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뜨개방 주명자 사장 "전통시장 쇠퇴, 안타까워"
수공예품, 식사 등 나눔 실천··· 각종 봉사에도 앞장
"믿고 찾아주시는 손님 위해 끝까지 점포 문 열 터"

▲여수시 학동 제일시장에서 40년간 '에덴뜨게방'을 운영하는 주명자 사장 (사진=조승화 기자)
▲여수시 학동 제일시장에서 40년간 '에덴뜨게방'을 운영하는 주명자 사장 (사진=조승화 기자)

[여수/남도방송] "재래시장은 추위를 피할 곳이 마땅찮아요. 이른 새벽부터 노상에 나와 생계를 위해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이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목도리나 여러 생활용품을 만들어 나눠주게 된 것이 벌써 20년이나 됐네요."

전남 여수시 학동 제일시장에서 40년간 '에덴뜨게방'을 운영하는 주명자 사장(70). 켜켜이 쌓여있는 털실과 뜨개로 만든 옷가지며 가방, 모자, 목도리 등 다양한 소품이 수북이 쌓인 점포는 지나온 세월의 흔적을 보여준다. 

한땀 한땀 털실을 꿰어 만든 목도리는 과거 가장 받고 싶은 선물 중 하나였다. 그야말로 마음이 담긴 시간과 노력의 산물이다. 진득이 앉아 며칠 혹은 몇 달을 걸려 만든 100% 핸드메이드 수공예품은 느림의 미학으로도 여겨졌다.

그러나 몹시 빠름을 추구하는 요즘, 과거 그러했던 풍경은 어지간해선 찾아보기 힘들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만 해도 뜨개질을 배우는 사람들이 꽤 많았어요. 이분들에게 돈 받지 않고 기술 가르쳐 주고, 옹기종기 모여 식사도 하면서 정도 쌓고 훈훈했었는데… 이제는 뜨개방을 찾아오는 손님이 거의 없어요"

과거 시장 내에선 사랑방으로 통하던 뜨개방은 요즘 손님 발길이 무척이나 뜸하다. 뜨개실을 팔아 자녀 셋을 온전히 키워낼 만큼 가게는 번창했지만, 전통시장의 쇠락해 가는 세태 앞에선 세월이 무색하기만 하다.

날로 변화하는 시대가 야속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세상 순리라 생각하고 어질러진 마음을 추스른다. 비록 더디고 유행은 뒤처지지만 애환과 추억이 공존하는 전통시장에서 지난 40년 동안 걸어온 길을 꾸준히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작품 하나 탄생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데 요즘처럼 눈뜨면 정신없는 세상에 뜨개질할 시간과 여유조차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솔직히 가게 운영이 어렵지만 저를 믿고 찾아주시는 분들을 외면할 수 없어 힘닿는 날까지 점포 문을 열어 놓으려 한다"고 웃음을 잃지 않았다.

▲여수시 학동 제일시장에 위치한 '에덴뜨게방' (사진=조승화 기자)
▲여수시 학동 제일시장에 위치한 '에덴뜨게방' (사진=조승화 기자)

일흔이 넘은 그는 적십자 봉사활동과 의용소방대원을 수십년째 하며 늘 바삐 움직인다.

주 사장은 시장 내 크고 작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솔선수범한다. 앞서 주변 상인들에게 홍보하고 참여를 독려하면서 상인 간 발전과 단합에도 기여하고 있다. 적십자 운동에 적극 참여한 공로로 적십자로부터 3차례의 표창장을 받았다. 

여수시 의용소방대에선 큰엄마와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시장에서도 손 크기로 유명하다. 상인은 물론 방문객들에게 뜨개질로 만든 선물과 간식을 나눠주며 작지만 의미 있는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연초 떡국 나눔도 하면서 인심을 베풀고 있다. 

소소한 바램도 전했다. 그는 "제가 가진 기술을 주민자치센터나, 다문화센터 등에서 배우고 싶은 분들이 있으면 재능기부도 하고 싶다"며 "올해는 전통시장이 좀 더 북적이고, 우리 상인들 모두 건강하고 무탈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조승화 기자 frine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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