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또 다시 실습생 사고

[남도방송] 전만오 기자 = 지난해 12월에 이어 1년만에 또 다시 현장실습을 나간 전남지역 고교생이 예기찮은 사고를 당하면서 전남도 교육청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도 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4일 울산항 북방파제 제3공구 축조공사 현장 작업선인 ‘석정36호’가 전복되면서 배에 타고 있던 순천 효산고 3학년생 홍성대(19.전자상거래과)군이 실종돼 나흘째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다.

졸업을 앞둔 홍군은 학교 추천으로 지난 10월22일부터 동급생 2명과 함께 현장실습에 나섰다가 예기찮은 사고로 변을 당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12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영광실고 김모(19)군이 주야 2교대와 주당 70시간의 살인적 노동에 시달리다 뇌출혈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지 꼬박 1년만에 발생한 것이어서 교육 당국이 적잖이 당혹해 하고 있다.

도 교육청은 사고 직후 해당 학교 관계자가 참가한 가운데 대책반을 구성하고 사고 수습과 재발 방지대책 마련에 나섰다.

도 교육청은 특히 도내 62개 특성화고에서 3천300여 명의 학생이 현장실습 중이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타지에서 실습 중인 점에 주목, 안전사고 재발 방지에 행정력을 모으고 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지역 내 산업기반이 워낙 열악하다 보니 적잖은 학생들이 ‘전남 밖으로’ 현장실습을 떠나고 있다”며 “아무래도 근거리보다 타지에서 실습을 하다 보니 육체적 피로도 누적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도 교육청은 지난해 12월 사고 후 특성화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3차례 연수를 실시하고 안내책자를 제작 배포하는가 하면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현장실습 운영계획을 짰음에도 이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입장이다.

교육 시민단체도 현장실습 제도의 문제점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살인적 현장실습 폐지를 위한 광주전남대책위원회’는 이날 도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장실습생의 연이은 사고는 총체적인 문제점들이 표출된 것”이라며 현장실습제 폐지와 노동 인권교육 실시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교육과학기술부는 울산작업선 사고를 철저히 조사해 책임자를 처벌하고 교육적 효과도 없고 기업체의 이윤창출을 위한 저임금 노동력 제공 도구로 전락한 살인적인 현장실습제도를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또 “교과부와 도 교육청은 무리한 취업률 높이기 경쟁을 중단하고 사고방지책 마련에 나서라”고 강조했다.

 

▲ 15일 오후 울산 북방파제 부근에 항파선 석정36호가 바다에 침몰, 크레인 윗부분이 휘어진 채 물 위에 솟아 있다. 지난 14일 오후 석정36호의 전복으로 승선원 24명 중 12명만 구조되고 나머지는 사망 및 실종된 상태다.

한편 14일 울산 앞바다에서 실종된 홍군의 모교인 순천 효산 고등학교는 17일 슬프고 침통한 표정이 이어지고 있다.  

홍군과 함께 공부하면서 3개월간의 실습이 끝나기를 기다렸던 홍군의 친구 들은 슬픔과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굴렀으며, 최상중 교감 등 선생님들은 홍군이 빨리 돌아오길 바라며 초조한 시간을 흘려보냈다.

이 학교 학생들과 교사는 대책반을 중심으로 홍군의 무사 회생을 두손 모아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

홍군은 지난 10월22일 부터 3개월간 콘크리트 타설 작업선에서 하루 7시간씩 타설 작업 자료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역할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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