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시대’ 제135회 신인문학상에 당선된 여수시청 김은숙 팀장.
▲문학시대 제135회 신인문학상에 당선된 여수시청 김은숙 팀장

[여수/남도방송] 전남 여수시 김은숙 교육지원팀장이 국내 권위 있는 문학지로 알려진 ‘문학시대’ 제135회 신인문학상에 당선돼 등단했다.

1987년 창간 이래 수많은 역량 있는 작가 등용문이 되어온 ‘문학시대’에 박꽃 피는 밤 외 9편의 작품을 출품하여 신인상 영예를 안았다.

심사위원인 김시철 시인, 박종철 시인, 성춘복 시인, 조병무 시인은 심사평을 통해 “사람이 살아가는 길 위에 드러나고 감추어지는 경험요소들이 자연현상과 결부돼 있으면서, 이를 서사적이면서 서정적으로 굴곡 지는 인생의 어느 의미 있는 장면의 이미지로 포착해 내는 솜씨가 믿음직스럽게 다가와 당선에 올렸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당선 소감에서 “내 삶이어서 소중한 내 이야기를 글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었는데, 2년 전 코로나로 멈춰진 일상이 전남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 과정으로 이끌었다”며 “아직은 온전히 자신을 내보이는 것이 부끄럽고 낯설지만 마음이 전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위로받고 위로해 주는 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시심으로 보여주시는 신병은 선생님과 문예창작 문우들, 여수문협 회원들과 이 벅찬 감동을 함께 나누고 싶다”며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그 품격에 누가되지 않도록 더 정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여수 출신인 김 팀장은 청주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공직에 입문한 이래 여수시 홍보기획팀장, SNS소통팀장을 거쳐 초중고등 교육지원 업무를 맡고 있으며, 한국문인협회 여수지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1년 전남문인협회가 주최한 전남백일장 시부 장원으로 당선됐으며, 지난해 말에는 공무원으로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 국가 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조승화 기자 frinell@hanmail.net


박꽃 피는 밤
  
구순의 어머니와
나란히 누워 맞이하는 아침
 
뉘기여?
 
외동딸도 몰라보시는 어머니
마음 한 켠 쌓고 쌓은 
삶의 무게
한 겹 두 겹 눈을 덮었을까
 
시들고 상한 꽃잎 걷어내니
세상은 박꽃처럼 환해지고
어머니는 박꽃으로 피어난다
 
그날 밤
늦도록 이어지는 박꽃의 수다를
달도 별도 나도
가만히 듣고 있다.

 

귀가
 
조심히 걸어라
밝은 곳은 허방이다
 
칠흑 같은 밤
울퉁불퉁 시골길을 걸어 본 사람은 안다
밝은 곳은 돌부리가 아니면 물구덩이었다
 
빗물 고인 허방엔 하늘이 내려앉고
작은 우주가 몸을 풀었다
 
자칫 발이라도 헛디디면
안드로메다 속으로 빨려들 것 같아
종종종 따라붙던
제사 마치고 돌아오던 길
 
오늘도 그 밤처럼 별은 푸른데
허방 밟지 말라며 시린 손 잡아주시던
그 손길 생각나
두 손 살며시 비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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