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관규 순천시장 행정협의회서 공식 제안
취지에는 동의하지만…실무 논의는 ‘온도차’
구체적인 당위성 확보 및 빅딜 등 필요성도

순천시 주암 순환센터 매립장.
순천시 주암 순환센터 매립장.

[순천/남도방송] 쓰레기 대란 위기에 직면한 순천시가 여수시, 광양시와 함께 광역 쓰레기매립장을 건립하자고 제안하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순천시와 달리 여수시와 광양시는 ‘당장 급할 것 없다’며 온도 차를 보여 광역 쓰레기매립장 건립은 쉽지 않은 모양새다.

앞서 3개시는 지난달 2일 민선 8기 첫 행정협의회를 갖고 환경 당면 과제인 쓰레기 처리 문제에 대해 "공동 협력하겠다"며 원론적으로 합의했다.

노관규 순천시장의 제안으로 광역 쓰레기 처리시설 건립 논의에 대한 불씨가 지펴졌다.

현재 순천시는 하루 190t의 폐기물을 왕조동 매립장과 자원 순환센터에서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포화 상태로 새로운 폐기물 처리장 건설이 시급한 실정이다.

민선 7기 시절 폐기물 종합처리시설인 '클린업환경센터' 건립 후보지 4곳을 선정하고 추진에 나섰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혔다.

지난해 광양 인근인 순천 서면 구상·건천마을 일대를 대단위 폐기물처리시설 후보지로 선정했다가 무산됐고, 이후에는 월등면 송치 일대에 클린업 환경센터를 짓기로 하고 인센티브까지 제공하겠다며 주민들을 회유했지만,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순천시의 고민은 민선 8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지난 4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쓰레기 처리시설 광역화를 공식 제안하기도 했다.

노 시장은 “쓰레기 처리 시설 문제는 시급한 현안으로 쓰레기 처리시설을 광역화하면 국비 50%를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여수에는 쓰레기 소각장이 있고 광양은 진행 중인 부분이 있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어느 도시와 연계할 수 있을지는 더욱 지켜봐야 한다"며 쓰레기 문제에 대한 고민을 내비쳤다.

순천시는 쓰레기 처리 비용 절감과 시설 운영의 효율성, 재활용을 통해 여수 및 광양산단의 에너지원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측면을 부각하고 있다.

또, 오는 2030년부터 생활 쓰레기 매립이 전면 금지돼 매립장 신설이 모든 지자체의 당면 과제인 점도 공동 추진 필요성의 근거로 들고 있다.

순천시의 제안에 여수시와 광양시 역시 필요성에는 공감을 표하지만, 선뜻 나서는데는 주저하고 있다. 

님비시설로 인식되는 쓰레기 처리시설을 '어느 지역에 두냐'라는 부지 선정 문제 등 첫 단추부터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곧, 주민 반발과 지역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민감한 사안으로, 정치적 득실을 따지지 않을 수 없는 문제로 떠오른다.

애타는 순천시와 달리 여수시와 광양시는 당장에 쓰레기 처리시설 추가 건립이 급하지 않은 문제여서 ‘손해 보는 장사는 않겠다’라는 입장이다.

위생매립장 2곳을 갖춘 여수시의 경우 만흥매립장이 전체 용량의 70%가량 찼지만, 최근 2037년까지 사용 기한을 연장했고, 광양시의 경우도 하루 190t을 처리하는 매립장이 1곳 있어 어느 정도 잉여 용량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여수시 관계자는 “광역 쓰레기 매립장 건립 취지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지만 당면한 환경문제의 대안을 모색해보자는 일종의 상징적 의미지 실무 검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광양시 관계자도 “내부 검토 단계로 여수․순천시 실무진과 협의하고 있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해서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로 생각된다”고 말을 아꼈다.

이렇듯 3개 시 광역 쓰레기 처리시설 건립을 위해서는 순천시의 보다 구체적인 당위성 확보와 국가 공모사업 빅딜 등 실리를 안겨줄 수 있는 현실적인 설득 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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