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절절한 그리움 담아

​▲나는 아버지 얼굴을 몰라요(심미안)​
​▲증언집 '나는 아버지 얼굴을 몰라요'(심미안)​

[순천/남도방송] 순천대학교 10·19연구소(소장 최관호)는 지난 7일 증언집 '나는 아버지 얼굴을 몰라요'(심미안)를 발간했다고 26일 밝혔다. 2019년도부터 해마다 발간하고 있는 증언집은 2022년 2권을 연달아 발간해 올해 여섯권째다.

증언집에는 10·19 당시 부모형제를 잃고 살아온 유족 열여덟분의 통한의 세월이 담겨 있다. 이들의 한 서린 사연에서 보편적 개인의 삶의 정서를 넘어서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국가폭력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번 증언집에는 아버지에 관한 사연이 많았다. 보도연맹 사건으로 두 아들과 끌려가 이후 행적을 알 수 없는 권판옥(권용렬 부친)씨, 좌익으로 몰려 쫓겨 들어온 동생을 숨겨준 죄명으로 총살당한 김창길(김귀암 부친)씨, 산으로 들어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박홍엽(박근영 형) 등 사연을 담았다. 

동네 모임에 참석한 것을 빌미로 군경이 자수하면 살려준다고 회유, 한국전쟁 발발시 대구형무소에서 희생된 박인철(박종영 부친)씨, 반란군과 동조자라는 이유로 끌려가 총살당한 박종태(박홍수 부친)씨, 학생운동을 한 이력으로 끌려가 전주형무소에서 총살당한 송정용(송택주 부친)씨.

큰아들이 좌익사상에 경도되는 바람에 작은아들과 끌려가 총살당한 신일용(신영철 부친)씨, 야학을 하여 남로당원으로 몰려 총살당한 정춘식(정병환 아버지)씨, 젊다는 이유로 11명의 마을 젊은이들과 끌려가 희생당한 정우석(정정애 아버지)씨, 느닷없이 잡혀가 애기섬에 수당된 최두성(최쌍자 아버지)씨, 보도연맹에 가입 목포형무소에 수감된 후 행방불명된 허만진(허규구 아버지)씨.

부모를 동시에 잃거나 일가족이 동시에 희생당한 경우도 있다. 최규명씨는 좌익 활동을 하던 사람과 얽혀 아버지 최정행씨가 산사람에게 밥을 해줬다는 이유로 어머니 정야매씨를 한꺼번에 잃었다. 최낙환씨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3형제가 동시에 목숨을 잃은 뒤 할머니와 어머니가 남은 두 형제를 각각 맡아 키우면서 겪는 삶이 소개된다. 

14연대 군인이었던 신민호(신환식 작은아버지)씨, 빨치산 심부름을 해줬다는 혐의로 6명의 젊은 친구와 집단 총살당한 김도암(이세형 외할아버지)씨, 이유없는 죽음을 당한 순천사범학교 학생이었던 전형선(전창환 작은아버지)씨 사연도 있다.

순천대 10·19연구소에서는 지난 14일 '10·19와 증언 기억공감'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으며, 앞으로도 추념창작집 '해원의 노래', 잡지 '시선 10·19', 학술집 '진실과 공감'을 발간할 예정이다.

최관호 소장(법학과 교수)은 발간사에서 "내 자식을 죽인 자들을 이 사회가 엄벌해 주기를 바랄 것이다. 내 자식, 내 부모, 내 형제를 묻은 이 손으로 뺨이라도 때리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게 만든 국가가 그 한을 풀어줘야 한다. 최소한 그들이 누구인지, 왜 그랬는지라도 밝혀줘야 한다. 그것이 끊어져 떨어진 창자를 주워 들고서라도 살아야 했던 그들에 대한 이 사회의 최소한의 속죄"라고 했다.

양준석 기자 kailas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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