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억 이상 운영비 자체 부담
박기주 원장 "적자 감수하고 결단"

▲여수 중앙병원
▲여수 중앙병원

[여수/남도방송] 전남 여수중앙병원이 최근 도내 최초로 공공 심야 어린이병원으로 지정돼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비하인드 스토리가 알려지면서 잔잔함이 일고 있다.

공공 심야 어린이병원으로 지정된 여수중앙병원은 2021년 8월 여수시 둔덕동 일원에 지상 8층․지하 1층 규모로 문을 열어 현재 204개 병상을 갖추고 있다. 정형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소아청소년과 등 8개 과목을 진료하고 있다.

앞서 병원은 지난 10월 17일 여수시와 '공공 심야 어린이병원 운영 협약'을 맺었다.

협약에는 병원이 매년 2억원 이상 운영비를 자체 부담해 내년부터 평일 오후 11시, 주말(토·일) 및 공휴일 오후 6시까지 소아·청소년을 진료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협약식에서 박기주 병원장은 "심야병원 운영으로 발생할 경영 손실이 우려돼 사업 참여를 오랫동안 망설였지만 아동 의료 사각지대 해소라는 의료인으로서 사명과 지역사회 발전에 일조하고 싶은 마음에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속내를 밝혔다.

시는 2017년부터 심야 어린이병원의 필요성을 느껴 지역 의사회와 의료기관을 설득했지만 난색을 보였다.

시는 최근까지 보건복지부 사업인 달빛어린이병원과 맥락이 동일한 공공 심야 어린이병원 유치를 위해 공모를 진행했으나 무위에 그쳤다.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도시 병원의 특성상 야간 진료 시 적자가 불보듯 뻔해 선뜻 나서는 병원은 없었다. 

인구감소로 야간 소아청소년과 내원 환자가 줄어든 데다 야간 진료에 필요한 의사 충원도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중앙병원의 결단으로 천신만고 끝에 도내 최초로 여수에 공공 심야 어린이병원을 개원하게 되면서 지역 어린이 의료복지도 눈에 띄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수중앙병원 박기주 원장
▲여수중앙병원 박기주 원장

박 원장은 "인구가 줄고 젊은이들이 지역을 떠나는 현실에서 지역을 위해 해야 할 역할에 대해 고민했고,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취약 시간대 아픈 어린이들 돌보는 것이 의료인으로서의 양심이자 책무라고 생각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서울·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매우 부족한 데다 지역 의료현장에서는 '의사 품귀' 현상마저 빚고 있다"며 "당분간 본원 전문의와 본인이 직접 진료하고, 전문의를 추가 채용해 야간 진료에 공백이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기명 시장은 협약식에서 "적자를 감수하고 용단을 내려준 박기주 원장께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조승화 기자 frine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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