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공자의 제자 자로(子路)가 공자에게 물었습니다. “군자(君子)란 어떤 사람입니까?” “공경스러운 마음 자세로 자신의 인격을 닦는 사람이다.”라고 공자가 답했습니다. 자로가 “그렇게만 하면 됩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인격을 닦아서 남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다.”라고 부연해서 답합니다. 자로가 “그렇게만 하면 됩니까?”라고 재차 묻자 공자는 “인격을 닦아서 모든 백성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는 요임금과 순임금도 오히려 어렵게 여겼던 일이었다.”라고 최종의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요순(堯舜)같은 성인임금도 그 점에 대해서는 어렵게 여겼다는 내용은 ‘박시제중(博施濟衆)’ 다음에 두 번째로 나오는 표현이니, 그런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쉽게 알게 됩니다. 『논어』 「헌문(憲問)」편에 나오는 문답인데, 다산은 그의 논어연구서인 『논어고금주』라는 책에서 이 대목에 대한 탁월한 새 이론을 전개했습니다. 『논어』에 나오는 ‘군자(君子)’의 의미는 여러 가지로 표현되지만, 여기서는 먼저 나라의 최고통치자를 의미한다고 풀이합니다. 한 나라의 최고통치자가 해야 할 세 단계의 설명인데, 먼저 하늘과 어버이에 대한 공경심을 지니고 자신의 인격을 닦고 도야한 사람이 ‘군자’라는 사람이며, 다음으로 그러한 인격을 갖추고서 사람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며, 최종적으로는 갖추어진 인격자로서 만백성들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통치자가 참다운 ‘군자’라는 의미라고 다산은 설명했습니다.

 공경스러운 마음을 지니고 몸을 닦는 일은 ‘성의정심(誠意正心)’의 일이고, 몸을 닦아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줌은 ‘수신제가(修身齊家)’에 해당되며, 몸을 닦아 만백성을 편안하게 살도록 해주는 것은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또한 치국평천하는 요순도 쉽게 여기지 않았음을 말해준 글이라고 다산은 풀이했습니다. 백성들이 마음 놓고 편안하게 살아가게 해주는 일이 정치의 최종목표라면, 정치에 뜻을 두고서 최고통치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먼저 자신의 몸을 닦는 인격도야에 평생을 걸어야 함을 여기서 알게 됩니다. 요순도 어렵게 여겼다는 만백성의 편안, 그런 일을 해야 할 정치인들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닦는 일은 팽개치고, 그저 높은 지위나 재물이나 탐하고 정권이나 잡으려고 허튼 꾀만 부리는 나라가 어떻게 편안한 나라가 되겠습니까.
 
남들을 편안하게 살게 해줌이란 효제와 돈목(敦睦)을 실행하여 온갖 친족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고, 백성들을 편안하게 살게 해줌이란 만민이 편안하게 살게 해주는 것이라고 다산은 설명합니다. 전쟁에 대한 불안, 경제적 위기에 대한 불안, 자연재해에 대한 불안, 정당간의 싸움, 빈부의 갈등, 지역 간의 격차 등으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을 어떻게 해야 해결할까를 공자와 다산은 분명히 밝혔습니다. ‘수기이안백성(修己以安百姓)’이라는 여섯 글자는 ‘수기’라는 두 글자의 해결 없이는 인류의 불안은 가실 길 없음을 인식하게 해줍니다. “요순은 백성이 편안치 못함을 병통(어려움)으로 여김이 아니라, ‘수기’를 제대로 못해 백성을 안정시킬 수 없음을 병통으로 여겼다”라는 대목을 인용한 다산의 뜻은 하늘처럼 높다는 것도 이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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