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2일 오후 5시 예울마루 대극장서
유진-베를린자유청소년오케스트라 협연
프로그램 다채·수준 높은 선율 '감동 선사'
독일 단원들 여수 섬·바다·음식에 푹 빠져
유진오케스트라 청소년들 내년 독일 공연

▲10월 22일 여수 예울마루 대극장에서 열린 한국 유진오케스트라와 독일 베를린자유청소년오케스트라 소속 두 나라 청소년 연주자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이은주 감독)
▲10월 22일 여수 예울마루 대극장에서 열린 한국 유진오케스트라와 독일 베를린자유청소년오케스트라 소속 두 나라 청소년 연주자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이은주 감독)

[여수/남도방송] 10월 22일 오후 5시 전남 여수 예울마루 대극장. 이날 한국 유진오케스트라와 독일 베를린자유청소년오케스트라 소속 두 나라 청소년 연주자들은 각자의 나라에서 준비한 모든 것을 훌륭하게 해냈다.

이날 공연은 오케스트라 합주, 솔로 연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바리톤·소프라노 가수와 어린이중창단, 서양음악 및 국악 협연으로 함께 무대를 꾸미는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수준 높은 연주를 선보였다. 지휘자와 단원들은 하나된 모습으로 아름다운 선율로 감동을 선사했다. 

서양 전통 클래식인 프란츠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으로 시작해 여순사건을 기억하기 위해 베를린 국립음대 교수 라이너 펠트만(Rainer Feldmann)이 작곡한 '검은풀'이 오케스트라와 기타 솔로로 연주됐다. 이어진 신모듬은 화해 상생 의미를 담아 서양음악과 국악이 함께 협연해 관객 호응을 이끌었다.

네번째 욥스트 리브레히트 교향곡 5번 'Wien'이라는 현대음악이 여수에서 초연됐다. 독일 출신 세계적 바리톤 시몬 발피쉬(Simon Wallfisch)의 고운 성량과 재치로 신박한 현대음악 세계로 관객 흥미를 자극해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바리톤 시몬은 '그리운 금강산'을 한국어로 여수 출신 박소은 소프라노와 함께 불러 큰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았다. 시몬은 깊이 있는 감성과 전달력, 풍성한 성량으로 곡을 완벽히 소화해 감탄을 자아냈다.

▲공연이 끝난 뒤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은주 감독)
▲공연이 끝난 뒤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은주 감독)

평화를 주제로 펠트만 교수가 작곡한 '판문점의 봄'은 여수지역 연주자들로 구성된 '모인 스트링 콰르텟'과 한독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위해 만든 곡으로 1악장 어둠(점령, 분할, 전쟁), 2악장 기억(아리랑- 하나의 노래, 하나의 국민), 3악장 자신감(통합에 대한 희망)으로 구성된 바흐 '코랄'과 '우리의 소원'을 모티브로 작곡돼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왔다.

'판문점의 봄'은 남북한 통일이 다시 가능하다는 희망을 상징하기 위한 것으로 봄은 창조, 삶, 각성을 의미한다. 펠트만 교수는 "이 작품을 한국 사람들과 깊은 유대감을 가지고 썼고 특히 한국과 독일 역사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이은주 유진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은 "우리는 매년 서로의 온기가 따뜻해지고 있다. 매년 격년으로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쌓아온 우정에서부터 코로나 때 그리움과 다시 만난 반가움으로 이어졌다. 언어와 외모는 다르지만 한마음이 되는 자리였다"고 공연 소감을 밝혔다.  

이 감독은 "우리는 늘 하나의 주제로 노래를 하고 연주를 해왔고 그것은 평화였다"며 "통일을 이룬 국가와 아직 분단의 아픔을 가진 나라가 서로 위로하고 희망을 주는 테마는 서로를 연결하는 아주 중요한 끈이다"고 강조했다.

▲남해바다 매력에 풍덩 빠진 독일 단원들이 금오도 비렁길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은주 감독)
▲남해바다 매력에 풍덩 빠진 독일 단원들이 금오도 비렁길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은주 감독)
▲금오도 비렁길에서 남해바다 비경에 빠진 독일 청소년들 (사진=이은주 감독)
▲금오도 비렁길에서 남해바다 비경에 빠진 독일 청소년들 (사진=이은주 감독)

◇ 독일 단원들, 여수의 섬에 빠지다

하늘색과 닮은 에메랄드빛 바다, 가을 차가운 날씨에도 망설임 없이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는 독일 청소년들. 그야말로 섬의 매력에 풍덩 빠졌다. 금오도를 향한 배를 타고 비렁길 3코스를 2시간가량 걸으며 비경도 즐겼다.

맨발로 걷는 학생들, 바위에서 한동안 앉아 먼 바다를 보고 감동하는 학생들, 이런 광경은 잊지 못할 거라며 연신 "아름답다",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반복해 쏟아냈다. 바다와 섬 매력에 빠진 학생들은 아름다운 남해바다 풍광을 만끽하느라 하마터면 배를 놓칠뻔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동독 출신으로 DMZ를 방문하고 한국전쟁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 뒤 '판문점의 봄'을 작곡해 이번 공연에 초연한 독일 음대 라이너 펠트만 교수 (사진=이은주 감독)
▲동독 출신으로 DMZ를 방문하고 한국전쟁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 뒤 '판문점의 봄'을 작곡해 이번 공연에 초연한 베를린 국립음대 라이너 펠트만 교수 (사진=이은주 감독)

◇ 이야포평화공원 역사의 현장을 가다

여순사건 창작곡 '검은풀'을 작곡한 펠트만 교수는 동독 출신으로, 한국전쟁 아픔을 독일이 과거 분단국가였을 때 경험한 감정으로 우리에게 늘 평화에 관한 곡을 작곡해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할 역사에 대해 강조한다.

그는 이번 예울마루 공연에서 본인이 작곡한 '판문점의 봄'을 초연했다. 이 작품은 펠트만 교수가 DMZ(비무장지대)를 방문하고 한국전쟁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 후에 만들었다. 2020년 10월 베를린에서 세계 초연을 계획했으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취소됐다.  

한국전쟁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여수시 남면 안도 이야포평화공원을 찾은 그는 "여수 유진오케스트라 선생님과 학생들과 베를린 자유청소년오케스트라 학생들과 함께 이 섬을 방문했다. 우리는 또한 이야포평화공원도 방문했다. 그것은 멋진 날씨와 함께 멋진 여행이었다"고 했다.

펠트만 교수는 "그럼에도 나는 한국전쟁이 이 예외적이고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운 한국 역사가 존재하는지 계속해서 슬프다. 아름다운 목초지, 숲, 산, 마을 사이에서 느꼈던 평화를 영원히 기원한다"고 전했다.

▲여순사건 75주기 추념식이 끝난후 여수 유월드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단원들 (사진=이은주 감독)
▲여순사건 75주기 추념식이 끝난후 여수 유월드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단원들 (사진=이은주 감독)
▲여수 중앙동에서 쇼핑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단원들 (사진=이은주 감독)
▲여수 중앙동에서 쇼핑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단원들 (사진=이은주 감독)
▲한국 음식문화체험을 하며 돈독해진 한독 청소년들 (사진=이은주 감독)
▲한국 음식문화체험을 하며 돈독해진 한독 청소년들 (사진=이은주 감독)
▲한국 음식문화체험을 하는 독일 단원들 (사진=이은주 감독)
▲한국 음식문화체험을 하는 독일 단원들 (사진=이은주 감독)
▲매칭친구들과 서로 선물을 교환하고 우정을 돈독히 했다. (사진=이은주 감독)
▲매칭친구들과 서로 선물을 교환하고 우정을 돈독히 한 한독 단원이 서로 껴안으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이은주 감독)

◇ 베를린자유청소년오케스트라, 여수의 정을 담고 독일로 떠나다

독일은 흐린 날씨에 비가 자주 온다. 한국의 가을 날씨가 그들을 반겨주었다. 여수에 머문 9박10일 동안 한 번도 흐리거나 비가 오지 않아 여수의 따뜻한 기온과 맑은 하늘에 환호했다.

어디를 가든 환대해주고 친절한 사람들에게 감동했다. 헤어지는 마지막 날에는 "다시 오고 싶다"며 한국 친구들과 부둥켜안고 눈시울을 붉혔다.

일정을 보내는 동안 여수의 많은 사람들이 관심과 응원을 보냈다. 한국에 도착한 둘째날 여순사건 75주기 합동 추념식 연주를 마치고 유월드루지테마파크로 향했다. 유월드 지원으로 놀이기구를 타며 한국 친구들과 어색함을 한번에 날렸다.

22일 예울마루 대극장 연주를 마치자마자 모두 파티장으로 향했다. 청소년들을 위해 여수의 한 기업 대표가 후원해 만들어준 특별한 장소였다. 독일 한 학생은 "여기서 한국의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게임과 댄스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서로의 문화를 경험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연주회를 마친 뒤 가진 한독오케스트라 파티 (사진=이은주 감독)
▲연주회를 마친 뒤 가진 한독오케스트라 파티 (사진=이은주 감독)
▲독일 단원이 한국 음식문화를 체험하며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사진=이은주 감독)
▲독일 단원이 한국 음식문화를 체험하며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사진=이은주 감독)
▲여수 중앙동에서 쇼핑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이은주 감독)
▲여수 중앙동에서 쇼핑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이은주 감독)

◇ 여수 유진청소년 내년 독일을 방문하다

한독교류 청소년 오케스트라 유진과 베를린자유청소년오케스트라는 격년으로 한해는 한국에서, 한해는 독일에서 함께 연주회를 갖는다. 그들은 평화에 관한 메시지를 담아 연주하며 꾸준히 우정을 다지고 있다.

유진오케스트라의 유진은 독일어 Jugend(청소년)와 Sinn(감성)의 합성어다. 첫 시작은 2014년 베를린 자유청소년오케스트라 자매결연으로 시작됐다. 여수지역 초등학생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35명의 단원이 활동 중이며 이은주 감독이 이끌고 있다.

내년에는 쥬네스 뮤지컬 후원을 받아 독일 중부 쥬네스 본청이 있는 바이커스하임(Weikersheim)에서 캠프를 하고 연주할 계획이다. 이어 베를린으로 이동해 독일 학생 가정에서 홈스테이와 연주회를 연다.

▲연주회 마치고 한독오케스트라를 위해 준비한 뷔페와 파티에서 이은주 음악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은주 감독)
▲연주회 마치고 한독오케스트라를 위해 준비한 뷔페와 파티에서 이은주 음악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은주 감독)
▲한독 단원들이 숙소 앞에서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은주 감독)
▲한독 단원들이 숙소 앞에서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은주 감독)

쥬네스 뮤지컬은 1946년 전쟁으로 피폐해진 세계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71개국이 넘는 회원국을 연결해 청소년들의 문화활동과 음악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은주 감독은 "베를린자유청소년오케스트라는 이미 쥬네스 회원국이 돼 이번 한국 방문 일정에 후원을 받았다"며 "유진오케스트라도 내년부터 회원국으로 참여해 보다 많은 전남지역 청소년들이 문화적 후원을 받을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마르티나 펠트만(Martina Feldmann) 베를린자유청소년오케스트라 음악학교 교장은 "내년에 연주할 모든 준비와 계획을 마쳤다"며 "우리가 여수에서 환영받은 것처럼 독일에 돌아가 더 많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gijaa@hanmail.net

저작권자 © 남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