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경 여수이화내과의원 대표원장

▲김현경 여수이화내과의원 대표원장(의학박사, 내과 전문의)
▲김현경 여수이화내과의원 대표원장(의학박사, 내과 전문의)

[순천/남도방송] 벌써 올해도 9월이 시작됐다. 아직 더위 때문에 힘들지만 이맘때면 미뤄뒀던 건강검진, 암검진도 받아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힘들다는 위내시경, 대장내시경을 먼저 떠오르고 잡아놓은 예약도 더 미루고 싶어진다. 암도 간단한 혈액검사로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종양표지자 검사

국가건강검진 외에 개인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 본 분이라면 검진 항목에서 '종양표지자'라는 검사 항목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흔히 암 표지자 혹은 암 검사라고도 불리는 종양표지자 검사를 말하는 것으로 이 수치가 이상이 있다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특정 암이 발생해 진단되면 암세포가 만들어 내는 특정 물질이 혈액으로 분비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 혈액 검사를 통해 이 물질이 분비되는지 확인을 할 수 있으며, 결과에 따라 암 진단이나 예후 판정, 재발 유무 등 판정에 이용할 수 있다.

이때 분비되는 물질을 바로 종양표지자(tumor maker)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이 수치들이 상승돼 있다면 암일까요? 대답은 꼭 그렇지 않다. 종양표지자는 암이 진단됐을 때 환자 치료를 결정하거나 예후를 예측하는 데에 사용된다.

치료 중 치료반응 평가와 완치 후 재발 여부 확인 등에 모니터링이나 보조적인 도구로 사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선별검사로서 사용해 특정 암의 존재를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 실제 선별검사로 사용되는 AFP과 PSA

그럼에도 간암표지자인 AFP과 전립선암표지자 PSA는 선별검사로서 의미가 있어 사용한다. 물론 이 표지자도 상승했을 때 암 이외 상황에서도 상승할 수 있어 반드시 암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치료를 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승 시에는 추가 검사를 해야 한다.

AFP는 간암에서 흔히 분비되는 악성 당단백질로 간경변, 간염을 포함한 간질환이나 고환암, 난소암 등 생식세포 종양에서도 상승할 수 있다. 건강한 일반인에서는 간암 선별검사로 추천되지 않지만, 간암 고위험군인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 보균자는 AFP과 간초음파나 CT를 같이 시행하는 경우 선별에 높은 유용성을 보여 실제 간암 검진에서 이용하고 있다.

PSA는 전립선암에서 상승하는 전립선 특이항원이며 이외에도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염에서도 상승할 수 있다. 건강검진이나 혈액검사에서 PSA 수치가 증가된 경우에는 비뇨기과에서 전립선 초음파를 같이 시행한다면 전립선암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전립선비대증에 높은 양성 예측도를 보여 전립선비대증 진단에 좀 더 도움이 된다.

◇ 그 외 종양표지자

그 외에 사용되는 암표지자는 30여가지가 있으며, 그 중에서 많이 검사하는 것이 CEA, CA 19-9, CA 125 등이 있다.

CEA는 대장암을 포함하여 폐암, 췌장암, 위암에서 흔히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흡연, 간염, 소화기계 질환 등에서 상승되는 경우가 더 많다. 기존 대장암을 진단받은 환자에서 수술 후 재발 여부 판단을 위해 주기적인 검사를 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일반인 대상으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CA 19-9는 췌장암에서 주로 증가되는 종양 관련 항원이며 위암 대장암, 담도암에서 상승할 수 있다. 대개 국소 진행 또는 전이성 췌장암인 경우 치료 전후 검사해 병의 진행을 확인하는데 사용된다. 복통이나 체중감소와 같은 증상이 있는 환자에서 췌장암 검사의 민감도와 특이도가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일반적으로 췌장암 선별검사로는 추천되지 않는다.

CA 125는 난소암에서 주로 상승하고 이외에도 자궁내막암, 대장암에서 상승할 수 있지만 염증성 장질환, 골반염, 유방질환 등에서도 상승할 수 있어 단독으로 난소암 선별검사로는 추천되지 않는다.

CA 72-4는 소화기암 혹은 난소암 등의 악성 질환에 있어서 고빈도, 고농도에 출현하는 반면에, 양성 질환 및 정상인 위양성율이 지극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CA 125가 음성인 점액선암에서 양성을 보일 수 있어 CA 125와 조합해 진단률을 향상 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난소암 환자에서 수술 후 재발이나 치료 반응을 보기 위한 보조적인 검사로 유용하다.

AFP와 PSA를 제외한 다른 검사는 증상이 없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용하기에는 민감도와 특이도가 떨어져 스크리닝 검사로 추천되지는 않는다. 또 상승돼 의심되는 장기에 대해 다른 추가 검사해 정상소견을 보이면 추적검사에 대한 확립된 가이드라인도 뚜렷하게 없는 실정이다.

다만 종양표지자 상승 시 추가 검사에서 이상이 없는 경우 3~6개월 정도 기간을 두고 2~3회 재검사를 해보는 것이 안전하다.

<김현경 여수이화내과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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