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한돈협회 순천지부장, 낙안면서 35년째 돼지 사육
앞으로 돼지고기 먹어줄 사람은 20~40대 주도할 것
양돈업 업그레이드 소비층 잘 아는 2세대가 이끌어야
가상축사서 돼지 키우니 생산성 10%↑·질병초기대응
축산업 지켜주던 방어막 엷어져··· 협동조합 관심 필요

▲김선일 '에코팜' 대표(대한한돈협회 순천지부장)
▲김선일 '에코팜' 대표(대한한돈협회 순천지부장)

[순천/남도방송] "앞으로 돼지고기를 먹어줄 사람들은 누구인가. 20~40대들 아닌가요? 그렇다면 그들이 먹을 돼지고기를 어떻게 키우는지, 대한민국 양돈산업을 어떻게 업그레이드하고 어떤 지향점을 갖고 가겠다라고 하는 것은 결국 그 사람들 머릿속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전남 순천 시내에서 낙안면으로 넘어가는 길목 언저리에 농업회사법인 '에코팜'이 있다. 과거엔 '낙안유기질비료'였다. 이곳에서 35년째 8,000여두 돼지를 키우고 있는 대한한돈협회 순천지부장 김선일(59) 대표. 일반적인 한돈 사육방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육방법을 도입하고 축사에 '디지털 트윈'을 적용한 김 대표를 만나 그가 말하는 돼지이야기를 들어봤다.

-에코팜은 어떤 곳인가.

"저희 농장은 일괄사육 비육농장이며 평범합니다. 다만 5년 전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서울대학교가 스마트안전축사 사업을 하는데 저희 농장이 베이스캠프였고 그걸 하면서 좀 더 양돈에 대한 고민, 버전, 이런 것들을 많이 고민하게 됐습니다."

-스마트안전축사를 간단하게 설명해 달라.

"인공지능(AI)이 영상과 데이터를 통해 관찰하고 그걸 분석해주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생산성 향상이 10% 이상 늘어났습니다."

-연구과정을 승낙하고 도입하게 된 계기는.

"제 성격이 새로운 어떤 목표나 과제에 대해 좋아한 부분도 있고, 농장 존폐와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했기 때문에 당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굉장히 위협적임에도 정말 방역에 신경 많이 쓰며 어렵게 어렵게 5년 동안 연구사업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연구 초기 두려웠던 것은 박사님들이 돼지를 처음 보는 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분들이 돈사를 둘러보면서 '와, 이렇게 길러져요?'라고 묻거나 '와, 돼지 저거 귀엽다. 이쁘다. 깨끗하다'는 등 반응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는 '아니 이런 분들하고 무슨 연구과제사업을 하지?' 그럴 정도로 좀 걱정이 앞섰는데 결론을 얘기하면 농업을 아는 분들하고 같이했던 연구 사업들보다 훨씬 더 성공적이었습니다."

-농업을 잘 아는 분들과 차이는 무엇이었나.

"농업을 아는 분들은 하나의 틀에 갇혀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렇게 하면 다 돼'라는 자기 확신이 더 강하게 작용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분들은 IT에 대해선 우리나라 최고 수준인데 농업을 몰라요.

그래서 배워가면서 새로운 시각 속에 진짜 융·복합이 일어난 겁니다. IT전문가와 농업이 만나 양쪽에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한 겁니다. 심지어 어떤 박사님 몇 분들은 농장에 와서 열흘씩 먹고 자고 했을 정돕니다.

직원들이 어떻게 돼지를 키우나, 돼지가 뭐 하나, 과연 돼지농장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으로 확인한 것입니다. 일단 돼지를 알고 싶다는 것이죠. 돼지를 배워가고 그 다음에 그 속에서 자기들이 고민하는 IT기술을 접목하려 했던 그런 과정이었습니다."

▲순천 에코팜 전경
▲순천 에코팜 전경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우리가 얘기하는 스마트팜. 핸드폰에 앱이 깔려서 몇 가지 정보를 확인하고 터치가 되고 이런 것은 그냥 단순한 기술일 뿐이고요, 진정한 AI로 한번 접근해보자 하는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98년부터 써왔던 농장양식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12월 마지막을 쓰고 딱 보면요, 아깝다. 아쉽다. 뭘 좀 더 잘했으면 성적이 더 오를 수 있었는데, 더 잘할걸, 아 내가 왜 이달에 좀 놀았지? 굉장히 중요한 달인데, 이런 게 복기처럼 떠올라요.

다시 말해 결과를 놓고 아, 이거 이렇게 고쳐야 된다. 이렇게 고치자 하는데도 그 다음에 잘 안되죠. 그리고 다시 1년 지나 보면 이게 또 안 되었었네 하며 계속 결과에 대한 분석이 반복됩니다.

그런데 이런 반복을 그만하자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제가 MSY(모돈 마리당 연간 출하마릿수) 목표를 25두 잡았으면 5~6년치 성적 데이터를 분석하고 운영을 하며 느낌은 뭐가 잘되고 있는 것 같은데, AI가 딱 알려주는 겁니다.

'너 그렇게 하면 MSY 25두 택도 없어. 너 한 22두 나와. 지금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너가 모르고 있어' 이렇게 알려주는 겁니다. AI농장장이 나오는 겁니다."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카톡이 딱 옵니다. 음수량 충분했고 사료량은 표준보다 더 먹음. 그리고 전체적으로 온도, 습도, 풍향, 풍속, 아주 안정적이었음. 그게 다 데이터로 한눈에 보기 쉽도록 떠요.

두번째, 거기에 더해 카메라들이 24시간 돼지 행동양식을 분석하며 지켜보고 가령 '18번 돈방에 있는 4번 돼지가 사료를 안 먹고 있다. 무슨 이상이 있으니 격리해라. 치료해라'라고 알려주는 겁니다. 그럼 아침에 AI가 알려주는 그것만 하면 됩니다.

과거 사람들이 직접 관리할 당시 회의를 하면 '돼지 잘 크냐'고 물었을 때 직원이 '잘 크고 있습니다'라고 답변을 하지만 그런 보고가 의미 없다는 것입니다. 잘 크고 있다는 말도 자기주관이 있기 때문에 잘 모를 수 있는 것이죠. 경험에서 쌓인 데이터로 자신이 만들어낸 자기주관이 작동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AI는 결과에 대한 분석이 아니고 과정 속에서 미래를 예측 가능하게 하고 그 속에서 문제점을 고쳐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 AI축산이고, 그게 실제로 구현되는 건 AI농장장이 나오는 겁니다. 이게 저희가 꿈꿨던 AI축산이란 프로젝트입니다."

-AI축산의 실현 정도는?

"지난 35년 한돈 산업외 과정에는 저희가 삽 들고 똥치우고 사료자동화 라인이 없어 닷새에 한번씩 큰 트럭이 사료 800포씩 싣고 오면 사료를 사람들이 손으로 나르고 리어커에 끌던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변화와 기술발전 속도를 봤을 때 AI축산은 얼마나 대량생산체제로 가느냐 마느냐 문제지 단가(코스트)를 내릴 수만 있으면 이 시스템은 그냥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제 머릿속에서 그리고 박사님들하고 이거 진짜 필요하고 한번 해보자 했던 게 실제 구현이 됐단 말입니다. 더 이상 어떤 경험 등에 의존하지 말고 분석된 데이터를 통해 그게 6개월, 1년 후에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알려준다면 내가 당장 뭘 고쳐야 되겠다. 어떤 시스템을 바꿔야 된다는 게 농장주에게 바로 각성이 되겠죠. 저는 그게 정말로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AI시스템이 돼지사육 환경의 모든 것을 관리하고 알려준다.
▲AI시스템이 돼지사육 환경의 모든 것을 관리하고 알려준다.

-한돈협회 지부장으로 바라본 순천은 어떤가.

"순천지부는 전국 어디에 내놔도 정말 자랑스러운 조직이라고 제가 감히 자부합니다. 1세대 분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고 지금은 거의 90% 이상 2세대 분들이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축산, 한돈업을 하고 있습니다. 명절 때마다 돼지고기 나눔 행사 열심히 하고 있고, 그 외에도 지역에 할 수 있는 역할을 잘 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성공을 위해 16명 회원 밖에 안 되지만 통 크게 1억원을 모아 기부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보면 지역민들이 돼지고기를 먹어줌으로서 혜택을 받아왔는데 이렇게 중요한 순천시 행사에 우리가 한 번 걷어보자고 해 거액을 걷었습니다.(걷는데 힘들었지만^^)"

-양돈 1세대로서 느끼는 고민은?

"제 얘기를 개인적인 고민, 개인적인 생각으로 받아주고 들어준다면 과거에 비해 지금 AI축산을 말하는 시대까지로 변화를 겪으면서 양돈 1세대 선배들, 그분들의 노력과 헌신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순천한돈협회 2세대 분들하고 팀웍을 이뤄 일을 하는데 상당히 놀랄 때가 많습니다. 제 생각이나 스타일하고 다르지만 2세대 분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바가 정해지면 과거 분들처럼 눈치보는 것은 없습니다. 정확하게 자신은 이런 생각을 갖고 있고 이게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라고 자기 의견을 밝힙니다.

솔직하게 옛날과는 다른 스탭이죠. 이제 한돈산업이 환경변화에 따라 업그레이드를 해야 합니다. 1세대와 다른 2세대들은 한돈산업을 짊어지고 가며 1세대들이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했으니 이제 더 나은 업그레이드를 시키는 것은 2세대들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한돈산업을 어떻게 이끌지 고민할 시점이 왔습니다.

저는 1세대지만 2세대와 같이 현장에서 뛰고 있기 때문에 느낀 바를 말씀 드리는 것이고(1세대 퇴진론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의 변화를 잘 인지하고 그 세상 속에서 어떻게 보면 더 빨리 성장하며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진 2세대만이 업그레이드를 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1세대와 2세대 관점이 다르다는 것인가.

"보는 바가 확실하게 다릅니다. 지금의 시민들. 앞으로 돼지고기를 먹을 사람들인 30~40대가 그 문제를 그렇게 바라본다는 것이죠. 결국은 고기를 계속 먹어줄 사람들은 누구냐는 것입니다.

20~40대가 먹어줄 것이기에 그들과 같이 호흡했던 2세대들이 대한민국 한돈산업을 업그레이드하고 어떤 지향점을 갖고 가겠다라고 하는 것은 결국 그 사람들 머릿속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업그레이드를 할 주체가 결국 2세대들인 것입니다."

▲한돈 1세대이자 대한한돈협회 순천지부장으로 느낀 점을 설명하고 있는 김선일 대표
▲한돈 1세대이자 대한한돈협회 순천지부장으로 느낀 점을 설명하고 있는 김선일 대표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언젠가 제가 한 번 농촌경제연구원 박사님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분께서 말씀 하길 '뒤돌아보면 정부와 농림축산부가 축산에 대해 요즘말로 하자면 빡쎄게 밀어줬다' 하시더라구요.

그 이유가 무엇이었느냐고 물으니 간단하답니다. 그분이 70년대부터 한국농촌연구를 하셨는데 그 당시엔 밥상위에 고기가 아주 푸짐하게 올라가는 게 그래서 어딜 가나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다라는 얘기를 듣게 만드는 게 과제였답니다. 그래서 축산을 아주 강력하게 정부가 밀어줬던 것입니다.

이후 시점적으론 2010년쯤부터 좀 바뀐 것 같은데요 '식탁에 고기가 올라가면 선진국이다' 하는 시절이 지나간 것입니다. 그래서 현 시점에 우리 축산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건 협동조합이라는 생각입니다.

우리 축산업을 지켜주던 방어막들이 엷어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이익을 도모하고 지역에서 잘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이 등한시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2세대 분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을 협동조합에 대해 가져주길 부탁드립니다."

양준석 기자 kailas21@hanmail.net

저작권자 © 남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