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조곡동 장어촌의 “통장어 탕”

[기획/남도방송]먹는 사람들의 성향이나 기호에 따라 똑같은 식재료라 할지라도 조리하거나 먹는 방법이 매우 다양하다. 물론 첨가되는 부재료 및 양념은 더욱 더 다양해지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오늘 필자가 소개 하고자 하는 식재료 장어 또한 예외는 아니다. 쫀득하고 담백한 맛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소금구이가 좋고, 매콤하면서도 달콤함의 카타르시스를 누리고자 한다면 한방이 가미된 불그스름한 양념이 노릇하게 변해가며 석쇠위에서 불끈거리며 익어가는 양념구이를 추천한다.

하지만 더위에 녹아내린 자신의 에너지를 보충하고자 에너자이저를 찾는다면 오늘의 메뉴 통장어 탕을 추천한다.

장어탕도 여러 가지네 그려

장어탕을 끓이는 방법도 여럿이다. 흔히 우리가 추어탕 식이라 말하는 장어를 손질하여 살을 빻거나 갈아서 만드는 방식과 여수식이라 일컫는 통장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장어의 부드럽고 감미로운 살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통장어탕도 여수 일부 지역과 고흥지역에서는 뼈를 발라내지 않고 통째로 잘라 넣어 마치 갈비를 뜯듯이 뼈를 발라 내어가며 먹거나 이가 좋은 분들은 뼈를 아삭아삭 씹으며 고소함을 즐기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 되는 여러 종류의 장어탕들이 있지만 오늘 필자가 탐방한 곳은 입에 거칠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들은 모조리 육수로 뽑아내고 부드럽고 향긋한 장어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통장어탕을 찾았다.

▲ 보고 있기만 해도 힘이 솟을것 같은 통장어탕
 
영양은 구이보다 우위

탕은 구이보다 영양분 섭취에 있어서는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이는 보통 뼈와 머리, 내장 등을 떼어 내고 살만 구워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탕을 끓일 때는 보통 머리와 뼈 내장 등을 모두 넣어서 다른 재료와 함께 육수를 추출하기 때문에 장어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다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머리 주위에 있는 일부 부위와 뼈는 장어의 부드러운 살 몇 점보다 많은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에너자이저로 통장어탕을 권하는 근거가 된다.

탕은 어울림이요 조화의 미학이다.

▲ 장어 한 마리가 다 들어 있을 정도로 풍성하다

제법 키가 큰 뚝배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릇을 훌쩍 넘어선 양에 놀라 슬쩍 숟가락으로 뒤집어 속의 내용물을 들여다보니 몸통, 꼬리, 내장 등 한 마리의 양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 정도로 넉넉한 고기의 양이다.

말갛듯 진한 육수의 색깔은 육수가 불 위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나온 것임을 알려준다. 조심스레 한 수저 입술을 축이니 어느새 얹혀 있던 쑥 갓의 향이 국물에 제자리를 잡았다.

혀 끝을 지나 목젖으로 살랑살랑 담백하고 깔끔하게 스치듯 지나는 맛은 속임수 없이 가족의 음식을 상차림 하듯이 손님의 음식에 온갖 정성을 다하는 강인숙(51)여사장님의 마음이 묻어있다.

자칫 밋밋해 질 수 있는 국물을 얼큰하고 시원하고 진하게 만드는 된장, 마늘, 고춧가루의 맛은 깐깐한 듯 하면서도 너무나 사람 좋아 보이는 눈웃음을 가지신 양영진(53)사장님의 성격만큼이나 확실하다.

어찌 보면 양 영진 사장님이 호령하시는 듯 보이지만 늘 강 인숙 여사장님에게 설설 해맨다는 엄살에 살짝 흘기듯 쳐다보는 여사장님의 눈 빛은 인정도 부정도 아닌 묘한 뉘앙스가 느껴지지만 부부의 충만한 사랑을 느끼기는 충분하다.

장어의 뼈와 기타 내장은 국물에서, 살과 어우러진 숙주, 쑥갓은 코와 입에서 맡은 바 역할을 충분히 해내어 오늘 나에게 이렇게 많은 행복과 에너지를 전달 할 수 있을게다. 부부의 금실만큼이나 잘 어우러진 조화의 결과이리라.

여름의 복판에서 남은 여름을 이기기 위해

▲ 장어탕과 상차림

어느덧 7월이 다 지나가고 심리적 더위의 상징 8월이 다가온다. 건강하게 아무 탈 없이 7월을 보냈듯이 8월을 활기차고 행복한 생활로 즐기듯 지내려면 이 쯤해서 장어탕 한 그릇은 보약이다 싶다.

그득히 담긴 밥 그릇을 몽땅 국물에 말아 장어, 숙주, 쑥갓, 국물을 고루고루 입 안 가득히 채워 씹다 보면 어느새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고 턱 밑에 흐르는 땀을 다른 손으로 훔쳐가며 여름의 한 복판에서 즐기는 장어탕이야말로 내 몸에 반 쯤 남아 있음을 표시하던 에너지 양이 순식간에 충만으로 표시 될 수 있게 할 진정한 에너자이저다.

그득 채워진 숟가락에 막 버무린 겉절이 배추를 한 줄기 얹어 먹으니 활기찬 기운이 파닥거리며 용솟음쳐 오르고 잘 익은 갓김치를 올려 먹으니 들뜨던 몸과 마음을 차분히 가라 앉힌다.

장어 한 조각을 소스에 찍어 살며시 입에 담그니 부드럽게 감기고 안기는 촉감이 따뜻한 그녀의 품이다. 이렇게 먹어보고 저렇게 먹다 보니 어느새 그릇만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다.

▲ 막 절여서 제공되는 먹음직 스러운 김치

잘 끓여진 통장어탕 한 그릇은 한사코 한 그릇 그 이상의 의미와 역할을 나에게 전해 주었다. 가정의 화목과 사랑의 아름다움은 그들이 만들어낸 음식마저도 조화롭고 맛나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나에게 가르쳤다.

그러한 가정의 화목함을 지켜보며 먹는 장어탕이기에 나의 에너지 충전은 훨씬 더 빨리, 훨씬 더 많은 양이 이루어 졌으리라 믿는다. 죽도봉 터널 근처 죽도봉공원 입구에 위치한 장어촌에서 자신의 에너자이저를 만나자.

<음식점정보: 순천시 조곡동 501-13, 061)751-1367, 장어구이, 탕, 전복회, 전복삼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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