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두 번째 개혁과제는 법제였습니다. 법과 제도를 개혁하지 않고는 오래된 조선이라는 나라를 새롭게 개혁할 방법이 없다고 여겨서, ‘신아구방(新我舊邦)’의 대안으로 저작한 『경세유표』에서 개혁할 분야를 조목조목 열거하였습니다.

첫째인 관제(官制)로부터, 고적제(考績制:공직자 고과 평가), 귀천을 따지는 청요직(淸要職) 폐지, 과거제, 토지제도, 세제(稅制), 둔전제(屯田制), 사창제(社倉制), 화폐제, 향리제(鄕吏制), 이용감(利用監) 신설 등 국가의 온갖 법과 제도의 개혁을 상세하게 열거하였습니다. 부국강병(富國强兵)의 기본이 바로 그러한 법제개혁의 여하에 달려있다는 그의 개혁의지는 참으로 강고했습니다.

그렇다면 다산의 법제개혁의 목표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백성들이 공정한 세상에서 고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다산은 애초에 정치란 바르고 고르게 함(政也 正也 均吾民也)이라고 선언하였습니다(原政). 때문에 법제개혁의 목적이 바로 공정(公正)과 균등(均等)에 있었습니다.

농업 국가이던 그 시절, 다산은 생산수단인 토지의 균등한 소유 없이는 바르고 고른 세상은 올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는 전제개혁을 집중적으로 연구했습니다. 성호 이익의 사상을 계승한 다산은 성호의 ‘손상익하(損上益下)’의 경제정책과 같은 내용인 ‘손부익빈(損富益貧:田論)’의 정책을 추구했습니다. 그 방법은 바로 토지의 국유(國有)나 공전(公田) 제도인데, 국유가 불가능하다면 공전제라도 실현하자는 것이 그의 핵심논리였습니다.

“불평등 코리아, 브레이크가 없다”(한겨레신문)라는 최근의 신문기사를 읽어보면 고졸-대졸, 비정규직-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등의 소득편차를 설명하면서 극한으로 치솟는 양극화현상에 국가의 갈등과 불화만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석무 이사장
이런 내용을 통해 이제 다산의 개혁이 참으로 절실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학자들의 경제사상은 애초에 공자(孔子)의 정책을 원조로 여기고 있습니다. 공자는 인구가 적거나 나라가 가난함을 걱정하지 말고 균등하게 소유하지 못함을 근심하라고 했습니다(不患貧而患不均:논어․季氏편). 이렇게 성인의 말씀은 옳았습니다. 이런 계율에 눈을 돌리지 못하고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의 대재벌들만 위한 정책을 펴던 오늘의 정부, 이제 극한에 이른 양극화 현상을 어떻게 치유할까요.

같은 신문은 현실적인 대안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양극화 먼저 해소해 복지와 민주주의 강화”라는 대안입니다.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확대하고 이중노동시장을 해결하여 정규-비정규직 갈등을 해소하고 대재벌과 중소기업의 상생정책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산의 주장을 요약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빈부 격차 해소할 경제정책, 신분타파로 사회적 평등, 공직자들의 정확한 업적평가로 공정한 인사정책, 올바른 교육개혁, 보편적 복지 확대, 이런 정책의 실현을 위한 법과 제도의 개혁만이 우리의 살길임을 다산의 지혜를 통해 배우는 일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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