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거금도 김일식당의 “소머리 국밥”

[맛집/남도방송〕“뭐들라고 노무 집 소딴지는 그리 찌거 싸코 날~리다요?”

“노무집 소딴지께 찍재, 우리집 소딴지를 뭐들라고 찍꺼쏘? 월래 요르고 댕기는 놈인께 한 번만 봐 주씨요, 잉”

화장실을 가다 뒷마당에서 만난 곰 솥을 촬영하는 필자와 사장과의 가벼운 실갱이 소리다.

조용한 시골마을의 입구에 바닷가지역 건물들의 특징으로 야트막하게 지어진 집의 1층에 자리 잡은 시골식당이다.

안에 들어서니 오픈형 주방에서 칼질을 하던 손을 멈추고 안쪽 방으로 안내한다.

점심에는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신발들이 즐비하니 놓여져 있고 닫혀있는 저 쪽 방에서도 이야기 소리들이 들리는 걸 보니 무척이나 많은 손님들이 아직은 점심 중인가 보다.

건물외벽에 쓰여진 메뉴를 주문하니 그런 메뉴는 없댄다!

‘뭐! 이런 식당이 다 있어? 시골이라고 좀 심하군. 그냥 나갈까?’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스쳐 휘돌아가는 생각들이다.

그러나 늦은 점심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집 음식의 맛이 적어도 지역에서는 꽤나 알려져 있을거라는 생각에 도전을 해 보기로하고 다시 엉덩이를 자리잡는다.

순박의 진수를 느끼다

음식은 만드는 이의 맘과 정성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된다.

쥔장의 마음이 돈을 좆는다면 저렴한 식재료에 이익을 위한 편법을 동원하니 제대로 된 음식을 맛본다는 것은 감히 상상을 불허한다.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돌아서면 아는 얼굴들을 상대로 음식을 판매한다는 것은 장사이기 전에 하나의 나눔을 가지는 문화였다.

이웃 언니가 와서 식사하고 뒷집 아재가오셔서 밥을 먹는 자리라 항상 조심하면서 정성을 다하는 식문화였다.

밭에서 키운 시금치를 깨끗하게 손질하여 깔끔하게 데치고 짭조름하면서도 겨울의 달콤한 맛을 유지할 수 있게 무침을했다.

바다에서 올라온 감태를 젓 장에 푹 삭여 부드럽고 나긋한 향을 만든다.

작은 몸으로 부지런히 뻘 밭을 거닐던 게가 가지런히 누워 휴식을 취하고 바다내음 물씬 풍기는 김치는 고흥의 맛이다.

흔하게 집에서 먹던 찬거리에 조리법들이지만 손님을 대하는 마음에 그릇이 이쁘고 모양새가 더욱 정성스럽다.

정이 듬뿍 든 소머리국밥

드디어 국밥이 나왔다.

커다란 뚝배기에 아직도 바글바글 끓는 소리와 모양새가 요란하다.

예쁘장하고 먹음직스럽게 보이려 올린 달걀고명의 모양새가 오히려 투박하다.

진하디 진한 국물 탓에 입 안이 끈적거리다 못해 입이 봉해질 지경이다.

살 점 한조각 입에 넣고 돌리니 미처 이에 닿기 전에 부서지고 쫀득한 껍질부분만이 이를 간지럽힌다.

일단 간을 맞추고 국밥이니 밥을 말다보니 둑배기가 넘칠 지경이다.

국밥은 뭐니뭐니 해도 다데기보다 깍두기김치 국물을 더해야만 맛의 진수.

끈적한 기름기가 많이 덜어지면서 담백함을 함께하니 세상 부러울게 없다.

진한 국물이 풍부한 영양분을 담은 고흥 앞바다요, 고기는 요리조리 노니는 물고기 떼를, 밥 알은 주렁주렁 달려있는 메생이며 미역이니 청정 고흥바다가 한 입에 절로 담긴다.

내 섣부른 판단에 문을 박차고 돌아섰다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일이다.

뒤태가 예쁘다 어찌 얼굴까지 예쁠쏘냐? ㅎㅎㅎ.

얼굴 이쁘다 어찌 마음까지 고울쏘냐?

투박한 외관에 깊이 우러나는 이 깊은 맛은 고흥사람들의 무뚝뚝함에 묻어나는 속 깊은 정의 맛이다.

다른 이야기

고흥 거금도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로레슬링 챔피언 박치기 왕 김 일 선수의 고향이다.

김 일 체육관이 있을 정도로 지역에서는 우상처럼 여겨지는 이기에 식당 이름도 김 일 식당이고 어떤 연관이 있나 궁금하여 물었다.

돌아오는 쥔장의 답변에 또 한 번 웃는다.

이 집 건물주 이름이 김 일이고 그 분이 전에 식당을 했었노라고~~~

음식점 정보: 고흥군 금산면 대흥리 273-3, 061)844-7922, 소머리국밥.돼지국밥, 낙지무침.


저작권자 © 남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