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경 여수 이화내과의원 대표원장
[순천/남도방송]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이유 없이 피곤하다'이다. 지속적으로 피곤하며 의욕도 없고 여기저기 다 아픈 것 같지만 그렇다고 딱히 심하게 아픈 부위가 있는 것도 아니다.
수면 질도 좋지 않아 낮에는 늘 졸린 상태가 지속되며 건망증도 심해지는 것 같다고 한다. 이런 상태는 삶의 질과 기능을 크게 저하시킨다.
◇ 만성 피로
'피로'란 일반적으로 '일상적인 활동 이후의 비정상적인 탈진 증상, 기운이 없어 지속적인 노력이나 집중이 필요한 일을 할 수 없는 상태, 일상적인 활동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의 전반적으로 기운이 없는 상태'로 정의한다.
피로 증상은 지속하는 기간에 따라 분류하고 있으며 1개월 이상 지속되는 피로 증상을 '지속성 피로'라고 부른다. 그 중에서도 원인에 관계없이 6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되는 피로 증상을 '만성 피로'라고 한다.
피로를 유발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며 약물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이뇨제, 베타차단제 등 항고혈압제나 신경안정제, 항우울제, 소염진통제, 항경련제, 부신피질 스테로이드제 등이 대표적이다. 담배 속에 있는 니코틴에 의해 피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과로, 수면 부족, 대사 질환 등에 의해 발생한다.
최근에는 젊은 여성 중에서 피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심한 다이어트, 불규칙한 식사로 인한 영양 불균형이나 출산 후 육아로 인한 수면 장애 등이 만성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
◇ 만성피로증후군
만성피로증후군에서 보이는 피로는 일반적인 피로와는 구분된다. 아직까지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으나 여러 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 면역학적 이상, 신경호르몬계 이상, 중추신경계 이상, 정신적인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증상도 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대개 만성피로증후군은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는데 가장 일반적인 것은 별다른 원인 없이 심한 피로를 느끼고 이러한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된다. 집중력 저하, 기억력 장애, 수면장애, 위장 장애 등을 보일 수 있다.
이외에도 복통, 흉통, 식욕부진 등을 호소할 수 있다. 정확한 진단 및 만성피로를 유발하는 다른 질환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의학적인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 만성피로증후군의 진단
만성피로증후군 진단은 다양하고 병인이 명확하지 않아 쉽지 않지만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 중 하나는 1994년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개발한 파커스 베롤리 기준 (Fukuda criteria)이 사용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만성피로증후군 진단을 받으려면 환자는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심한 피로가 있어야 하며 다음과 같은 증상 즉 근육통, 수면장애, 인지기능 저하, 관절통, 목·겨드랑이 림프절 종대 및 압통, 심한 피로감 회복 지연, 발작성 두통 등 증상 중 네 가지 이상 증상이 있을 때 진단 할 수 있다.
만성피로증후군이 다른 질환과 동반될 수 있으므로 갑상선 질환, 류마티스 질환, 뇌졸중, 우울증, 빈혈 등과 같이 피로를 유발할 수 있는 질환들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필요한 검사 중 대표적인 것들은 일반 혈액 검사(CBC), 염증 수치 검사(CRP, ESR), 소변 검사, 혈당, 각종 전해질, 간 기능 등 일반화학 검사, 갑상선 기능 검사, 류마티스 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검사, 정신과적 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각종 검사 등이 사용된다.
◇ 만성피로증후군의 치료
만성피로증후군은 원인 가설이 다양해 제시되는 치료 방법 역시 다양하며 아직까지 표준 치료 지침이 정해져 있지 않다. 현재까지 만성피로증후군 치료는 원인에 따른 치료와 특정 증상 완화, 대처 전략 마련, 기능 보존과 회복에 중점을 두고 치료하게 된다.
피로를 유발한 원인 질환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원인을 제거하는 전통적인 치료 전략만으로는 부족한 경우들이 있다. 이럴 때에는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조합해 개인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안을 찾아야 한다.
두통이나 근육통 치료를 하기도 하고 불면증 치료, 면역 기능 강화 치료, 항우울제 투여, 고농도 항산화제 비타민 투여, 행동 인지 치료 등 여러 가지 치료 방법들이 복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운동 요법을 병행하면 효과가 높다. 주 5일 최소 12주간 운동, 운동 시 매번 5~15분 정도 지속, 운동 강도는 최대 산소 소비량의 60% 정도로 제한해 운동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대개 평소 겪는 일반적인 피로 증상은 생활 습관 조절로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 규칙적인 운동, 금연, 절주, 적정 체중 유지,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휴식 등을 지켜야 한다.
그럼에도 피로 증상이 갑자기 나고 처음부터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로 매우 심한 경우 등이 동반한다면 반드시 의사 진찰이 필요하다.
<김현경 여수 이화내과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