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남도방송] 광양에 위치한 전남도립미술관이 지난 10월 6일부터 내년 1월 29일까지 하반기 특별전 ‘인간의 고귀함을 지킨 화가 조르주 루오’ 전시를 개최한다. 조르주 루오는 20세기 미술의 거장으로 당시 유행했던 미술운동인 야수파나, 표현주의 등의 어떤 경향에도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화가로 그의 생애와 예술성을 조명해 보고자 기획된 전시이다.

우리나라에서 13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당시 시대적 아픔과 그에 따른 변화되는 작품의 역사를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도록 대표작 미제레레(Miserere)를 비롯해 200여 점의 작품을 주제별 6개의 섹션으로 구성하였다.

1부에서는 조르주 루오의 자화상과 그와 친분이 있었던 친구나 스승의 초상화를 선보인다. 2부에서는 <뒷모습의 누드(1929)> 작품을 비롯한 여성과 누드를, 3부에서는 <오렌지가 있는 정물(1931)> 작품과 함께 정물과 풍경화 주제를 선보인다. 

4부에서는 1, 2차 세계대전으로 전쟁의 참혹함을 겪은 후 제작한 <미제레레(1927)>, 5부에서는 <예수그리스도의 수난>을 주제로 한 전시로 <그리스도> 작품이 대표적이다. 6부에서는 루오가 평생 집착하였던 주제 <서커스와 광대>를 비롯하여 퐁피두에서 대여한 <두 형제(1948년경)>, <어린 피어롯> 등을 전시한다.

조르주 루오가 작품 속 대상에게 내포된 주제를 탐구하며 의미하고자 했던 여성과 꽃, 광대, 서커스 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루오의 숭고한 예술 정신을 조명하며 당시 시대상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더불어 루오가 생전에 사용하던 판화도구, 서적 등 희귀한 유품도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초기 작품인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슬퍼하는 성녀들(1895~1897)>에서부터 후기에 그린 <무지개 곡마단의 소녀 마술사(1948~1949)>까지 살펴볼 수 있다.

조르주 루오(Georges-Henri Rouault, 1871~1958)는 종교화가로 일컬어지며 마티스, 피카소 등과 함께 당대 표현주의 및 야수파 화가들과 20세기 전반을 대표하는 화가이다. 

초기 조르주 루오의 작품은 스테인드글라스 견습공으로 일한 경험들로 오묘한 색채 발현과 야수파 화가들의 영향을 받은 아카데미 양식의 작품을 그렸다. 

그러다 미술사의 중요한 시기였던 19세기 후반 프랑스 미술계의 대표적인 상징주의 화가 귀스타브 모로(Gustave Moreau)의 제자로서 처음에는 모로의 화풍을 따랐으나, 스승인 모로가 사망하면서 인간의 내면 깊은 곳을 그리려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한다. 

그때부터 루오 특유의 화풍인 격렬하고 자유분방한 선과 깊은 색상의 표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913년경부터는 다시 종교화를 시작하면서 루오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가며 20세기 유일한 종교화가가 되었다.

그는 성서나 종교적인 주제로 독자적인 작품을 그리기도 하였으나, 1, 2차 세계대전과 파리의 사회주의 등 지속되는 고난 시기의 사회적 약자였던 광대와 곡예사, 가난한 빈민 등 삶과 전쟁의 비극 속에서 고통받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왔다. 

또한, 인간으로서의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작품들을 통해 인간을 향한 연민 등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이를 향한 루오의 작품 사상은 깊은 종교적인 감정에서 유래하였고, 그로 인해 가난하고 힘없는 소외된 이들을 향한 인간의 내면 깊은 곳을 바라보는 종교적인 주제의 작품 경향이 짙어졌다.

이번 전시는 1,000여 점의 루오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프랑스 국립 퐁피두센터와 조르주 루오 재단에서 엄선한 판화 및 유화 작품 등의 소장품 200여 점을 전시하며, 프랑스 대사관의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더불어, 특별전 ‘인간의 고귀함을 지킨 화가 조르주 루오’ 전시와 연계하여 ‘조르주 루오와 한국미술’도 함께 개최한다. 1900년대 초반부터 조르주 루오의 조형적 화풍이나 예술 정신에 영향을 받은 한국 근현대 표현주의 작가 이중섭, 구본웅, 박고석 등의 작품 50여 점을 선보인다. 

또한, 강용운, 배동신, 손상기, 김재형 등 전남지역 출신의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선보이며 지역적 관점에서 한국적 표현주의를 해석하는 의미로 고찰하고자 한다.

‘조르주 루오와 한국미술’ 전시 1부는 ‘형상적 현실’을 주제로 194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해방과 분단, 전쟁 등 다양한 사회적 변화 속에서 외국 유학을 통해 꾸준히 현실 참여적 성격의 예술 활동을 한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며, 2부에서는 ‘현실적 형상’을 주제로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자유의 상징인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인간의 실존과 개인의 서사에 더욱 주목하는 구상 표현 작품을 선보인다.

이중섭의 <물고기와 노는 두 어린이(1953-54)>를 비롯하여 구본웅의 <푸른 머리의 여인(1940년대)>, 손상기의 <이별, 사후 3일(1980)> 등 걸작을 만날 수 있는 전시로 국가와 문화, 시대와 예술 사이에서 생성되는 새로운 의미의 지점을 발견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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