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아쿠아호 선령 만료로 운항 중단…대체 선박 투입 요원
주민 이동권 제약 및 생계유지 막막…관련법 개정 필요성 제기

여수여객선터미널에 정박중인 오션호프해운사의 줄리아아쿠아호.
여수여객선터미널에 정박중인 오션호프해운사의 줄리아아쿠아호.

[여수/남도방송] “1시간 50분이면 닿던 거리가 5시간 넘게 걸려요. 너무 힘드네요”

여수와 거문도 간 여객선 운항이 이달 1일부로 전면 중단된 가운데 항로 운영 선사에서 대체여객선을 확보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섬 주민들과 섬을 찾는 외지인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여수해수청은 여수여객선터미널과 거문도 항로를 오가는 ‘줄리아아쿠아호’가 선령 만료로 이달 1일부터 운항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녹동~거문도 간 여객선과 연계한 여수~녹동 간 셔틀버스가 하루 2차례 운행되고 있고, 손죽도~광도 항로 ‘섬사랑호’가 초도까지 연장 운항하고 있다.

여수~거문도 항로는 기존 조국호가 지난 2014년 선령 만료로 퇴출당하면서 오션호프해운사의 줄리아아쿠아 1대만이 승객수요를 겨우 감당해왔다.

선령 20년 이상인 줄리아아쿠아호는 향후 5년간 연장 운항을 하기 위해선 60일간의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공백 기간 동안 수송을 담당한 선박이 제때 배치되지 않으면서 섬 주민들은 심각한 교통난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거문도에서 여수 여객선터미널까지는 기존 쾌속선으로 1시간50분이면 도착했으나, 지금은 초도로 가는 소형선박에 승선해 이동한 뒤 또 다시 녹동항으로 가는 섬사랑호를 타야 한다. 

녹동항에 내려 다시 버스로 여수까지 가려면 최소 5시간 이상 소요된다.

거문도항에서 오후 2시 출발한다면 오후 5시30분에 녹동항에 도착한 뒤 여수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고 가면 7시가 넘는 시간에서야 여수시내에 도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거문도 주민들은 여수에서 업무를 보려면 최소 이틀 이상이 걸려 여수 시내에서 숙박해야 하는 실정이어서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다.

거문도의 한 주민은 “여수항에 너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싣고간 해풍쑥과 수산물을 당일 판매할 수 없다”며 “예전에는 당일치기로 여수를 다녀오는 것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숙소와 식비까지 부담해야 하는데 경비가 더 많이 들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지경”이라고 푸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주민의 이동권에 상당한 제약이 뒤따르는데도 정부와 지자체에서 대체 선박을 조속히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여태껏 대책 마련조차 하지 않고 있는 관계기관의 대처가 실망스럽다. 외딴 섬에 산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주민들 말대로 여객선 중단 사태가 이미 예견됐음에도, 여수해수청이 대책마련을 게을리한 채 사태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선령 만료에 따른 선박검사 기한 동안 운항 공백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대체 선박을 사전에 물색해야 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한 행정의 안일함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해수청은 주민불편 해소를 위해 선령 연장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행정절차를 서두른다는 계획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그렇지 않아도 경제적 어려운이 가중된 섬 주민들의 생활난과 시름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예견된 인재라는 점에서 더욱 비난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여수~거문도 항로는 수년째 1개 선사가 운항을 독점해왔지만 이러한 구도가 바뀌지 않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운항 선사였던 청해진해운의 면허 취소로 오가고호와 데모크라시호 2척이 퇴출됐고, 현재까지 1개 선사만 운항을 해오고 있다.

주무관청인 여수해수청이 추가 사업자 공모에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섬 거주민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여객선 운항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아서가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이런 와중에 다행히 여수~거문도 항로는 지난 2018년 5월 여객선 준공영제가 도입되면서 매년 여수시가 2억1800만원을 선사에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종전에 비해 서비스 개선이나 이동 편의 등은 제자리걸음에 불과한 실정이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선박의 노후화에 따른 정비나 선령 만료 등으로 선박 운항이 중단되는 사태가 종종 발생하고 있음에도 소수 섬 주민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불편을 감내하는 실정이다.

섬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을 도시에 내다 팔거나 외지인을 상대로 음식점 등을 운영해 생활하는 대다수 섬 주민의 경우 배편 운항 중단은 생계를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섬 주민의 이동권 확보와 생계유지를 위해선 자본주의 논리가 아닌 공적 논리에서 정부가 현재보다 더 지원금을 확대해 추가 여객선을 배치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공기관이나 수협 등에 여객 운송면허를 부여해 여객선이나 쾌속 차도선 구입비 등을 국고에서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에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

여수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여수~거문항로 운항 중단에 따른 이용객들의 불편사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여객선이 조속히 투입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근본적인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한 관계 법령 개정 등 다양한 해결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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