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식당-“짱뚱어 탕”

[맛집/남도방송]순천만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인파들이 순천만을 찾고 있다. 여행을 하면서 바늘에 실이 따라서 가듯이 여행을 하면 그 지역의 향토 음식에 도전을 하고자 하는게 여행객들의 일반적인 심리다.

순천만을 찾는 많은 여행객들도 전남 동부지역의 향토음식을 찾고 맛을 느끼며 시식해 보고자 한다. 그 중에 한 가지가 청정 갯벌에서만 서식을 하고 초식을 하며 산다는 짱뚱어 요리이다.

순천지역을 비롯한 남해안 청정갯벌을 중심으로 짱뚱어 요리가 많이 발달되어 있지만 전라도 동부권식의 향토적 짱뚱어 탕의 기준을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학술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사실이지만 필자의 기준으로 지역 시민들의 향토적 식습관이라 느끼는 부분과 근접한 맛과 조리법을 택한 음식점 중의 한 곳을 소개 하고자 한다.

맑고도 깨끗하다.
벌교로 향하는 중간 즈음에 위치한 호동마을 입구에 위치한 신흥식당을 찾았다. 짱뚱어 탕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밥을 하며 생긴 누릉지를 전식으로 내어 놓는다.

누릉지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눌린 누릉지가 아니라 밥을 하며 자연스레 누른 밥이다. 첫 맛은 딱딱하고 거칠지만 입에 들어가 차츰 부드러워지면 고소한 맛과 향이 입 맛을 절로 돋게한다.

드디어 기다리던 탕을 내어오니 얼른 수저를 들어 야채와 고기들을 한 쪽으로 살며시 밀어내고 국물을 가득히 떠서 입에 대어본다.

   
▲사진. 짱뚱어탕이 커다란 뚝배기에 담겨져 나온다

 고기를 통째로 갈아서 만드는 남도식 추어탕과 달리 짱뚱어를 손질해 내장을 분리하고 내장 중에 애(생선의 간)만 넣고, 내장이 분리된 짱뚱어와 함께 푹 끓여 육수를 만든다.

고기를 건져 내 살만 발라서 끓인 육수에 적당량의 살과 묵은 시래기와 야채를 넣고 입맛에 맞게 양념을 하고 끓여 낸 것이 짱뚱어 탕이다. 이렇게 끓인 짱뚱어 탕은 진하지 않고 맑으며, 뒷맛의 개운함은 참으로 깨끗하다.

이는 마치 천하게 여겨지는 진흙 밭에서 아름다운 연꽃을 피워내어 뭇 사람들의 찬사를 불러 일으키듯, 갯벌의 검은 빛에서 초식을 하며 초연하게 살아온 짱뚱어의 고귀함(?) 내지는 도도함 마저도 생각케 하는 맛이다.

   
▲사진. 짱뚱어탕. 통째 들어 있는 짱뚱어는 말을 잘해야지 준다는 사장님의 특별서비스

 돈 보다는 맛있다는 칭찬이 더 좋아
장사하는 사람이 돈 남는 것을 마다하지는 않지만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정성껏 준비하고 차려준 음식에 맛있다 인사 하고, 일부러 이든 지나는 길이든 가끔씩이라도 잊지 않고 다시 찾아주시는 단골 손님들이 고맙다는 김막례(61)사장님은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이 다 가족 같다 하신다.

그러기에 주위에 시설 좋은 경쟁음식점들이 많이 들어서도 초라하기 그지없는 자신의 시골집식당을 손님들이 잊지 않고 다시 찾아 오시는 것이고, 그럴수록 사장님은 짱뚱어를 비롯한 원재료와 음식에 더욱 정성을 기울여야 하며 이렇게 서로 친숙해진 손님들은, 지나다가 아는 집에 들러 배고프다 설치며 마치 맡겨 놓은 밥이라도 있는 듯이 밥 내 놓으라 주문하고 또 상을 차리신다.

   
▲ 사진. 정갈하게 차려진 먹음직스러운 밥 한상

멋 부림은 부족하지만 정성은 가득히
탕에 차려진 밥상 차림이라 요리 차림처럼 상차림이 화려하지도 못하고 푸짐하지도 못하다. 하지만 입 맛을 돋우는 찬에 담긴 정성과 양은 어느 진수성찬에 결코 뒤지지 않을 성 싶다.

특히 여러 젓갈을 고루 넣어서 담근 김치의 맛은 개운하고 맑아서 깔끔한 짱뚱어 탕과 묘한 조화를 이루어 짱뚱어가 마치 갯벌에서 벗어나 새우와 장난치고, 멸치와 떼 지어 유영하고, 전어와 쫓고 쫓기는 전투의 모습을 상상케한다.

밥 한 그릇 더하라며 내어 오신 수북하게 올려진 머슴밥(?)이 어느새 게 눈 감추듯 없어 진다. 드디어 밥 수저를 놓고 반주 한 잔에 개운한 국물을 한 모금 머금은 채 허리를 쫙 펴니, 그제서야 마당 앞 들판에 얼마 전 심었던 벼들이 자리를 잡아 제법 진한 녹색을 띤 채로 오후 햇살에 무척이나 빛나는 모습들이 눈에 든다.
   
▲사진. 여러 종류의 젓갈이 들어간 김치

 짱뚱어탕은 지금이 제철
짱뚱어는 1년에 자라는 크기도 얼마 되지 않고 자라는 환경의 특성상 양식이 되지 않고 자연의 품에서 자연의 힘으로만 자란다. 그래서 짱뚱어는 갯벌의 상태를 알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보통 4월 말에서 11월까지만 활동하고 날씨가 추워지면 갯벌 깊은 곳에서 동면을 취하기 때문에 지금이 제 철이라 할 수 있다. 고단백 자양 강장식품으로 알려진 짱뚱어는 또한 일일이 낚시를 통해서만 잡을 수 있어 그 수확의 양이 얼마 되지 않아 높은 가격으로 유통되고 있다.

청정한 갯벌을 힘차게 달리며 다져진 다부진 근육과 맑고 깨끗한 식물성 플랑크톤을 섭취하며 자연의 품에서 자란 짱뚱어를 올 여름의 자신의 건강을 위해 한 그릇씩 드시기를 권해본다. 
 

   
▲사진. 짱뚱어가 살고 있는 청정 갯벌의 모습

<음식점 정보: 보성군 벌교읍 호동리 18, 짱뚱어 탕, 구이, 전골, 꼬막정식. 061)857-62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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