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과 ‘신뢰’의 경영…고객 마음 얻어
“자금 없어 힘든 청년 사업가 지원 절실”

여수아줌마 정인애(39) 대표.
여수아줌마 정인애(39) 대표.

[여수/남도방송] “제 식구들에게 못 먹일 음식을 어떻게 손님에게 팔 수 있겠어요. 시어머니께서 늘 강조하시는 말씀이에요. 정직과 신뢰가 성공 열쇠라고 생각해요”

여수아줌마 정인애(39) 대표는 전국 최대 수산 도시 전남 여수에서 수산물 유통 판매 분야에 도전장을 낸 젊은 새댁이다.

5년 전 여수시 안산동에 ‘여수아줌마’라는 점포를 차려 현재 성업 중이다.

순살고등어와 반건조오징어를 비롯해 조기, 서대, 민어, 붕장어, 갈치, 가자미, 삼치 등 건조 및 반건조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국산 아귀포, 쥐포 등 다양한 주전부리도 ‘여수아줌마’의 주력 상품이다.

특히 뼈를 바른 순살고등어는 담백하고 짜지 않아 인기가 높다. 유치원, 어린이집 등에 납품되는 등 남녀노소 취향 저격 상품으로 손색이 없다.

국민 간식이라 불리는 오징어는 원양산 오징어를 남해안 해풍으로 잘 말린 상품이다.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운 식감이 맥주와 찰떡궁합이다.

여수아줌마 정인애(39) 대표가 상품을 포장하고 있다.
여수아줌마 정인애(39) 대표가 상품을 포장하고 있다.

정 대표는 주변의 젊은 주부들이 생선 손질을 어렵게만 느끼는 데서 사업에 착안했다.

사실 생선 손질에는 어지간한 정성이 들 수밖에 없다.
비늘을 치고, 뼈를 발라내고, 조리하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어머니의 손맛에서 탄생한 생선구이며, 찜, 조림을 평생 잊을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생선 손질을 좋아하지 않는다. 바꿔 얘기하면 삶의 여유가 부족하고 삶이 각박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 대표가 생선 사업을 시작한 것은 여수 교동시장에서 수산물 점포를 운영하는 시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유치원 교사를 접고 시어머니에게 생선 손질을 배웠다. 온몸이 성할 날이 없었고, 육체적으로 고된 일상이었다.
‘과연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과 불안감이 들었지만, 성공을 향한 집념을 놓지 않았다.

여수아줌마에서 판매 중인 주전부리 제품.
여수아줌마에서 판매 중인 주전부리 제품.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신뢰는 목숨과도 바꿀 수 없다’라는 시어머니의 원칙은 가훈이 됐다.

창업 5년 차. 사업 성공을 자부하기에는 아직 갈 길은 멀다.
최근 지구온난화에 따른 어족 자원 고갈과 일본 방사능 등의 여파로 국내 수산물 가격이 급등했다.

수산물 염장 재료인 소금값도 예년보다 2~3배가량 높아졌다.

현실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미래도 예측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최상급의 원물만을 사용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마진을 덜 남기더라도 손님에게 나갈 상품의 질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당장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 10년, 20년 후 성공의 열매를 맺기 위해선 지금 좋은 씨를 뿌리고, 거름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무점포로 사업을 시작한 정 대표는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프리마켓에 참여하기도 하고, SNS와 유튜브를 통해 ‘여수아줌마’를 전국에 알리고 있다.

이제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상품 주문이 밀려오고 있다. 

정 대표는 “SNS를 보고 타 지역에서 주문하신 분들이 서대와 박대의 차이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그 차이를 상세하게 설명해 드렸고, 그걸 토대로 서대를 홍보했더니 주문이 급증했다”면서 “수산물 하나하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공부가 필요하고, 시장조사와 동향을 파악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성공에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와 비대면 확산에 따라 시작한 밀키트 사업도 매출 신장에 도움이 되고 있다.

반조리 형태의 그릴드(Grilled) 생선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바라는 점도 있다. 그는 프리마켓에 참여하면서 협동조합원이 아니면 불이익을 받거나 설 자리가 마땅치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협동조합뿐 아니라 일반 소상공인들도 프리마켓에서 자신의 상품을 홍보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정 대표는 “재래시장 상인 살리기 취지로 여러 관계 기관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영세 업체들이 참여하기에는 문턱이 굉장히 높다”라며 “HACCP(햅쌥) 같은 인증을 받으려면 많은 사업자금이 들 수밖에 없는데 대부분의 소상공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자본 위주의 사업을 지원하는 것보다, 사업성이나 아이디어 등을 보고 지원하는 대안도 필요하다”며 “경제적으로 여유가 부족하거나 자금이 부족해 꿈을 실현하지 못하는 청년 창업가들을 위한 정책 마련에 힘써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남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