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 나비에 이어 강진 청자도 26일 최종 포기 결정

[전남도/남도방송] 함평 나비곤충엑스포에 이어 강진 청자엑스포까지 전남지역 '미니 엑스포'들이 줄줄이 좌초하고 있다.

국비 지원에 대한 정부의 난색과 지자체 재정난이 주된 원인이어서 무분별한 국제행사들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 전남도와 일선 시·군에 따르면 강진군은 당초 2014년 7월에 개최할 예정이었던 '청자엑스포'를 내부 논의 끝에 최근 포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100만 관객몰이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강진청자축제'를 밑거름으로 대구면 청자 도요지 일원에서 엑스포를 열어 고려시대 최고의 첨단산업이자 세계 최고의 예술품으로 평가받는 청자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릴 계획이었으나, 예산이 발목을 잡았다.

군은 국비 40억원, 도비 40억원, 군비 112억원 등 192억원을 투입해 엑스포를 치른다는 구상이었지만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소위 '돈줄'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경제적 효과가 낮다'며 난색을 표명하면서 첫 단추인 국비 확보가 난관에 부딪힌 것이 1차적 요인이다.

여기에는 현재 폐막을 앞두고 있는 여수세계박람회의 기대 밖 흥행실패가 부정적 변수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F1과 여수엑스포, 국제농업박람회, 순천정원박람회 등 굵직한 국제행사로 전남도의 재정적 여력이 위축된 점도 포기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10.0%로 전남 22개 시·군 평균(14.6%)을 크게 밑돌며 15번째로 재정상황이 좋지 않은 점도 큰 부담이 됐다.

청자엑스포는 한국행정연구원 타당성 조사 결과 생산 규모 2000억원, 부가가치 최고 1007억원, 고용유발효과 최대 4600명으로 예상됐지만 정부 내 부정적 기류와 정권말 신규사업 기피 현상, 지자체 재정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추진 4년 만에 백지화되게 됐다.

군 관계자는 "정부가 고성공룡엑스포 이후 소규모 엑스포에 대해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2년간 기획재정부로부터 국제행사 승인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여러 현안도 많은데 무리하게 엑스포를 추진할 필요가 있겠는가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앞서 이달 초에는 '나비의 고장' 함평이 나비축제를 디딤돌 삼아 야심차게 추진해온 '2013 세계 나비곤충엑스포'를 전격 포기했다.

'재정자립도 8% 수준의 자치단체가 167억원의 비생산적 축제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원초적 문제의식과 '경기 침체에 따라 소모성 축제나 전시성 행사는 지양하라'는 정부의 권고가 버무려진 판단이었다.

행·의정감시연대 이상석 운영위원장은 "엑스포나 축제가 단체장 치적쌓기용으로 변질된 측면이 있는데 이제라도 포기해 다행이지만 타당성 조사에서는 장밋빛이다 나중엔 해묵은 재정난을 들어 발을 빼는 관행은 분명 잘못됐고, 타당성 조사에 대한 책임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목포경실련 장미 사무국장은 "지역민이 즐기고 참여하는 소규모 축제가 아닌 보여주기식으로 무리하게 국제행사화하는데 근본적 문제가 있고, 계획 수립이나 예산책정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못하고 사후 평가가 철저하지 못한 점도 문제"라며 "여기에 정치적 이해타산도 부실의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 2월 국제행사 승인을 받은 '2015 담양대나무엑스포'의 경우 정부의 긍정적 판단에다 주무 부처가 축제로 몸살을 앓는 문광부가 아닌 산림청이라는 점에서 사업 추진에 큰 문제는 없지만, 도비 30억원과 국비(광특예산) 46억원 배분 문제 등은 숙제로 남아 있다.

저작권자 © 남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