와있다. 제6조에 공원녹지 기본계획을 세우게 되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제7조에 기초 조사를 하고, 제8조에 공청회 및 지방의회 의견 청취를 거쳐, 제9조 지방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하고, 도지사 승인을 받아 지방도시계획심의위원회 심의를 하게 되어있다. 제10조에 '도시공원의 설치에 관한 시 관리계획'을 결정한 후 시장은 공원 조성 계획을 입안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여수시의회는 반드시 이러한 법 절차를 지켰는지를 따졌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도시공원을 변경하는 48억원 예산을 삭감하고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래야 적법성 시비를 없앨 수 있다. 사업의 타당성 검토도 이뤄지지 않았고, 시민과 의회의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았는데 공원조성사업비로 48억원을 책정한 것은 시민과 의회의 기능을 무시한 행위이다.

공원조성을 하려면 이번 추경예산에 공원 조성 계획에 대한 용역비만 계상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용역을 통해 과연 그 곳에 공원 조성을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조사 연구하여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에 따른 예산이 과연 48억원이 적정한지를 따져서 제시해야 할 것이다.

시는 시민들의 우려와 달리 통합 청사를 짓지 않겠다고 한다. 박람회 기간 동안에는 임시 주차장으로 쓰고, 박람회가 끝나면 거북선공원과 같이 평면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박람회라는 최대의 행사를 앞두고 시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용기공원 즉 시청 뒷산을 없애면서 주차장을 만들고 평면 공원을 만들어야 할 정도로 시급한 일인가에 대해 설명이 있어야 한다.

용기공원에서 용기라는 말이 나온 것은 부영2단지 옆 산인 용산에서 비롯된다. 산이 용 같이 생겼다고 해서 용산이라고 하였고, 용산 주변을 '용의 터'라고 해서 '용기리'라고 하였다. 용산의 서편 능선인 시청 뒷산을 '마누등'이라고 부른다. 산마루에 올라 출향했던 어선이 만선을 하였는지를 살펴보아서 '마누정'이라고 하며, 만월정이 있었다고 한다.

여수시 공원과 관계자는 "용기 공원 자체가 도심지 안에 들어 있지만 산책로도 없는 상태이고 산 중간 부분 경작지까지 있어 공원조성을 빨리 해달라는 민원이 많았다"며 "좀 더 가치있게 하기 위해 가능하면 평지공원을 조성해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하였다. 이것은 공원부지를 구입해놓고도 용기공원을 이렇게 방치한 직무 유기를 스스로 인정한 행위이다. 진즉 근린공원으로서 공원조성계획을 세워서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도심 속 생태공원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시청 주변에는 주차장이 넉넉하지 않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있다. 우선 시청안에는 청사 바깥과 옛 문예회관 지하와 최근 정비한 지상 1층에 주차장이 있다. 청사 뒤편에는 축협 뒤 주차장과 부킹나이트앞 주차장, 선소 입구 대형 주차장, 소방서 뒤 수자원공사앞 주차장, 흥국상가 안 주차장, 흥국체육관 주차장, 옛 여천역 주변 주차장 등이 있다.

생태공원이 아니고, 산을 밀어버려 주차장을 만드는 것은 오히려 교통 체증을 유발시킨다. 많은 차량이 시청 주변 주차장을 이용하기 위해서 운행을 하여 출퇴근 시간에는 교통 체증이 심각하다. 그런데 만약에 지금보다 2천3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용기공원 주차장이 생기면 교통 지옥, 교통 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더구나 여수시는 최근 박람회 교통 대책으로 용기공원 주차장에 엑스포터미널을 만들어 환승주차장으로 사용하려고 한다. 박람회 기간 동안 각종 문화 예술 행사와 특산품 판매 등을 집중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시청 주변 인근 도로는 왕복 2차선 또는 4차선이어서 도로가 절대적으로 좁다. 도로는 늘리지 않고 주차장만 늘리면 교통 체증은 뻔하다.

지난해 12월 정례회의장에서 어느 의원과 건설교통국장의 질문 답변에서 용기공원 공사에 따른 흙 처리 문제가 거론되었다. 의원이 이 많은 흙 어디에 버릴 것이냐고 했을 때 국장은 웅천 공사장에서 흙을 무상으로 가져가라고 해도 가져가지 않았다고 하면서 관기 소호 간 도로 공사에 만 헤배 정도 필요하다고 하였다. 현재 상태로는 공기가 맞아야 한다면서 그 시기를 6월로 이야기하였다. 이렇게 서두르는 것은 도로 공사에 필요한 흙을 용기공원에서 가져가겠다는 의미인 것 같다. 도로와 주차장을 2012년 박람회 기간에 맞추기 위해서 그렇다고 한다.

여수시에서는 박람회 때문에 예산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불필요한 주차장을 만들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멀쩡한 시청 뒷산을 밀어버리고 통합 청사를 짓으려고 한다는 주장이 많다. 뒷산을 구입하는데 지금까지 약 40억원이 들어갔고, 산을 밀어버리는 토목 공사비용으로 48억원을 쓰게 되면 88억 정도의 주차장이 탄생한다. 그많은 예산을 들여서 주차장을 만드는 것은 결국 박람회를 핑계로 통합 청사 부지를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본다.

시장은 "용기공원 주차장 조성이 통합 청사신축 포석이 아니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현재 여수시는 빚더미 상태이고, 의회동의도 쉽지 않아 재임중에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하였다. 실제 청사 짓는것은 중앙정부가 비용을 지원해 주거나 지방채 발행 승인도 해주지 않기 때문에 쉽지가 않다.

그렇다면 꼭 거북선공원처럼 평면 공원이 필요할 것인가? 시청 주변에는 거북선공원 말고도 평면 공원이 많다. 시청앞 잔디밭, 시청뒤 잔디밭, 용기공원, 선소체육공원, 선소 등이 있다. 굳이 공원을 만들려면 시청 뒷산은 그대로 놔두고 공원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시민의 대의기관인 여수시의회는 집행부의 요구대로 따라만 갈 것이 아니라 의견 수렴에 나서야 한다. 관련 상임위원회인 관광건설위원회도 지난 회기에 크게 논란이 되었던 것인 만큼 여론 수렴 절차를 거친다음 심의를 했어야 한다. 앞으로 남은 예결위 심의에서 공원 조성비를 삭감하고, 본회의 상정이 취소되어야 한다. 그 다음 전문가와 시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는 것이 지방자치 의미를 살리는 일이고, 민주적인 행정 절차이다.

용기공원 주차장은 오는 8월부터 시비 48억원을 들여 용기공원 5만8148㎡(59필지)에 2,300여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 조성공사에 들어가 2012년 4월 완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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