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부터 운영까지 모든 분야에서 '종횡무진'
어디에도 없던 가든스테이·정원드림호 취항
계획·실행서 막혔던 문제 실현되는 체험 감동

[순천/남도방송]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개장 두달만에 관람객 4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화려한 꽃과 탁트인 잔디광장, 색다른 체험공간은 입소문을 타며 관람객을 불러모았다. 순천은 국내외 도시와 기관단체 벤치마킹 성지가 됐다. 박람회 흥행몰이에 직원들은 벌써부터 폐장 이후를 준비하며 분주한 모습이다. <남도방송>은 박람회 성공을 이끈 숨은 공로자를 찾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유치에서 운영까지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원근 팀장 (사진=지정운 기자)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유치에서 운영까지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원근 팀장 (사진=지정운 기자)

보기만 해도 마음이 시원해지고 눈길 돌리는 곳마다 이름 모를 꽃과 나무들로 채워진 순천정원박람회는 '최고'라는 말이 어울리는 장소이자 콘텐츠, 프로그램, 조직이다.

순천정원박람회 운영총괄업무를 맡은 이원근(42) 팀장을 만나 그가 경험한 박람회를 들어봤다.

◇ 오천그린광장과 그린아일랜드, 정원을 삶 속으로 연결

전남 영광군 백수가 고향인 이 팀장은 다른 직종에 비해 공직은 학력이나 경력을 따지지 않고 실력만으로 평가하기에 공정하다고 판단해 2008년 공직에 입문했다.

그동안 삼산동 농사업무, 관광과 축제업무, 덕연동, 안전총괄과, 기획실을 거친 그는 두번째 박람회 유치를 논의하던 2019년 국가정원운영과로 발령을 받았다.

당시 국제행사를 개최하기엔 시간이 촉박하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과거 정원박람회를 개최한 경험과 국가정원을 운영해온 능력이 있다고 판단에서다.

순천시는 2019년 9월 9일 중국 북경에서 열린 원예박람회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 총회에서 2023년 정원박람회 개최의사를 밝혔다. 이 팀장은 프리젠테이션을 맡아 보여주는 정원에서 삶 속 정원으로 방향성을 제시해 호응을 끌어냈다.

하지만 '어떻게 시민 삶 속으로 들어갈 것이냐'는 물음에는 말문이 막혔다. 도시기반을 바꾸는 것이 정답이지만 장기간에 걸쳐 치밀하게 도시계획을 바꾸고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을 2~3년 안에 마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기획재정부)의 국제행사 승인이었는데, 두가지 난관에 봉착했다.

첫째는 정부가 국비 요청에 대해 난색을 표했고, 두번째는 기재부 국제행사 승인신청 과정에서 정부가 요구하는 실시설계 계획을 제시하기에 물리적 시간이 빠듯했다.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이 팀장을 비롯해 유미연 주무관과 이진희 주무관 등은 연일 밤샘 작업을 하면서 자료를 만들었다.

특히 실시설계 계획을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타당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있었고, 이를 설명하고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피말리는 시간이 3개월가량 이어졌다.

이 팀장은 "당시 이기정 과장께서 대외적으로 설명을 해주시고, 외부기관의 문제 제기에 반론을 펼치며 우리 시 입장을 강력하게 전달해 준 것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이후 40여명 규모로 박람회 조직위가 출범하고 본격적인 준비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하지만 '동천을 따라 정원을 연결한다'는 개념 정도에서 머무르며 핵심이 빠진 듯 시민 삶 속의 정원을 구현하기엔 부족했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이 팀장은 2021년 박람회 업무를 벗어나 문화예술관 박물관팀장으로 자리를 옮겨 1년간 근무하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노관규 시장이 당선된 후 같은 해 7월 다시 조직위로 발령을 받았다.

이 팀장은 "노관규 시장을 만난 후 그동안 의문을 품었던 문제의 해결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며 "오천그린광장과 그린아일랜드가 정원과 단절된 도심을 연결하고, 삶속의 정원이자 정원박람회 상징 공간이 되는 것을 목격하고 체험했다"고 말했다.

▲꽃밭에 들어선 \'가든스테이 순천 쉴랑게\' 케빈 (사진=순천시)
▲꽃밭에 들어선 \'가든스테이 순천 쉴랑게\' 케빈 (사진=순천시)

◇ 대표 콘텐츠 '가든스테이·정원드림호' 운영되기까지

그는 이번 박람회 대표 콘텐츠로 자리잡은 '가든스테이' 프로그램과 국가정원 뱃길 복원, '정원드림호' 취항 업무도 맡았다. 두 프로그램은 숙박과 힐링, 체험을 통해 머물고 즐기게 하는 선진형 정원문화의 상징적 콘텐츠로, 관람객 기억에 각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든스테이는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어디에도 이같은 프로그램을 찾기 힘들었다. 

처음에는 캠핑이나 레저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자부심이 들게 하는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순천에 부족한 숙박시설을 대체한 의미도 포함했다.

하지만 관광객이 몰리는 정원에서 고기를 굽고 술을 마시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고품격 상품으로 전환 필요성이 제기됐고, 자연스럽게 쉼과 힐링, 음식이 있는 콘텐츠를 찾는 과정에 나온 것이 바로 가든스테이다.

개념은 잡았지만 숙박동 위치, 형태, 식음동 배치, 음식 종류, 메뉴, 운영자, 가격 결정 등 문제도 산적했다.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 출장과 현장 회의가 진행됐다. 시간 나면 전문가를 만나 조언을 구했고, 만난 사람 중에는 유명 셰프를 비롯해 미식 관련 콘텐츠 제작회사 관계자도 있었다.

10월부터는 기본계획에 따라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으나 동절기가 다가오면서 공사 진척이 더뎠다. 이곳 역시 겨울철엔 인부 구하기도 어려웠고,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연장 근로에도 어려움이 뒤따랐다.

난관에 부딪히자 공직자들이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원활한 개장과 운영을 위해 직원들이 각자 파트에서 세부적인 공정표를 작성해 꼼꼼히 챙기고 살피며 총력 지원에 나섰다. 이후 무사히 리허설까지 마친 뒤 지난 3월 31일 개막식날엔 대통령 부부까지 모시게 됐다.

정식 개장한 4월 1일부터 운영을 시작한 가든스테이는 누구가 가보고 싶어하지만 아무나 갈 수 없는 최고의 로망 공간이 됐다. 요즘도 주말은 예약을 하기 힘들 정도로 인기를 끈다.

또 다른 체험프로그램인 정원드림호 역시 7월 발령과 동시에 사업이 시작됐다. 문제제는 배가 호수정원 수문을 통과하고 교각이 낮은 신산교를 통과해야 하는 점이었다.

이 팀장은 기존 위아래로 움직이는 호수정원 철제 수문을 열고 닫는 개폐형으로 개조해 배가 지나갈 수 있도록 했다. 수문 통과 구간은 신비로운 우주공간처럼 보일 수 있도록 유리 섬유에 조명이 들어오게 환상적으로 처리했다.

신산교는 교각 가운데 부분을 아치형으로 구조를 변경해 배가 통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만든 뱃길은 중앙초등학교 인근 스윙교 아래 동천테라스에서 호수정원 나루터까지 연결된다. 왕복시간은 40분, 거리는 5㎞다. 정원드림호는 강위에서 정원과 동천 양안을 평화롭게 볼 수 있어 탑승 경험자만이 알 수 있다.

▲정원드림호(20인승 전기선박)의 호수정원 수문 통과 모습 (사진=지정운 기자)
▲정원드림호(20인승 전기선박)의 호수정원 수문 통과 모습 (사진=지정운 기자)

동천 뱃길에 투입한 선박은 총 5대로 4대는 내연기관을 이용한 12인승 폰툰보트(평저형)다. 지난해 10월 발주했으며 처음 설계 모양이 마음에 들진 않았다. 대부분 낚싯배 형태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미려한 유럽형 요트 느낌 보트를 구하기 위해 수십차례 디자인 시뮬레이션을 했고 박람회 개장에 맞춰 3월 도입해 운영을 시작했다.

단체관광객 수요와 친환경 선박 필요성에 따라 20인승 전기선박 1척을 띄우기로 했으나 어려움이 많았다. 우리나라가 선박 강국이라곤 하지만 전기배를 만들고 상업화한 곳이 전무했다.

지난해 여름 우연히 한국해양대 한원희 총장과 만난 노 시장이 전기배 고충을 토로했고, 한 총장이 이에 호응해 한번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하면서 20인승 전기배 탄생에 탄력이 붙었다.

전기배는 전기로 움직이는 엔진을 구해야 하는데, 수급에 어려움이 있었다. 자재 구하는데만 6개월, 선박 제작기간도 최소 6개월이 소요돼 공기를 맞출 수 없었다. 밤을 새 제조해도 안전검사와 시운항에 3개월이 소요되는 상황이었다.

이 팀장은 여러 상황을 고려해 지난해 12월 20인승 전기배 발주에 들어갔다. 부족한 제작기간 단축을 위해 콤사(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라는 선박 승인기관 이사장을 찾아가 전기배 구축 협조를 요청, 승인기간을 단축했다.

선체 제작은 전문기관에 맡기고 제작 기간 선박 내 전기부속품과 내장 자재를 동시에 준비시켜 선박제작과 부품수급, 전기배선, 내장자재 부착을 원스톱으로 처리하며 제작기간을 줄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전기배는 3월말 순천시에 인도됐고, 한달간 시운전과 성능 및 안전검사를 거쳐 5월 1일부터 운항을 시작했다.

이 팀장은 "배에 대해서는 전혀 무지한 상태에서 공부하고 여기저기 귀동냥을 들었다"며 "전기배 만든다는 곳은 전국 어디든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발품을 팔아 만든 작품이란 점에서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 "대행사관리·대통령 방문준비까지··· 관광객 반응에 뿌듯함과 자부심"

이 팀장은 이외에도 상시 야간개장(오후 9시)과 행사장 도심확대 따른 대행사 선정 업무를 진행했다. 개막 직전에는 대통령 방문 준비를 하면서 힘든 과정을 보냈다.

그는 "대통령 방문에 맞춰 대통령실과 협조하는 과정이 힘들었다"면서도 "내 인생에 이런 업무를 다시 할 수 있을까 되돌아 보니 뿌듯함과 자부심이 생겼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 팀장은 두번째 박람회를 준비하고 운영하는 보람에 대해 "2013년에 박람회 할 때는 한번 해보고 싶었으나 당시는 9급 이어서 참여하지 못해 속상하기도 했다"며 "이번 박람회는 실무팀장으로 기획하고 실행하고 꿈을 실현한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그는 "기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막혔던 것들이 시간이 흐르며 실현돼 나가는 것을 직접 체험했고, 더 중요한 것은 관광객들이 우리가 준비하고 던진 메시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즐기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팀장은 "이번 박람회는 '비움'과 함께 '숨은 공간 없애기', '쓰레기없는 관광지'라는 목표가 있었다"며 "관광객들이 '옛날보다 많이 비워졌다', '어딜가나 뭔가로 채워져 빈곳이 없다', '수만명이 오는데 쓰레기가 없네'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지정운 기자 zzartsos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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