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상임위 총 1억 3000만 원 들여 연말 유럽, 베트남, 일본 行
박물관‧미술관 등 대부분 관광지…“이 시국에?” 비판 여론 증폭

여수시의회.
여수시의회.

[여수/남도방송] 여수시의회가 수억 원의 혈세를 들여 연말에 해외 연수를 떠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여수시의회 3개 상임위원회는 내달 14일부터 유럽과 베트남, 일본 등 3개국에 해외 연수를 떠난다. 이번 연수에는 총 1억 3000만 원의 시예산이 소요된다.

기획행정위원회는 문화 관광 자원 활용실태 파악을 목적으로 내달 14일부터 23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대문화센터와 카탈루나 박물관, 카르카손 요새 등을 방문한다.

이어 프랑스 마르세유현대미술관, 아틀리에 박물관, 빅토리아에마뉘엘 갤러리아, 이탈리아 푼타멜라도가나미술관, 아카데미아 미술관, 보르게제미술관 등을 방문한다. 

일정에는 소속 의원 7명과 사무국 직원 등 모두 16명이 참여하며 1인당 450만 원의 경비가 소요된다.

환경복지위원회는 탄소중립 및 기후변화 대응 전략 연구를 목적으로 내달 15일부터 20일까지 베트남 하노이의 케이파워와 롯데건설, 옌뜨국립공원, 하룽베이 유네스코 지정 세계 자연유산 탐방 등을 나선다. 의원 8명과 사무국 직원 등 모두 12명이 참여하며 1인당 150만 원이 소요된다. 

해양도시건설위원회는 해양관광자원 선진사례 연구를 목적으로 내달 15일부터 21일까지 6박 7일 일정으로 일본 도쿄 국제포럼과 파시피코요코하마, 마루라리멧세, 오키나와 해양공원, 치넨미사키공원 등을 방문한다. 소속 의원 8명 등 총 12명이 참석하며, 1인당 334만 원이 소요된다. 

시의회는 내달 2일까지 공무 국외 출장 심의위원회를 열고 일정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연수 일정 대부분이 미술관이나 박물관, 공원 등 해당 국가의 단골 관광지로 짜여 있는 데다 고환율 시대에 굳이 해외에 나가서 시비를 써야 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인한 트마우마가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조용한 연말을 보내자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고, 코로나19 재유행이 사실상 시작되고 있는데 해외 연수를 강행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타당하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3고로 인한 서민들이 고통받는 분위기를 고려해 전국에서 많은 지자체 의회가 국외연수를 반납하고 있는 상황도 시의회의 해외행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전남도의회는 지난 15일 국외연수 계획을 전면 취소했고, 전국의 상당수 의회가 지역경제가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해외 연수를 반납하고 있다. 인근 순천시의회도 이태원 참사 애도 차원에서 해외 연수를 전면 취소한 바 있다.

더욱이 여수시의회는 최근 의정비(월정수당) 11%를 인상해 도내에서 가장 많이 의정비를 책정했는데 또다시 막대한 혈세를 들여 외유성 연수를 가는 것은 시민 정서와 동떨어진 처사라는 비판이다.

시민 정모 씨(44)는 “시의원 6명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자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의회가 혈세 쓸 궁리만 하는 것 같다”라면서 “외유성으로 비칠 소지가 큰 해외 연수를 시민 의중도 들어보지 않고 강행하겠다는 것은 민심을 거스르는 배신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강현태 운영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근래 3년 동안 해외 벤치마킹을 가지 못했다”면서 “시민의 어려움이 크고, 전남도의회가 국외연수를 취소하는 등 상황을 감안해 각 상임위에서 알아서 판단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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