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에서 독자의 가장 큰 공분을 자아내는 부분은 바로 춘향이 투옥되는 부분이다. 특히 영화로 제작된 『춘향전』에서는 춘향은 머리가 헝클어진 채 긴 칼을 목에 두른 처참한 상태로 그 모습을 드러내 관객들의 분노를 자아낸다.

과연 수청을 들지 않는 춘향의 죄는 나 살인을 저지른 대역죄인인가? 이 역시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거의 나타날 수 없는 설정이다. 지방의 치안과 풍속을 책임져야 할 지방의 수령이 이처럼 함부로 법 집행을 해도 되는가. 소설 속의 구성은 특히 조선시대 지방관들 모두를 부패하고 여성을 노리개로 삼는 인물로 몰아가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수령이 함부로 사법권을 집행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으며, 단지 자신에게 수청을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목에 칼을 씌우는 죄는 더더욱 줄 수 없었다. 물론 실록에 이런 사례들이 일부 기록되어 있지만 그것은 그만큼 특수한 경우임을 반증한다.

경국대전』에 의하면 조선시대에 삼심제(三審制)가 엄격히 시행되었으며,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의 법적 제도가 완비되었음이 잘 나타나고 있다. 조선시대에 이미 노비들에게까지 출산 전 30일, 출산 후 50일의 출산 휴가를 줄 만큼 나름의 인권 보호책이 수립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음미할만하다.

춘향전』에서는 사또의 잔혹성을 부각시키고 이를 통쾌한 복수로 연결시키기 위해 변사또를 자의적이고 임의적인 법집행과 고문을 일삼는 인물로 묘사했지만 이러한 설정은 자칫 조선사회의 법 집행과 형벌제도가 나름대로 짜임새를 갖추고 있으면서 인권 보호를 위한 조치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하게 한다.

고전소설이건 현대소설이건 모두 그 시대의 거울 같은 역할을 한다. 소설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시대의 부조리와 모순을 과감히 폭로하고 다수의 사람들에게 대리만족감을 불러 일으켜 준다. 『춘향전』은 수령의 부패와 탐학, 청춘남녀의 사랑, 선비의 출세와 여성의 절개 등 당시 사회에서 중시되던 덕목과 시대상을 적절히 반영하면서 당시인들의 가슴을 깊게 파고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소설에서 설정된 장면들이 모두가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보다 극적인 효과를 담아내기 위하여 과장되고 허구적인 사실들이 요소요소에 배치된 것도 주목해야 할 사실들이다. ‘옥(玉)의 티’처럼 고전소설에 담긴 이러한 허점(?)들을 과감하게 파고들 때 역사소설을 읽어보는 재미가 보다 더해지지 않을까. 

글쓴이 / 신병주

· 건국대학교 사학과 교수
· 저서 : 『조선을 움직인 사건들』, 새문사, 2009
『이지함 평전』, 글항아리, 2009
『규장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들』, 책과함께, 2007
『제왕의 리더십』, 휴머니스트, 2007
『하룻밤에 읽는 조선사』, 중앙M&B, 2003
『고전소설 속 역사여행』, 돌베개, 2005
『조선 최고의 명저들』, 휴머니스트, 2006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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