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통과노선 ‘안전’ 위험…국가가 책임져야할 ‘국민생명’의 문제

BI·사업비증액 난색 표하는 정부주장 명분 약해…가덕도는 어땠나?
도심교통수단 한번 정하면 100년…도시의 명운 결정 사항

[순천/남도방송] 도심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경전선 신설문제로 폭염보다 더 뜨거운 사회적 이슈로 지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전남 순천시. 순천시민들은 기존의 정부안인 ‘도심통과노선’을 우회노선으로 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연일 높이고 있다. 

노관규 시장도 경전선 우회노선 변경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한다는 각오 속에 26일엔 사법연수원 동기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난다. 노 시장은 원 장관과 면담에서 ▲경전선 노선 우회 ▲10월 예정된 경전선기본계획 확정고시연장 ▲우회도로 신설안에 대한 예비타당성 재조사면제를 요구할 계획이다.

현재 국토부는 순천시의 요구에도 사업비증액 등을 이유로 노선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기본계획안 확정고시가 당장 10월로 임박해있어 노 시장은 원 장관을 만나 설득해보겠다는 구상이다.

순천시 도심을 관통하는 경전선 철도 모습. 사진제공=순천시
순천시 도심을 관통하는 경전선 철도 모습. 사진제공=순천시

경전선 전철화 사업은 순천~광주~부산을 잇는 개량화 사업이다. 문제는 순천구간이 도심을 관통하는 현행노선으로 추진된다는 계획에 지역사회 반발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하루 6회에서 40회로 급격하게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안전’문제가 가장 크다. 

고속철도 운행횟수 증가에 따른 도심소음·진동 등도 문제지만 ‘도시를 분절’시키는 도심관통노선은 교통체증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생태도시 순천의 경관을 훼손시킬 수 있는 점도 반발요인이다. 

반면, 국토부는 순천시가 요구하는 우회노선 변경이 ▲사업비증가로 인한 ‘예비타당성’을 다시 해야 하고 이로 인한 ▲공사기한 연장이 불가피하여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토부의 입장은 ‘국민안전은 고려하지 않는 주장’으로 비칠 수 있다. 

특히 사업비증액 문제를 살펴보자. 어차피 공사는 2028년 완공 목표로 내년부터 시작되어도 앞으로 6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6년의 기간이면 정부가 주장하는 2,584억의 사업비 증액 부담은 훨씬 가벼워진다. 

정부 예산을 오랫동안 담당했던 여당 관계자는 이 부분에 대해 “증액예산을 년 간 분담할 경우 한 해 430억 수준이다. 이 정도의 예산은 고속철도를 신설하는 예산치곤 정부에서 그리 무리가 가지 않는 예산이다”면서 “큰 틀에서 전체 증액예산은 많은 느낌이지만 한 해씩 늘어나는 예산치곤 정부가 져야 할 부담이 막중한 것은 아니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철도기술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현행 계획대로 밀어붙이다 ‘안전사고’ 등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여 추후에 다시 노선변경을 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까지 감안해야 하는 지점을 정부가 간과해선 안 된다”고 꼬집는다.

야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한 예로 부산 가덕도 신공항 문제를 들 수 있다”면서 “14조원을 들여 2035년까지 개항한다는 정부의 밑그림이 나왔었지만, 국토부가 가덕신공항 건설비를 28조 원으로 추산한 결과의 대외비 문건이 공개되기도 했다”고 상기시켰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 유력 두 후보 모두 ‘예비타당성 조사면제’ 공약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강원도 KTX 사례를 들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 예타 면제가 확정된 동해선 단선전철화 사업은 3조2067억원을 투입한 사업”아니냐고 강조했다. 현재 이 구간은 동해선 KTX의 시종착역인 포항에서 영덕까지 44.1㎞만 2018년 공사가 완료됐다.

동해북부선 철도도 2020년 4월 예타 면제를 확정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주재로 고성군 제진역에서 착공식까지 열어 사실상 ‘대못’을 박았는데, 이에 따른 사업비도 2조8520억원에 달한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실시한 사업의 사례들이다. 

따라서 순천 경전선 노선도 미래를 위한 우회노선 변경이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현재 계획이 그대로 추진될 경우 철도 하나로 인해 ‘국민생명의 안전’과 ‘환경파괴’는 물론이고, ‘소음·진동’ 등으로 인한 순천시민들의 정신적 고통이 뒤따르는 문제와 자칫 도시가 피폐해질 수도 있는 너무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전선을 이용하는 고객중심의 면에서 살펴봐도 순천 외의 주민들 편익에, 애꿎은 순천시민만 앞서 지적한 온갖 문제점과 그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이게 과연 온당한 해결책인지 “정부가 국민안전뿐만 아니라 면밀하게 미래를 내다보는 답을 내 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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