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위 운영본부 시설화훼부 시설관리1팀장
성실과 꾸준함으로 새로운 역사 만들기 동참

[순천/남도방송]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개장 84일만에 관람객 5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화려한 꽃과 탁트인 잔디광장, 색다른 체험공간은 입소문을 타며 관람객을 불러모았고 순천은 국내외 도시와 기관단체 벤치마킹 성지가 됐다. 박람회 흥행몰이에 직원들은 폐장 이후까지 준비하며 분주한 모습이다. <남도방송>은 성공 박람회를 만들어가는 주인공을 찾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강승옥 박람회 조직위 시설관리1팀장
▲강승옥 박람회 조직위 시설관리1팀장

10년 만에 다시 열린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필연적으로 변화와 새로움이 필요한 곳이었다.

행사를 계획하고 준비·운영하는 이들의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기본이었고,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박람회 관계자들은 성실함과 꾸준함을 요구받았다.

<남도방송>이 이번에 만난 박람회 주인공은 그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묵묵히 일해온 강승옥 시설관리1팀장이다.

7개월 대장정의 절반을, 여름의 중간을 지나는 시점에 만난 강 팀장은 얼굴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고 피부는 바람과 볕에 그을린 모습이다.

◇ 박람회와 두 번째 인연 맺은 순천 토박이··· 별명은 '강쌍봉'

그는 낙안면 출신의 순천 토박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한 그는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이던 당시 조성 중인 율촌산단 토목사업 현장에서 경험을 쌓았다. 2005년 공직에 입문한 이후 18년째 순천시에서 근무하고 있다. 2019년 6급으로 승진했다.

그가 맡은 업무는 국가정원 시설관리업무다. 직함은 정원박람회 운영본부 시설화훼부 시설관리1팀장이다. 

그는 민선8기 인수위 내에 박람회 특별분과가 만들어지면서 준비 인원에 포함되며 두 번째 박람회와 인연을 맺었고, 지난해 7월 박람회 조직위로 발령을 받았다.

그는 정원박람회 동원(東園) 리뉴얼 계획에 맞춰 기반시설을 만들며 색다른 변화를 시도했다.

'가든스테이 쉴랑게'와 정원공간 재구성, 노을정원 조성 등에 참여하며 새로운 순천, 일류 순천을 만드는 역사에 참여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노을정원 핵심공간인 '애기궁뎅이' 조성 현장 책임자를 맡으면서 '강쌍봉'이란 독특한 별명도 얻었다.

자신의 성인 '강'에 두 개 언덕으로 구성된 애기궁뎅이(쌍봉·雙峯)를 합성한 별명으로, 그만큼 노을정원과 애기궁뎅이 조성에 애정을 갖고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강 팀장은 “정원에 대한 의견을 종합해 하나로 통일해야 했지만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했다"며 "해석의 차이와 다양한 욕구를 어떻게 충족해 줄 것인가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다"고 정원조성 당시를 기억했다. 

▲순천만국가정원 호수정원 (사진=순천시)
▲순천만국가정원 호수정원 (사진=순천시)

◇ 호수정원 밑그림 그려준 찰스쟁스 개인정원 방문 기억

강 팀장이 정원박람회와 인연을 맺은 것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순천시는 2013정원박람회 2~3년 앞서 박람회장 현장사무소에 조직위를 꾸렸고, 강 팀장은 2011년 11월 박람회 조직위로 발령을 받아 2013정원박람회 토목 기반공사에 투입돼 호수정원 설계와 시공 감독 등 박람회장 토목작업을 했다.

당시 가장 기억나는 것은 호수정원 밑그림을 그려준 세계적 정원설계자 '찰스쟁스'를 만나러 영국 스코틀랜드를 찾아간 일이다.

2013박람회조직위는 공모를 통해 박람회 마스터플랜을 세우기 시작했으나 밋밋한 정원 계획에 답답함을 느꼈고, 새로움에 목마르던 조직위 눈에 들어온 곳이 찰스쟁스 정원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찰스쟁스를 알게된 조직위는 2012년 1월 당시 7급이던 강 팀장과 시공사 직원 4명, 통역사 등 6명을 직접 찰스쟁스에게 보냈다.

큰 부담감을 안고 영국을 방문한 강 팀장 일행은 찰스쟁스가 자신의 집에 조성한 호수정원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정원 조성과 운영, 유지에 관한 노하우 등을 직접 전해 들었다.

무엇보다 찰스쟁스가 호수정원을 만드는데 8년이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고, 정원박람회를 1년여 앞둔 상황에서 암담했다.

이후 찰스쟁스가 그려준 그림 한 장(현재의 호수공원 조감도)를 가져와 설계 전문가에게 용역을 맡겼고 오늘의 호수정원이 탄생하게 됐다.

강 팀장은 "10년 전 촉박했던 박람회 준비시간을 앞당길 수 있었던 것은 GPS 등 국내 첨단장비 도움도 있었지만, 위기가 되면 발현되는 직원들의 단결된 힘이 역경을헤쳐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했다.

이어 "이런 경험이 있다보니 10년이 흐른 뒤 2023정원박람회 조직위로 다시 호출된 것 같다"며 "팀장으로서 순천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일을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 과거 고생한 점도 있어 두려움도 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가든스테이 캐빈 (사진=순천시)
▲가든스테이 캐빈 (사진=순천시)

◇ 땀과 눈물의 결정체, 정원 가든스테이

이번 박람회 기반시설 중 강 팀장이 가장 에너지를 많이 쏟은 곳은 '가든스테이 쉴랑게'다.

그는 "우리나라에 단 하나뿐인 시설이기에 기성품은 지양했다"며 "삼각 캐빈도 유럽의 사진 한 장을 보고 직접 설계해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했다.

또 "가든스테이는 처음 멋진 정원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야영장에서 시작했지만 내부 화장실과 샤워실까지 갖춘 프리미엄 힐링공간으로 변모시켰다"며 "대부분 수제작으로 디자인해 순천박람회만의 특별한 공간이 되도록 심혈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가든스테이 공사 과정에서 겪은 가슴 아픈 사연도 밝혔다. 가든스테이 캐빈을 설계하고 시공을 하던 공사업체 대표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강 팀장은 "업체 대표님은 순천에 자신의 마지막을 남겨 주신 분"이라며 "가든스테이 시공이 한창인 올해 3월 5일쯤 갑자기 몸이 불편하다고 병원에 갔는데 보름뒤 후 돌아가셨다"고 했다.

이어"“나중에 알고보니 몸에 큰 병이 있었지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순천만정원에 남기기 위해 마지막 열정을 불태워 준 분이었다"고 회고하면서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눈물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그는 "가든스테이 쉴랑게 케빈을 만들고 시공하고 성공적으로 운영하기까지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며 "그 과정에서 함께 고생하신 분이 떠올라 울컥했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강 팀장은 "가든스테이는 현재 35동이 운영되고 있고 95%의 예약률을 보이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며 "넓은 정원, 특히 밤 시간을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100명만 누릴 수 있도록 제공하고 차별화된 식사와 체험, 아침의 고요한 정원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강 팀장의 손을 거친 시설은 다양하다. 서원(西園) 습지센터 앞 홍학섬 울타리를 나무로 직접 만들어 독특함을 살렸고, 개울길 정원(여름정원)도 여름에 시원하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곳, 어려서 동심을 유발하는 곳으로 새롭게 꾸몄다.

개울길 정원은 기존 물길을 정비하면서 모래와 자갈 2,000톤 정도를 투입, 백사장과 맑은 개울로 변모시켰다.

요즘은 장마철이라 이용객이 적지만 비가 그치고 무더위가 찾아오면 이곳을 찾는 이용자들의 인기는 높아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가정원 내에 조성된 총 5.6㎞ 어싱길에도 강 팀장과 팀원들의 구슬땀이 스며있다.

맨발로 걸을 수 있는 어싱길은 기존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품질 좋은 마사토를 깔았다. 여기에 사용된 마사토는 전국 최고로 쳐주는 전북 남원산을 썼다. 우리 지역에서 나는 마사토는 황토 성분이 많은 것에 비해 남원에서 생산한 것은 좀 더 까실까실하다는 것이 강 팀장의 설명이다.

어싱길 끝에 마련된 세족장도 직원들이 직접 디자인해서 주문 제작하는 등 소품 하나하나를 작품화했다.

▲개울길 앞에서 포즈를 취한 시설관리1팀 (사진=순천시)
▲개울길 앞에서 포즈를 취한 시설관리1팀 (사진=순천시)

◇ "주말도 없이 근무해준 직원 모습에 가슴 아려"

이처럼 강 팀장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자신의 업무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직원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강 팀장은 "박람회 개장 초기 가든스테이 하드웨어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5분 대기조'처럼 한 달은 비상 체제로 운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 과정에서 팀원 2명은 모든 일을 의논하고 실행하고, 마음을 나누고 공감한 분들로 고생을 많이 했다"며 "아이를 양육하는 가장과 엄마인 직원들이 아이들을 맡기고 주말없이 일하는 모습에 가슴이 찡했다"고 미안함을 전했다.

이어 "박람회 준비에 나선 지난해 7월부터 안정화된 현재까지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근무하는 모습을 보며 10년전 바로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고 했다.

강 팀장은 "'처음 꽃밭에서 하룻밤 자는 것은 어떨까'라는 단순한 생각이 수많은 밤을 세우고 고민한 노력에 '가든스테이'란 상상할 없는 좋은 결과물로 나타났다"며 "이처럼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은 국제행사를 치른다는 책임감과 자부심이었고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조직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정운 기자 zzartsos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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