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거실'로 불린 오천그린광장 설계
'사계절 잔디광장' 단어 하나로 업무 시작
직접 설계하고 그려낸 땀의 결정체 '보람'
"겨울철 사계절잔디 구입 때 가장 힘들어"

[순천/남도방송]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개장 한 달 만에 관람객 25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화려한 봄꽃과 탁트인 잔디광장, 색다른 체험공간은 입소문을 타며 관람객을 불러모았다. 순천은 국내외 도시와 기관단체 벤치마킹 성지가 됐다. 박람회 흥행몰이에 직원들은 폐장 이후를 미리 준비하며 분주한 모습이다. 이에 <남도방송>은 박람회 개막 한달을 맞아 박람회 성공을 이끈 숨은 공로자를 찾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홍경현 박람회조직위 정원시설부 조성2팀장 (사진=지정운 기자)
▲홍경현 박람회조직위 정원시설부 조성2팀장 (사진=지정운 기자)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핵심 공간인 '오천그린광장'은 '그린아일랜드'와 함께 '도시의 거실'로 불린다. 부모 손을 잡고 찾은 아이들은 마음껏 잔디밭을 달리고, 돗자리를 깔고 앉은 시민들은 공연을 즐긴다. 모두에게 열려 있는 이곳은 소통하고 각종 문화를 즐기는 새로운 광장문화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자연스럽게 이 광장은 누가 설계하고, 시공과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관심을 끈다. 주인공은 순천만습지센터 1층에 위치한 박람회조직위 정원시설부 홍경현(6급) 조성2팀장이다.

홍 팀장은 2005년 공직에 입문했다. 20년이 다 돼간다. 그가 박람회조직위로 발령을 받은 것은 9개월 전인 지난해 7월이다. 당시 오천그린광장은 민선8기 시장직 인수위에서 사업 방향만 정해진 상태였다. 구체적인 설계나 계획 없이 달랑 '사계절잔디광장'이란 단어 하나로만 일을 시작했다.

홍 팀장은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일반 도안만으로는 입체적으로 광장을 표현할 수 없어 3D그래픽을 배우면서 한달 내내 광장 윤곽을 잡고, 설계 보완하는 과정이 이어졌다"며 "시간이 촉박했지만 업무와 설계를 동시에 실행해야 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는 "저류지 특성상 58만5,000톤 저수량을 유지한 상태에서 하천기능을 고려해 잔디를 심어야 했다"며 "잔디광장과 물을 담는 공간, 1,200여그루 나무식재 공간이 독립될 수 있도록 광장 높낮이를 잡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광장 높낮이를 잡은 후에는 먼저 나무를 심고 잔디를 심어야 했지만 시간은 촉박했고, 동절기에 나무와 잔디를 동시에 심어야하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특히 홍 팀장이 잔디광장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잔디구매였다. 오천그린광장은 넓이만 24만5,000㎡ 규모로 축구장 35개 면적이다. 

그는 설계를 마치고 곧바로 오천그린광장을 잔디로 덮기 위해 3만㎡씩 나눠 잔디구매 공고를 냈지만 두 번이나 연속 유찰됐다. 

잔디는 지반 위에 30㎝의 자갈층을 만들고 그 위에 20㎝ 두께의 모래를 포설한 후 식재한다. 규격은 가로 60㎝, 세로 40㎝로 조성에 필요한 잔디는 계산상으로 100만장에 달한다.

홍 팀장은 잔디 구매를 위해 전국 모든 잔디 취급업체에 전화를 걸어 입찰을 안내했으나 업체들은 응하지 않았다. 동절기로 접어들며 잔디거래가 뜸해진 탓에 업체들이 한꺼번에 많은 물량을 납품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뒤늦게 지방계약법에 '희망구매입찰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전국 잔디 취급업체들이 확보할 수 있는 물량만 납품받되 저가구매 방식으로 잔디를 확보할 수 있었다.

▲22일 오후 'YB 콘서트'를 보기 위해 오천그린광장을 찾은 인파 (사진=순천시)
▲지난달 22일 오후 'YB 콘서트'를 보기 위해 오천그린광장을 찾은 인파 (사진=순천시)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잔디는 확보됐지만 팔도잔디가 다 모인 탓에 품질이 균일하지 않아 이를 맞추는 일에 매달려야 했고, 겨울이 닥쳐오면서 잔디 식재도 기상과 기온에 맞춰 집중적으로 실시해야 했다.

홍 팀장은 이렇게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매일 야근을 밥먹듯하며 잔디와 나무심기를 마칠 수 있었다. 당시 그의 퇴근시간은 새벽 1시를 넘기기 일쑤였다.

박람회가 시작된 후로는 애견들 배설행위로 힘든 시간도 많았다. 애써 심은 잔디가 군데군데 노랗게 변하자 처음엔 병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번지지 않아 애견이 원인인 것으로 파악하고 깃발을 꽂아 통행을 제한하고 보수작업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처음 10여일은 잔디관리가 어려울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크게 낙담했지만 이후 시민 의식이 발현되며 고사 자국도 줄어들고, 관수를 통해 잔디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도 회복했다.

그는 잔디관리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골프장을 견학하고 축구장 관리업체로부터 자문도 받았다. 주기표를 작성해 관리과정 기본정보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관리 첫해부터 자력 관리는 어렵다고 판단해 잔디깎기, 비료주기 등은 외부 업체에 맡겼지만 잔디공사나 병충해 관리는 직접 챙기고 있다. 현장에 직접 나가 경험을 해봐야 투입 인력규모와 일의 특성, 소요되는 자재 규모 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 팀장은 "손상된 잔디를 회복시키기 위해 바람을 통해 주는 '에어레이션 작업'과 모래 및 영양제 살포, 부직포 덮기 등 방법을 쓰고 있다"며 "광장 잔디보호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돗자리 이용 등 성숙한 시민의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보람된 일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오천그린광장은 여러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만들어낸 결정체"라며 "초록색 잔디광장에서 아이들이 웃으며 달리는 모습을 볼 때면 가슴이 벅차 오른다"고 말했다.

지정운 기자 zzartsos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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