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고도정수처리시설사업 7년째 삽 못 떠…식을 줄 모르는 특혜논란
여수시 고도정수처리시설사업 7년째 삽 못 떠…식을 줄 모르는 특혜논란
  • 조승화 기자
  • 승인 2019.04.08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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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억 시설공사 발주 과정서 ‘계약심의’ 배제 물의
영세업체 사업 수주 시 저가입찰 및 부실시공 우려
수년째 특혜논란, 적법여부 떠나 행정불신 자초 여론

[여수/남도방송] 여수시가 수년째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600억원대 고도정수처리시설 설치사업을 발주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석연치 않은 행정절차로 물의를 빚고 있다.

특정 대기업에 대한 특혜의혹이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공사 발주를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한 행정으로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시는 260억원에 이르는 학용·둔덕정수장에 대한 고도정수처리시설 설치사업을 지난달 21일 발주했다.

하지만 발주를 조달청에 의뢰하는 과정에서 시 계약심의위원회의 계약심사 의결사항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 드러나 문제가 됐다.

말썽이 일자 시는 나흘 뒤인 25일 해당 발주공고를 취소했지만 뒷말이 무성하다.

여수시 260억원에 이르는 학용·둔덕정수장에 대한 고도정수처리시설 설치사업을 지난달 21일 발주했으나 나흘 뒤인 25일 해당 발주공고를 취소했다.
여수시 260억원에 이르는 학용·둔덕정수장에 대한 고도정수처리시설 설치사업을 지난달 21일 발주했으나 나흘 뒤인 25일 해당 발주공고를 취소했다.

앞서 시는 지난 2014년 연 계약심의위원회에서 입찰 참가자격과 공사방식에 관한 내용의 계약심의를 의결했다.

정수장 시설 공사의 전문성을 가진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존의 토목공사업을 하는 사업체 1곳과 산업환경설비업 면허를 가진 사업체 1곳 등 2곳이 컨소시엄 형태에 입찰에 참여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건설산업기본법상 일 처리용량의 최소 1/3 이상 가능하던 실적제한을 15% 이내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라 학용정수장의 경우 5000톤, 둔덕정수장의 경우는 1만톤을 처리할 수 있는 실적이면 입찰참여가 가능토록 했다.

하지만 여수시는 조달청에 발주를 의뢰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계약심의를 배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담당자의 실수로 계약심의 결과를 발주의뢰서에 첨부하지 않아 기존 공고를 취소하고 다시 발주키로 했다”고 밝혔지만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조달청은 여수시의 요청에 따라 공고를 취소했다. 그러나 계약심의의 핵심사항인 참가자격과 실적제한에 대해선 재발주 시에도 제외키로 하면서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결국 여수시가 수백억 관급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계약심의를 제외했다는 여론의 뭇매를 회피하기 위해 기존 발주를 취소하고 사실상 무의미한 계약심의를 집어넣어 재발주하겠다고 한 것은 여론의 뭇매를 회피하기 위한 면피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달청에 원가심사를 위해 8000만원의 수수료를 내면서도 시의 의견이 담긴 계약심의가 반영되지 않는다면 시가 자체 사업으로 발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참가자격과 실적제한이 대폭 완화되면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업체들의 입찰 참여가 난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계약심의 내용이 입찰공고에 반영될 경우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업체는 전국에 8곳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 같은 제한이 없어지면 토목공사업으로 등록된 모든 업체가 참여할 수 있어 난립이 예상된다.

이로 인해 건설업계의 고질병인 저가입찰에 따른 부실시공이 우려된다는 목소리와 함께 기술력이 떨어지거나 전무한 업체들이 낙찰 시 또 다른 업체에 하도를 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욱이 계약심의 사항에 포함된 불합리한 협정사항 역시 유지보수나 사후관리 등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과업이행에 대한 ‘분담이행’ 조건은 향후 유지보수와 정비 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책임회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한 법적 소송도 야기된다.

정수장 설치실적 없이도 얼마든지 입찰참여가 가능한데 저가수주에 따른 부실시공과 업체 간 책임 미루기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전문성과 실적이 부족한 업체가 선정될 경우 막여과 기자재를 납품한 대기업 계열사에 하도를 줄 수밖에 없어 결국 담합이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시 상수도과 관계자는 비전문 업체가 사업을 수주할 경우 전문성 부족에 따른 사후관리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발주 과정에서 특혜의혹은 일체 없다”고 잘라말했다.

신기술 도입 명분 일감 몰아주기?…누굴 위한 사업인가?

여수시가 지난 2012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정수장고도화사업이 7년이 되도록 첫 삽조차 뜨지 못하는 것은 특정 대기업에 대한 특혜논란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시는 건설된 지 각각 45년, 35년이 경과한 둔덕정수장과 학용정수장에 대해 지난 2012년부터 고도정수처리시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수장 두 곳에 각각 423억원과 181억3500만원 해서 모두 604억3700만원의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된다.

시는 환경부 보조사업으로 이 사업을 도입했다.

수도관 노후비율이 55%로 도내에서 높은 수준으로 상수시설 여건이 열악한 지역 여건에 비춰 노후화된 정수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시민에게 깨끗한 물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돼 기대를 모았다.

공정의 핵심인 여과처리 기술은 ‘막여과 방식’으로 이 여과 방식에 대한 신기술 특허를 금호건설을 포함해 5대 대기업이 보유하고 있었다.

시는 금호건설과 전체 사업비 하도급률인 87%인 435억원에 ‘신기술사용협약’을 체결하고 그해 11월 토목공사업 및 산업환경설비공사업으로 설계를 심의받아 조달청에 발주를 의뢰했다.

이 과정에서 시는 개정된 지방자치단체 계약법령 변경에 따라 하도급률을 67%로 적용해야 함에도 당초 신기술사용협약에서 명시된 87%를 고수한 채 협약체결을 강행해 그 손실에 따른 책임을 물어 관계 공무원들이 감사원으로부터 징계를 받기도 했다.

설계금액의 20%인 100억 가량이 금호건설에 부여될 수 있음에도 이를 강행했다는 사유로 담당부서 직원들에 ‘주의’처분이 내려진 것이다.

이러다 보니 금호건설에 이 사업을 통째로 밀어주려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계속해서 일었다.

이후 시는 공법과 토목을 분리해 공법부분만 금호건설과 수의계약을 맺도록 분리발주 했지만 이마저도 조달청으로부터 반려됐다.

여의치 않자 시는 아예 사업명칭을 바꾼 뒤 금호건설과 수의계약을 맺도록 조달청에 의뢰했지만 재차 불가 판정을 받았다.

급기야 시는 지난 2017년 6월 금호건설과 신기술사용협약을 해지하고, 막여과 기자재 구입으로 조달청에 발주를 의뢰해 결국 계약을 맺었다.

이처럼 금호건설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집요하기까지 했던 여수시의 일련의 행정과정은 행정불신과 특혜로 비춰질 수밖에 없었다.

2017년 7월 178회 임시회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 송하진 시의원은 “시가 600억원에 달하는 고도청수처리시설 사업을 신기술을 허울로 특정 대기업에 몰빵을 하고 있다”며 “신기술 도입 명분과도 맞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시는 공법계약을 마무리했고, 공사부분에 대해서도 조속히 업체를 선정한 뒤 계약을 맺고 상반기 중 착공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그동안 여수시가 보여준 석연치 않은 행정은 특혜논란으로 얼룩진 행정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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