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시인의 독특한 내면 풍경과 서사 담아

성미영 시인이 출간한 첫 번째 시집 ‘북에 새기다'.
성미영 시인이 출간한 첫 번째 시집 ‘북에 새기다'.

[여수/남도방송]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작가회의 여수지부에서 창작 활동에 몰두하고 있는 성미영 시인이 첫 번째 시집을 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17년 작가로 등단 이래 6년 만에 시와 에세이를 통해 출간된 첫 번째 시집 ‘북에 새기다’는 작가가 살고 있는 남도의 독특한 내면 풍경과 서사가 풍성하고 다양한 변주를 담아 내고 있다는 평가다.

시집은 작가 자신의 삶과 더불어 지역과 역사에 깃든 정신의 터를 다지는 동시에, 특히 판소리와 민요를 하는 시인만의 독특한 율격 구조가 반영돼 시를 따라가는 재미가 더해지고 있다.

시집의 제1부에서는 시 한 편 한 편이 마치 어류도감을 읽는 것과 같은 서술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 시들은 여수 바닷가에서 잡히는 각종 어패류를 통해서 바닷가 사람들의 고달픈 삶을 조명하고 있다.

제2부의 시들은 과거의 역사와 현실의 문제를 에둘러 살펴보면서 민중들의 삶이 어떻게 고통을 받았는지를 세심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현재의 시국 문제로부터 과거의 여순사건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중들이 겪었던 삶의 애환을 풀어내는데 마치 한 판 굿을 펼치는 듯한 영감을 전달한다.

제3부의 시들은 주로 여수 지역의 장소성에 깃든 삶의 한을 서술하고 있다. 장소를 깊이 들여다봄으로써 그곳에 스며 있는 아픔들과 공감하고 있다.

제4부는 시인의 주변 일상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 담담함의 이면에는 고통의 시간을 견디어낸 아픔이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다.

성미영 시인.
성미영 시인.

시는 갯벌에서 낙지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하던 어머니의 삶을 배경으로, 지역은 바다라는 공간이며, 그 공간에서 가족과 이웃이라는 보편적 삶을 소환하고 있다.

시인은 "낙지를 잡아 온 어머니는 어미 뻘낙지가 되어서 자식들을 먹여 살렸다"고 시에서 서술하고 있다.

어머니의 삶을 여자만 바닷가, 복천마을 바닷가로부터 소환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구슬픔과 먹먹한 여운을 느끼게 하고 있다.

시인은 "갯벌은 삶의 현장이기도 하지만 사투를 벌여야 하는 치열한 생존의 현장이기도 하다"면서 "한 발을 빼면 또 다른 발이 빠지고 마는 고통과 고난으로 이어지는 어머니의 삶은 말 그대로 갯벌 위의 삶과도 같은 것이었다"며 창작의 배경을 술회했다.

그에게서 바다는 어머니의 신산했던 삶을 떠올리며 새로운 삶을 다짐하는 성찰의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누구의 것도 아니어서 모두의 것인 별, 바다, 꽃을 사랑하듯 세상에 일어나는 작은 일도나의 일처럼 분노하고 슬퍼하고 때로 기뻐하며 그대에게 이르기 위한 징검다리 몇 조심스레 놓아본다"면서 "그대를 향해 가는 길이 나를 다스리고 치유하는 구도의 길, 끊임없이 나아가겠다"며 향후 창작 활동의 향방을 밝혔다.

황선열 문학평론가는 "성 시인의 시집 속에는 한을 풀어내는 독특한 서술 방식이 있다. 그것은 타자의 고통을 내면으로 끌어들이는 힘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해설했다.

한편, 성 시인은 전남 완도 출생으로 전남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2017년 ‘작가’로 등단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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