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군만두를 탐하던 미천한 입맛, 드디어 황실 만두 맛을 경험하다.

 ‘자장면과 서비스 군만두’
"자장면 셋에 탕수육 하나...! 서비스로 군만두 한 접시 잊지 말고~"

점심시간! 제법 귀에 익은 익숙해진 점심 전화주문 풍경이다.


간만에 탕수육이 메뉴로 추가되기라도 하면 “군만두 서비스”라는 전화 목소리는 늘 한껏 치켜 올라가기 마련이다.


늘 상 접하는 점심 메뉴로 익숙해진 중국음식들이지만 아주 가끔씩은 회전요리상에서나 접할 수 있는 이른바 정통 중국식 코스 요리로 맛의 호사를 누리고픈 때도 있다.

아니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골목길 김 과장 박 대리도 때로는 전통 중국의상 ‘치파오’를 차려입은 종업원의 시중을 들며 자장면 한 그릇쯤 폼 나게 먹고 싶을 때도 분명 있을 것이다.

 

방송사 맛 소개 프로그램 리포터로 출연하는 한참이나 나이 어린 미모의 후배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정통 중국음식 전문점의 ‘음식 맛 기행’ 취재에 동행하자는 반가운 제의였다.


평소 나의 게걸스런 식탐을 늘 존경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후배의 호의도 있었겠지만 “한번 맛을 보면 음식 만드는 사람의 성품까지도 알아 낼 수 있다”는 절대미각을 빙자한 나의 어설픈 허풍에 걸려든..., 

남의 말 잘 믿는 후배의 순박한 성품도 취재동행 요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으리라

머릿속 생각보다 대답이 자동으로 먼저 튀어나올 수밖에..., “언제라고?....  OK! 낼 거기서 보자.”
 

 “니 하오- ni hao”


월요일 오후 저녁시간 후배와 목적지를 찾아 나섰다.

연향동 대로에서 여수방향으로 길을 내려가다 호반아파트 방향으로 좌회전해서 조금 더 가다보면 길 우측 편에 ‘황궁교자왕’이라는 간판을 볼 수 있었다.


‘맛 집은 찾기 어렵다’는 속설은 우리에게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맛을 찾아가는데 갈 길이 멀고 찾기 어려운 길이 뭐가 대수냐.

“니 하오- ni hao”


사장님이 중국인이라는 사전정보를 충실히 기억한 나의 인사말에... 감동이 배가되리라!


물론 그 날의 인사말 “니-하오“는 내가 사용한 처음이자 마지막 중국어가 됐지만...,

반면 중국 칭화대 어학원에서 일년간 중국어를 공부했다는 후배 리포터의 주옥같은 중국어는 그 날 내내 나의 기를 죽이기에 충분했다.


‘공부해서 절대 남 주지 않는다’던 시골 어머님이 두고 쓰셨던 말은 그 날 밤 내내... 구구절절 옳으신 말로 증명이 됐다. 

‘皇宮餃子王’ 

황.궁.교.자.왕


중국집 상호가 북경반점이나 자금성, 공화춘이 아니고 굳이 ‘황궁교자왕’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붙인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으리라.

같이 동행한 후배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가 흔히 부르는 만두(饅頭)는 중국에서 교자(餃子)라는 말로도 불린다는 것이다.

“그 정도는 나도 기본 상식.... 중국에서는 설 날 떡국대신 만두를 먹는다며...”
“皇宮餃子王... 중국 황실에서 먹는 정통 만두가 이 집의 대표 메뉴라는 뜻이 아니냐고?”

“정확하게 맞습니다.”

벌써 한국생활만 10년에 이른다는 ‘황궁교자왕’ 사장인 장 초(41)씨와 남편 이 흥량(41)씨가 중국어 문자 속이 캄캄한 내게 함께 응원을 보낸다.

오늘 맛 기행의 주인공, 두 사람의 한국에서의 정착시기는 각 각 다르다고 했다.

장 초 사장은 지난 2000년에 한국에 먼저 들어와 학원 강사를 하면서 한국 정서를 먼저 익히며 정착을 위한 준비를 해 왔고 남편 흥량씨는 최근에야 한국에 들어와 한국생활을 시작했다고 했다.

순천 금당동에서 ‘일휴 중국어학원’을 개원하고 있는 부부는 아들 우호(8)군과 셋이서 지난 11월 정통 중국음식점인 ‘황궁교자왕’을 개업하면서 중국 북경에서 서울로, 그리고 순천에 이르는 길고 긴 한국에서의 여정을 마치고 드디어 남도의 땅 순천에서 정착의 평안함을 찾았다고 한다.

황궁 정통의 만두 맛을 탐하다.

청나라 말 천하의 실권을 장악했던 서태후의 환갑연 때 마련된 음식이 모두 216가지라고 했다.

그렇다면 분명 그 음식 중에 오늘 우리가 맛 볼 ‘황궁교자왕’도 포함돼 있었을 터..., “천하를 호령하던 서태후의 음식 탐 때문에 청나라가 망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자고로 맛있는 음식 좋아하는 사람 곁에는 호인이 끊이지 않았다고....,”

주옥같은 말에도 불구하고 곁에 함께 한 사람들의 표정은 여전히 쌩~뚱 맞다.

나라를 말아먹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한 그녀.... 적어도 주위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맛있는 음식을 무지 탐했다는 서태후에 대한 이미지는 별로 좋지 않았던 게 분명했다.

“웬 터무니없는 궤변이냐”는 반응이라서 일단 관련 주제는 대충 넘어가고...!

어쨌든 중국의 맛있는 정통 음식 중 대표 음식이라 할 수 있는 교자왕 만두를 비롯해 皇宮餃子王의 메뉴 중 일부를 시식하고 맛을 평가하는 호사를 시작했다.

                                                                                  황궁교자왕(만두)

요란스럽지 않으나 깊은 맛을 내는 비법이 숨어 있는 듯 하다.
기름지지 않은 맛이지만 그 여운은 오래도록 입안에 남는다

담백함의 근원은 재료의 겸손함이라.

“치장하지 않고 요란스럽게 꾸미지 않은 만두 본래의 맛이더라”

     
    

                                                                                  양장피 

재료 하나하나에 주방장의 손길이 묻어난다.
과하지 않은 겨자 소스의 맛!

야채와 정성스러운 해파리 손질법이 맛의  비법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음식의 제 맛은 원 재료의 신선함과 정성스런 손질에서 출발하는게 아닐까?”



    탕수육

재료를 미리 한꺼번에 준비해 두지 않고 그때그때 만들어 낸다.
미끄럽고 요란하지 않은 담백한 맛.. 여성들에게 인기 있을 듯 하다.

아이들의 중궁집 메뉴 중 가장 로망 탕~슉!  황궁교자와의 탕수육은 어른들을 위한 탕수육인듯...,

“산동에서 왔다는 주방장이 적극 추천한 메뉴”


      
            청경채 데침

청경채의 풋내음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데침 정도가 일품이다!
]청경채 위에 살포시 얹혀진 새우의 다소곳한 맛이 부드럽다. 

“단순한 음식이 미각을 돋운다.”



            갈비볶음

색조화장을 하지 않은 시골처자의 청순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한국 갈비에 비해 다소 덤덤한 듯 하지만 원래의 갈비 맛을 최대로 느낄 수 있다. 

“세련된 맛이 한국갈비라면 중국식 갈비 맛은 소박한 갈비 본래의 맛”


 


       고기 귀 버섯 볶음

푸짐한 귀 버섯(백두산에서 채취)에 얇게 저민 고기의 맛이 서로 경쟁하다.

버섯 고유의 향이 고기의 느끼함을 포용하고 남음이 있다.

여성들의 피부 미용에 그만 이라는 주인장의
설명..., 연인을 위한 주문음식!

“ 여성들이 배부르게 먹어도 될 만 
  [강추] 메뉴...”


       탕수어(잉어) 튀김

잉어를 살아있는 생동감 있는 모양을 최대한 살린 상태로 기름에 튀겨 소스를 얹어 냈다.

살아있는 잉어가 붉은 소스를 몸에 끼얹고 접시에서 등용문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모양이 신비롭다.

입으로 먹기에 앞서 먼저 눈으로 맛보는 귀한 음식이다.

바삭거리는 식감과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내가 전혀 없는 아주 특별한 음식입시를 준비하는 자녀들에게 ‘등용문’의 의미를 알려 주며 보양식으로 사주면 좋을 음식

“접시 위에서 금방이라도 꼬리를 파닥거릴 듯한 잉어..., 인간을 미각을 위해 몸을 던진 잉어의 고귀한 헌신에 감동이 밀려온다.”

    
       만찬은 끝났다

만찬은 끝이 났고 입의 호사는 아쉽게도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화려한 요리를 만들어낸 주방장이 주방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온다.

잘 생긴 요리사... 중국에서 직접 왔다는 허광재(41)씨, 잘생긴 외모와 음식 만드는 재능, 그는 특별하게도 신에게서 두 가지 축복 모두를 함께 선물 받은 모양이다.

황궁교자왕에는 각종 고급스런 중국 정통요리도 있지만 우리가 일반 중국집에서 흔히 맛 볼 수 있는 자장면, 삼선자장, 볶음밥 등도 특별하지 않은 가격으로 메뉴에 올려져 있었다.

물론 이곳 음식들은 배달이 안 되는 탓에 별미 자장면이나 특별한 음식을 맛보기 위해서는 조금 다리품을 팔거나 식당에 직접 들려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하는 불편은 있다.

하지만 이미 우리 음식 맛에 동화되고 익숙해져버린 기존 중국집의 음식들과는 조금은 다른... 원래의 중국 정통음식 맛을 원한다면 ‘황궁교자왕’에 한번 들를 것을 권하고 싶다.

                                                      
        한국과 중국!

서로 다른 미각의 음식 문화가 원시적인 충돌을 일으켰던... 바로 그 시점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면 그곳이 바로 ‘황궁교자왕’이다.

점심으로 맛있는 정통 중국음식을 먹기 위해 선 뜻 중국 북경으로 날아 갈 수 없다면 차선책으로 연향동 ‘황궁교자왕’으로 미각사냥을 나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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