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십건 적발…고도ㆍ 지능화

세관 100억 투입 감시시스템 도입


[여수/남도방송] 지난 1975년 유사 이래 최대 밀수 사건인 허봉용 사건을 기억하는가.

조직폭력배와 경찰서장, 세관장 등이 연루돼 수십억원 대의 밀수품을 반입했던 이 사건은 당시 관련 공무원 등 200여명이 쇠고랑을 찼다.

70년대 국내 10대 뉴스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 이 사건으로 여수는 ‘밀수의 도시’라는 낙인까지 찍히게 됐다.

여수항의 밀수 역사는 광복이전인 20세기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8년 국가지정항으로 선정된 여수항은 일본 시모노세키를 연결하는 정기 여객선이 드나들정도로 번창했던 항구도시였다.

이를 발판으로 일본들의 거주지가 생기고 일본 자본이 유입되면서 해상 환경이 크게 좋아졌다.

일본으로 향하는 고깃배가 수시로 드나들고, 각종 수산업 발달로 인해 사람과 자본의 집결항이 됐다.

하지만 일본에서 돌아오는 배는 화장품과 시계, 귀금속 등을 잔뜩 숨겨 들어오는 수법으로 밀수가 성행했던 것이다.

그 배후에는 범죄조직까지 가담하면서 밀수 활동은 조직화, 기업화 됐다.

들키지만 않으면 큰돈을 벌 수 있고, 실제로 밀수로 떼돈 벌었다는 소문 때문에 ‘여수 가서 돈자랑 마라’는 변종으로 나돌았다는 추론이다.

세간을 뒤흔든 이 사건은 70년대부터 지금까지 여수가 밀수의 거점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시발점이 됐다.

당시 MBC 라디오의 ‘안개 낀 여수항’이라는 범죄 프로그램이 인기를 타며 여수는 그렇게 더러운 도시, 범죄의 도시로 세간에 낙인 찍히게 됐다.

이와 관련 김충석 여수시장은 “학창시절 외지로 수학여행을 갔었는데 사람들로부터 ‘너희들 여수놈들은 죄다 밀수꾼’으로 오인받았던 적도 있었다”면서 “수십년을 수산업에 종사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매년 수십건 검거…고도.지능화에 단속인력 부족

선량한 지역민들이 무슨 죄가 있으랴.

이 때부터 시작된 여수항의 밀수·밀입국은 수십년의 세월이 지난후에도 불구 매년 끊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매년 1~3건의 밀항ㆍ밀입국 사례가 적발되고 있다.

여수해경 관계자는 “여수항 밀수는 지난 1900년대 초 여수항 개항 당시부터 매년 1~5건 정도 꾸준히 적발돼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밀항밀입국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부산항이나 목포항보다 상대적으로 여수항의 보안이나 경비상태가 취약할 것으로 착각, 범죄 대상지로 여수 해안을 손꼽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 여수해경의 설명이다.

범죄수법도 예전보다 지능화․과학화 돼가고 있다.

과거 밀수 품목은 양귀비나 마약류가 주를 이뤘는데 대부분 동남아나 멕시코, 남미와 같은 곳에서 판매책들이 한국 내에 중간상을 두고 마약류를 유통시키는 게 주된 루트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형화 다양화로 인해 마약의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형태로 변형하거나 생필품 속에 넣어 밀 반입 하는 사례도 적발되고 있으며 원어민 강사나 관광객을 동원한 마약을 밀반입하는 시도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품목도 짝퉁 명품이나 보석류 등 고가품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에는 중국인들이 프라다, 구찌 같은 명품짝퉁 400여점을 몰래 반입하다 해경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은 온라인 판매망을 이미 상당수의 짝퉁 명품을 국내에 반입했으며, 인터넷을 통한 손쉬운 판매와 정상 수입품에 비해 높은 이윤을 취할 수 있다는 이점을 노리고 있다.

밀입국의 경우 과거에는 주로 동남아인들이 정상적인 취업비자를 발급받기 힘들어 밀입국을 시도하는 사례가 많았다.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밀입국에 성공하면 큰돈을 벌수 있다는 이점을 노렸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중국인들이나 조선족들의 밀입국 시도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이들이 국내땅에 받을 딛을 경우 사실상 검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부 유흥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경우 일본의 유흥가에 진출하기 위해 밀항을 시도하는 사례도 상당수 적발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일 일본으로 밀항을 시도하던 일당이 돌산읍 송도부근에서 붙잡혔다.

조사결과 이 배에 타고 있던 4명의 여성들은 일본 유흥가로 진출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검거된 한 여성에 따르면 "일본 내 유흥가에 진출하기만 하면 큰 돈을 벌수 있어서 고생스럽더라도 이 바닥에서는 일하는 것보다 낫다"면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비자 발급이 어려워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여수해경 관계자는 “매년 끊임없이 발생하는 밀수ㆍ밀입국 등의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군ㆍ유관기관과 연대해 특별단속반을 편성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면서 “최근 밀출국 기도가 자주 목격되는 여수 인근 항포구에 대한 순찰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부족한 단속인원으로 밀수밀항을 원천봉쇄하기는 사실상 힘들다”고 말했다.

■ 세관 100억 투입 감시시스템 구축…근절 가능할까

그렇다면 끊이질 않는 여수항의 밀수밀항의 근절은 불가능 한 것일까.

최근 여수세관(세관장 전인철)이 100억원을 투입해 구축한 ‘여수·광양항 감시종합 정보시스템’이 밀수 범죄의 사각지대를 커버해 줄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내년 7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관에 따르면 감시카메라(CCTV) 92대를 부두 및 선석 등에 설치하여 전용선로를 통하여 2곳의 종합감시상황실(여수세관, 광양세관), 3곳의 모니터실로 전송하는 시스템으로 첨단장비에 의한 정보기반 김시체제를 갖추고 있다.

여수항 및 광양항을 입출항하는 외항선 및 외항선 출입자에 의한 밀수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는 것이 세관의 설명이다.

특히 여수산단, 율촌단지 확장과 광양항 컨테이너 물동량의 증가로 여수항 및 광양항을 통한 외항선의 입출항이 증가하고 감시수요도 확대되고 있는 반면 단속 인력은 한정돼 날로 지능화 되는 마약류 등 밀수 범죄를

여수세관 관계자는 “감시종합정보시스템은 총기류 등 안보위해물품 반입차단, 밀수출입 방지 및 G-20정상회의 등 각종 국제행사의 성공적 개최 지원으로 안전한 관세국경관리에 효과적으로 대처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남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