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시인, “난 시 쓰는 가장 촌스럽게 사는 초보 농부”

[순천/남도방송] 전원 현장에서 땀 흘리고, 허리 굽히고 펴는 순수노동을 하면서 수확한 농산물과 더불어 단을 묶어 내놓은 시들. ‘시를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시집에 담아 보낸다’고 담담하게 전하는 황희경 시인이 시집 ‘당신의 하늘은 어떤가요’를 펴냈다. 

황 시인은 이번 시집 발간을 시인답게 시로 표현했다. 황 시인은 자신이 “사는 집 흙마당 가 산뽕나무 한 그루와 함께 서른 해를 같이 살고 있다”면서, “보는 이마다 귀한 오리지널 토종 뽕나무라고 옛 사람의 눈으로 바라본다”고 한다. 

황 시인은 “까만 열매 떨어질 유월이면 나무 아래 멍석을 깔아 멍석에 널브러진 통통 살이 오른 달큼한 오디를 먹기도 하고 효소”를 담근다. 그렇게 담근 효소를 “오는 이에게 한 병씩 들려 보내고, 해마다 오디가 익어가는 유월이면 마당 가 산뽕나무에 대해 설레는 마음 오래 머문다고 소식 전해오는”데, “나의 시가 그랬으면 참, 좋겠다”고 오디가 익어가듯 시도 익어가길 바랬다. 

황 시인의 시에 대해 문학평론가 이충재 시인은 “황희경 시인의 작품들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전원 풍경의 향기뿐 아니라, 잊혔던 고향의 고즈넉한 전원 입구와 출구를 돌아 전체 풍광을 풍족하게 느낄 수 있게 해 준다”고 평한다. 

또한 “그 중심에 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으로서의 황 시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면서 “곤고한 영혼의 상태를 반강제적으로 연출시키는 이 시대 문화적 영향력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자유를 만끽하게 하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고 해석했다. 

황 시인은 순천대학교 대학원에서 고전시가를 공부하여 국문학 석사를 받았으며, ‘인간과 문학’ 신인상 추천, ‘리듬이 필요해’ 외 4편으로 등단하였으며 2019년 시집 ‘사랑옵다’를 출간했다. 현재 인간과 문학사 회원, 지송시회 동인으로 귀촌하여 자연과 교감하며 살고 있다. 

황 시인의 ‘불 멍’ 전문

불 멍 / 황희경

나무 타는 소리가 좋다
불 냄새가 좋다
솔가지 얹어주면 솔방울 타는 소리
타닥타닥 장작불 소리
죽순을 삶는 동안 장작불 앞에 쭈그리고 앉아
나무 타는 소리에 마음을
부려놓고 일없이 앉아 있다
하루 종일 해가 든다

당신의 하늘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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